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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머나먼 ‘공정 보상’ (下-엔터업계)
‘K팝 위상’ 올라가는데… 엔터업계 ‘불공정 관행’ 여전
이승기·츄 등 소속사와 계약한 수익 정산 문제로 갈등
음악 저작권료 징수 금액 ‘세계 9위’… GDP比 최하위
‘수익금 정산=투자금 회수’ 구시대적 발상에 업계 병들어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4-10 00:05:13
▲ 지난해 11월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2004년 데뷔 이후 18년 동안 137곡을 발표했음에도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로부터 음원 관련 수익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연예계 ‘수익 정산 시스템’의 불공정성을 도마 위에 올렸다.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특별취재팀=김학형 팀장|윤승준·장혜원 기자] K팝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음악 저작권료 사용료가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있지만, 현행 저작권법이 창작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가수 이승기와, 걸그룹 이달의 소녀의 멤버 츄 등의 수익금 배분 관련 다툼이 대표적이다. 이에 정부가 업계의 불투명한 회계처리 근절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먼저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고 나중에 돌려받으려는 기획사의 구시대적 발상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뿌리 깊은 엔터업계 불공정 관행
 
지난해 11월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2004년 데뷔 이후 18년 동안 137곡을 발표했음에도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후크)로부터 음원 관련 수익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8일 엔터업계에 따르면 이승기가 200910월부터 20229월까지 벌어들인 음원 수익은 약 96억으로 추정된다. 약속된 배분 비율에 따르면 이 중 58억 원 정도가 이승기의 몫이지만, 해당 기간의 음원 정산 자료는 유실됐다. 이승기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음원 수익 정산이 제대로 정산되지 않은 것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는 내용증명 등을 보내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이후 이승기는 전속계약 해지 통지서를 보내 후크와 결별했고, 폭언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을 겪은 권진영 후크 대표는 공식 입장을 내고 사실 여부를 떠나 모든 것이 제 불찰이라고 잘못을 인정하며 미지급 정산금 약 54억 원을 이승기에게 지급했다. 하지만 이승기는 약 50억 원 중 소송 경비를 제외한 금액을 사회에 기부하고, 더 정확한 정산을 위해 법정 다툼을 지속하기로 했다.
 
같은 달 걸그룹 이달의 소녀의 멤버 츄(본명 김지우)가 팀에서 퇴출당하며 계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블록베리)는 츄가 스태프에게 폭언과 갑질을 했다며 츄를 이달의 소녀에서 제명 및 퇴출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츄는 부끄러울 만한 일을 한 적 없다고 반박했고 이 과정에서 소속사와 츄의 계약 내용이 드러났다.
 
츄는 3개월의 짧은 연습생 생활을 마치고 201712월 데뷔했다. 블록베리는 츄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수익 구조를 7(회사)3()으로 나눴다. 하지만 연예 활동에 드는 비용은 55로 산정했다. 매출에서 활동비를 뺀 금액을 기준으로 정산하는 게 아니라 매출에서 먼저 73으로 나눠 가지고 남은 수익을 다시 55로 나누는 것이다. 소속사는 활동비를 제외하고도 큰 수익을 가져가지만 츄는 적은 상대적으로 금액만 받는 구조였다.
 
▲ 이달의소녀 멤버 츄(본명 김지우)가 소속사로부터 제대로 정산받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며 한국 대중가요(K팝) 시장의 부조리한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제공)
  
이에 츄는 지난해 1월 블록베리를 상대로 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같은 해 3월 법원이 이를 일부 인용하면서 츄는 원안 판결까지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그러자 블록베리는 팀을 유지하기 위해 츄와 정산 비율을 3(회사)7()로 바꾼 부속합의서를 작성했다.
 
이후 츄는 블록베리로부터 가처분 신청 당시인 1월부터 정산을 받기 시작했다. 법원 승소 후 4월에는 개인 회사 주식회사 츄를 설립해 개인 활동 수익을 100% 갖게 됐다. 이달의 소녀는 개인 정산 체제였는데 결국 블록베리는 츄에게 먼저 퇴출을 통보하며 갈등을 수면 위로 드러낸 꼴이 됐다. 그 사이 츄는 바이포엠스튜디오로 둥지를 옮겼고 현재 개인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수익 정산 외에 소속사의 폭언과 성희롱 등의 갑질도 있다. 지난해 11월 보이그룹 오메가엑스(Omega X)는 소속사 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스파이어엔터) 대표로부터 상습적인 폭언과 욕설·성희롱 등의 피해를 폭로하며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올 1월 서울동부지법은 계약 해지 요건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오메가엑스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오메가엑스의 폭로에 따르면 스파이어엔터는 수익에 대해 멤버들에게 고지하지 않았고 수익금을 제대로 정산하지도 않았다이들은 표준전속계약서와 동일한 계약서를 썼지만,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는 대표와 이사 등 경영진이 계약 이상의 것을 요구해도 거부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시장 확대에도 아티스트 보호’ 역진
 
