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적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생존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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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지금은 세계사적 위기의 시기, 국민 모두가 단합해야
고군분투하는 외교라인의 노력에 비난 아닌 칭찬해야
국민 계도 위한 문체부와 교육부의 실질적 노력 필요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4-21 10:45:15

다음달 6일 영국에서 찰스 3세의 대관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세기의 결혼식’으로 유명했던 다이애나 비(妃)의 아들로 미국에 거주 중인 해리 왕자는 부인과 자녀 동반 없이 본인만 참석한다고 밝혔다.

그는 귀족 출신이 아닌 흑인 혼혈의 이혼녀이자 탤런트인 메건 마클과 결혼해 주목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회고록과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 왕실을 비하하면서 아버지 찰스 3세와 형 월리엄 왕세자와도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작 왕위에 오르는 찰스 3세 역시 불륜 등 온갖 구설수로 좋은 이미지를 가진 인물은 아니며 1992년 이혼한 부인 다이애나는 파파라치들을 피하려다가 1997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재위 기간이 무려 70년 214일인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의 그늘에 가려 74세 노년이 되어서야 왕위에 오르게 된 그로서는 저물어가는 대영제국의 영광을 다시 일으키기에도, 왕실의 명예를 유지하기도 힘겨워 보인다.

또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영연방(Commonwealth of Nations, 56개국)을 이끌기에도 한계를 보인다. 영연방 중 14개국은 영국 국왕을 자국의 군주로 모시고 있었으나, 엘리자베스 2세 서거를 계기로 4월3일 호주 정부가 ‘호주의 군주제 폐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시 말해 영연방 탈퇴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미 1947년 인도의 독립을 시작으로 영국 국왕에 대한 충성의무가 사문화됐으며 2021년 이후 바베이도스·자메이카·앤티가바부다·말레이시아 등 국가들도 연이어 이탈을 공식화하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었음에도 르완다·가봉·토고 등 영연방 가입을 희망한 국가들도 있었으나 이들의 목적은 오직 영연방 소속 캐나다·호주 등과의 교류였던 만큼 호주의 이탈이 공식화될 경우 도미노 현상으로 영연방은 해체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노년의 찰스 3세에게는 이를 막을 수 있는 마땅한 혜안이 있을까.

어찌 보면 해리 왕자가 흑인 혼혈인 메건과 결혼한 것도, 대표적 식민지였던 인도 출신의 리시 수낙이 영국 총리로 등극한 것도 오랜 기간 백인 우월주의적 제국주의의 기틀을 만들고 이를 공고히 했던 유럽의 ‘맹주’ 영국의 변화된 현재 위상을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산업혁명을 통한 경제 성장과 이로 인한 신분계층의 급속한 변화가 결과론적으로 ‘유럽은 기독교 국가’라는 틀조차 깨버렸으며, 수백 년 된 가톨릭 성당이 나이트클럽에 매각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됐다.

이는 곧 대항해시대 이후 정형화된 국제질서가 서서히 붕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수 세기 동안 유지돼 오던 세계사적 틀이 근본적으로 바뀌며 혼란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사적 변화 속 우리의 자세는

과거 ‘흑인노예 매매’가 성행하기 이전 유럽에서는 동쪽에 널리 퍼져 거주하던 민족을 대상으로 한 ‘백인노예 매매’의 역사가 있었다.

이로 인해 한때 서부 유럽의 노예(slave)라 불렸던 슬라브(slavs)족은 아이러니하게도 로마 중심의 가톨릭이 아닌 모스크바 중심의 동방정교를 대변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면에는 가톨릭 기반의 유럽국가들과 그 유럽국가에 편승하려는 우크라이나 교구의 이탈이 존재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치학자들에 의해 재단된 전쟁 원인과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생각과 달리 미국과 서방의 지원으로 러시아는 궁지에 몰리고 있으며, 이는 레닌과 스탈린 체제 이래 항상 2위에 머물던 중국에게 있어 패권 장악의 야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또 중국의 팽창 억제 이전 냉전시대부터 내려오던 ‘러시아의 세력 약화’라는 미국의 전략과도 일부 들어맞는 국제 역학관계의 복합성도 보여준다.

이미 우리는 이란의 시리아 도발,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통제력 약화, 중국의 대만 위협과 북한의 연이은 무력 도발 위협을 넘어선 ‘세계사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근대사에서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대제국을 건설했던 일본 역시 패망 이후 국민적 재건 노력으로 한때 미국의 경제력을 넘보던 시기가 있었으나, 이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야기해 ‘버블경제’라는 오명과 함께 더 이상 그때와 같은 경제적 부흥을 일으키기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

일본은 더 이상 동북아를 호령하던 ‘제국 일본’도 아닐뿐더러 지난해 아베 총리 암살에 이어 최근 기시다 총리 대상 폭탄 테러에서 볼 수 있듯 수뇌부 경호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칼을 잃어버린 사무라이’의 나라가 되어 버렸다.

영국이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처럼 ‘영·일동맹’을 시작으로 한때 세계사를 주름잡았던 일본 역시 더 이상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북 좌파세력들의 주장과 달리 지금 우리의 안보를 가장 위협하는 세력은 일본이 아닌 북한과 중국이다. 우리가 왜 미국·일본과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지는 현실이 말해준다.

이러한 세계사적 급변의 상황 속에서 우리 외교 라인은 국가 생존을 위한 기반인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데도, 정작 이를 내부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국민에게 ‘올바른 세계관과 역사관’을 심어줘야 할 문화체육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국가의 안보는 외교부와 국가안보실만의 책임이라는 우매한 생각을 하고 있는가? 지금 가장 노력해야 할 기관은 외교부가 아닌 문체부와 교육부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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