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망가진 일등신문 조선일보의 갈짓자 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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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 돕는 척하며 반일 감정에 불 질러
김대중·강천석 등 대표적인 간판 논객이 앞장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3-21 08:53:40

기억하실 것이다. “조·중·동이 신문이라면, 우리 집 두루마리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다.” 이 우스갯말이 나돈 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무렵이었다. 탄핵 소동 자체가 언론의 난(亂)이었고, 그에 앞장섰던 세력이 당시 보수정당이고 이른바 조·중·동 신문이었다. 그게 상징하듯 지금도 이 나라의 정치사회적 위기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깃발을 들려는 확실한 자유우파 정당이 없다는 것, 그런 언론매체 역시 전무(全無)하다시피 하니 예삿일이 아니다. 오늘은 자칭타칭 일등신문이라는 조선일보를 때릴 생각인데, 그 신문의 논조를 좌우하는 핵심 필진을 차례로 손볼 참이다. 우선 17일 그 신문 1면은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경제안보협의체 신설’이란 제목 아래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총리의 한·일 우호 외교를 나름 멋지게 포장했다.

곤혹스러운 건 바로 그 날짜 오피니언 페이지인데, 근래 한·일문제를 다룬 칼럼 중 최악 중 하나다. 김윤덕 주말뉴스부장의 글 ‘1700만원 횡령 윤미향 의원이 지은 가장 큰 죄’가 문제인데, 왜 그런가? 윤미향의 진짜 죄는 반세기 여성운동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켰고, 위안부 운동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사그라들게 한 대목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이른바 여성운동과 위안부 운동이란 게 숭고한 그 무엇인데, 그걸 윤미향이 망쳤다는 단선적 논리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거꾸로다. 이 나라 여성운동과 위안부 운동은 주사파가 내세우는 종북·반일 깃발을 드는 바람에 방향을 결정적으로 잘못 잡았고, 그게 지금의 사회 혼란을 낳은 요인이다. 그 추악한 구조를 제대로 짚어야 할 신문이 거꾸로 부화뇌동을 하다니.

그게 한 기자의 잘못일까? 아니면 반일을 자기정체성으로 착각하고, 그래서 결정적일 때 좌파진영의 논리에 복종하는 조선·동아 같은 이른바 민족지의 태생적 한계일까? 실은 4년 전 전 주필 강천석의 칼럼도 그 꼴이었음을 우린 기억한다. ‘일본, 무슨 의도로 미국 동맹국 한국에 선전포고를 하는가’란 글인데, 한마디로 가소롭다. 그 글은 죽창가를 든 당시 문재인의 반일 장사를 돕는 칼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당시 일본이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은 전략물자를 불투명하게 처리한 문재인 정권의 수상한 움직임에 대한 정당한 외교적 대응이었다. 그런데도 강천석은 그걸 “전쟁 수법”이자 “되돌아갈 다리를 스스로 불살라 버린 것”이라고 펄펄 뛰었다. 한겨레에 실릴 법할 글을 조선일보 주필 출신이 척척 써대며 반일감정에 불을 질렀던 것이다.

독자들은 그런 배경도 이젠 다 안다. 강천석은 그 신문을 장악한 호남 특정 고교 라인의 핵심이고, 그의 득세를 전후해 김대중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왔다. 조선일보가 망가진 게 바로 그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결정적으로 강천석은 황당한 부창부수의 케이스다. 즉 그의 부인 정진성(현 서울대 이사)은 초기 정대협 설립에 관여해 온 인물이다.

실제로 정진성은 윤미향 문제로 시끄러웠던 2020년 5월 썩 고약한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른바 ‘초기 정대협 선배들의 입장문’이 그것으로 이효재·윤정옥 등과 함께 정대협을 극력 옹호해 우릴 놀라게 했다. 황당하다. 부인은 잘못된 여성운동을 부채질하고, 남편은 조선일보를 통해 반일감정에 불을 지르는 것이다. 그 신문의 망가진 논조는 그게 전부일까?

그럴 리 없다. 지난해 4월 또 다른 조선일보 주필 출신 김대중의 황당한 칼럼도 독자를 경악케 했다. 전직 대통령 사법처리의 악순환을 윤 대통령이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 때문이다. 그게 ‘정치보복 악순환을 끊자’(4월12일자)로, 요즘 민심의 흐름을 거스르는 내용이 분명했다.

기억하시는가? 그때를 전후해 자유민주당은 “국민생명을 적에게 바친 문재인 전 대통령, 단죄해야 합니다. 천인공노할 월북조작 사건!”이란 제목의 의견광고를 실었는데, 그게 정상이고 조선일보가 외쳐야 할 목소리가 아닐까? 바로 그때 김대중은 ‘거룩한 헛소리’로 일관했던 게 최근 조선일보 엉터리 지면의 현주소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조선일보는 지난 10년 결정적일 때 민심을 거스르는 논조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김대중·강천석 같은 전직 주필들이 그걸 주도했다. 놀랍게도 그게 좌익의 논리에 대한 영합이고, 국가 위기를 부채질한다. 바로 그게 특정 매체의 논조를 떠나 언론 환경을 망친다. 이게 올바른 사회일까를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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