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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가 없다. 있을 수가 없는 자리다.” 국회에서 ‘입법조사관’ 등 입법 업무만 19년 담당한 취재원 A씨는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이라는 자리가 가능한 자리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비상상황’이라는 실체적 정당성이 없다며 사실상 이준석 전 대표의 손을 들어 준 법원 결정에 따라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은 국민의힘이 긴급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권성동 원내대표를 내세워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꾸렸다.
여당은 추석 전까지 새 비대위를 출범할 것이며, 권 원내대표는 이후 거취를 스스로 결정할 예정이다. ‘주호영 비대위’의 효력이 정지됐고 그 명분인 ‘당헌·당규’가 문제가 되니 이를 새롭게 규정한 후 비대위를 새롭게 만들 것이고 권 원내대표의 ‘원톱체제’도 지속할 것이라는 의미다. 의총에서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도 예고했다. 향후 전당대회에서 그를 원천 배제하겠다는 심산이다.
앞서 ‘9급 공무원 발언 논란’ ‘내부총질 문자 유출’ 등의 파문과 논란을 빚으며 여당 신뢰를 땅 아래로 내리찍고도 자리 알박기에 나선 권 원내대표 체제가 새 비대위체제를 완성할 것이라고 믿는 이는 거의 없어 보인다. 중진들 사이에서도 ‘권 원내대표도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빗발친다. 친윤(親尹)계가 반권(反權)과 친권(親權)으로 다시 분열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당헌 개정안의 핵심은 비대위 전환을 위한 비상상황 요건을 규정한 ‘당헌 96조’인데, ‘선출직 최고위원 4명 혹은 3명이 사퇴하면’ 등 문구를 넣어 구체성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꼼수다. 법원은 국민의힘이 비대위에 이르는 과정이 국민의힘 당헌을 비롯해 민주적 정당활동을 규정한 헌법·정당법 등 실체적 구성요소 모두에 위반된다고 봤다.
이를 두고 ‘좌편향 판사 판결’이라는 국민의힘은 ‘새로운 비상상황’을 만드는 우회적 방법으로 비대위체제를 또다시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회적 해법은 난상 토론에 장시간 이어진 마라톤 의총에서 나왔다. 이 과정에서 ‘비대위 전환 자체가 문제’라는 반론의 목소리도 커졌다. 당장 서병수 전국위 의장이 전국위 소집 거부 입장까지 밝힌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이 전 대표는 비대위의 활동을 아예 막겠다는 의도로 추가 가처분신청을 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정지를 이끌어낸 데 이어 국민의힘 지도부의 손과 발을 꽁꽁 묶어 버리겠다는 의도다.
권 원내대표는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한 ‘윤핵관’ 장제원 의원을 배제하고 ‘원톱체제’를 꾸렸고, 이 전 대표를 정치적으로 몰아내겠다는 패거리 정치까지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중이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스스로를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로 규정한 후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의 주제가 ‘하쿠나 마타타’를 읊조리며 ‘윤핵관’과 장기 장외여론전에 돌입했다. 3번의 선거를 승리로 이끈 자신의 당내 지분을 근본부터 부정한 이들에 정치인생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서를 집필하겠다며 내려간 TK에서 청년들과 떡볶이를 먹고 전통시장에 들러 지지자와 어울리는 민심행보도 놓치지 않고 있다.
결국 이 전 대표가 버티고 권 원내대표가 원톱체제를 유지하면서 ‘징계’→비대위체제→‘가처분 신청’→‘추가징계’→비대위 직무대행체제→가처분신청→새로운 비대위체제 등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치킨게임 구도가 그려졌다. 이에 ‘비대위’와 ‘징계’를 중심으로 해 당헌·당규를 ‘꼼수 볼모’로 삼는 내홍 심화는 지속될 것이다. 근본 해법은 중진 의원 일각이 이야기하는 ‘이 전 대표와 윤핵관 모두 2선으로 물러나는 것’이다.
‘윤핵관’과 ‘이준석’의 ‘무한 탓하기’만 남아 석 달째 초유의 위기상황에 빠진 국민의힘을 두고 야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책임론’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여당의 환부가 정부까지 번져가는 모양새다. 병변을 원천 치료하기 위해서는 메스를 들고 환부를 직접 도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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