음원 저작권을 포함한 지식재산권(IP) 수익은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르렀지만 저작권 문제’ ‘수익 분배 문제등은 고질적으로 지속돼 왔다. 글로벌 리서치기업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IP 시장 규모는 약 77500억 원(65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IP 시장 규모는 20202640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조 원대를 돌파했다. IP는 최근 디지털 시장을 이끄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NFT(대체불가능토큰) 등을 만나 더욱 고도화하고 있으며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 중 하나가 엔터테인먼트 업계다.
 
엔터테인먼트기업 RBW는 음악·영상 제작과 제작·매니지먼트 대행 등을 하며, 2500여 개 음악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RBW의 음원·영상 등 저작권 부문 매출은 136억 원으로, 전체(개별 재무제표 기준 354억 원)38.7%를 차지했다. RBW는 마마무·원어스 등 소속 가수 외에도 허각·케이윌 등의 음원 제작을 맡아 IP를 늘려가며 음원 저작권과 저작인접권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해왔다
 
김진우 RBW 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직접 콘텐츠를 만들면 비용이 들지만,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저작권 수익을 낼 수 있다음원 저작권만으로 연간 50억 원 이상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K팝은 IP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음반 수출액은 2021년 사상 처음으로 2억 달러를 넘겼고, 지난해 23311만 달러(2881억 원)를 기록했다하지만 음악 저작권료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한참 뒤처져 있다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이 발표한 ‘2022 국제 징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음악 저작권료 징수 금액은 지난해 3520억 원으로 세계 9위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3280억 원이 작사·작곡자 등 저작권자들에게 분배됐는데 IP 분야의 GDP 대비 저작권료 비중은 0.014%로 전 세계 최하위권(38)을 기록했다.
 
▲소속사 갑질 및 폭행 논란에 휘말린 아이돌그룹 ‘OMEGA X’(오메가 엑스)는 최근 한국 엔터테인먼트 불공정계약의 대표 사례로 떠올랐다. ( 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 제공)
 
·제도로 시정 가능할까
 
이처럼 국내외 IP 시장은 확대일로를 걷고 있어도 노예계약’ ‘불공정계약등의 오명을 벗지 못하는 실정이다. K팝의 성공에 주목하던 외신(뉴욕타임스 등)들도 이러한 이면의 문제를 조명할 정도다. 엔터업계에서는 이를 시스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익명의 한 연예계 관계자는 소속사 입장에서는 연습생에게 선투자를 해서 성공하는 이들의 수익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특히 연예계가 일반 법인 만큼 철저하게 돌아가지 못하는 만큼, 정산 문제의 경우에는 굉장히 허술했던 경향이 없지 않아 있어 왔다고 말했다.
 
아이돌 지망생들이 소규모 소속사들의 불공정 계약서에 서명하는 경우도 잦다. 한 연예계 전문 변호사는 근무 시간 등 요구사항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멤버들은 계약 위반과 그에 따른 페널티를 두려워해 소속사의 착취와 갑질에 적극적으로 대항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력한 노동법이 존재하는 타 산업에 비해 아이돌 업계는 관련 제도·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대부분이 10대인 아이돌 멤버들이 소속사와 평등한 관계를 구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업계의 불투명한 회계처리 근절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들이 소속 대중문화예술인에게 회계 내역을 비롯한 정산자료를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고지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개정을 올 1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가수에게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지 않은 소속사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매년 소속 가수에게 정산자료를 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담았다.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도 요청하면 정산 이전에도 받아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예술인권리보장법에 따라 업체의 정산 지연 등의 행위가 불공정하다고 판단될 경우 시정권고·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라 보수지급이 지연된 사실이 확인되면 과태료룰 부과하는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금융자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별도의 금융회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에서는 Gelfand Rennert&Feldman Tri Star Sports&Entertainment Group David Weise & Associates TSG Financial Management 등의 회사가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2017KB센터·하나은행·우리은행 등이 자산관리 상품을 선보였으나, 10억 원 이상의 잔고를 요구하는 등 진입장벽이 까다로워 그리 활성화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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