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당장 다음 달부터 중단되면서 존폐 위기의 갈림길에 섰다. 국회에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시한 내 통과가 힘들어졌음에도 법제화의 필요성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중심으로 대두하면서 의약계와의 충돌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정치권과 보건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예방법 등에 따라 2020년 코로나19 유행 이후 한시적으로 허용됐음에도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하향 조정되면 금지될 수 있어 정상운영을 위해서는 법제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5일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을 논의하지도 못한 상황으로 다음 회의가 이르면 5월 중순 이후에 열릴 예정으로 비대면 플랫폼 진료 공백화가 기정사실화 됐다. 다만,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이 맞물리지 않더라도 시범사업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갈 방침이다.
법제화 논의에서 관건으로 떠오른 건 ‘초진·재진’ 논란인데, 의료계는 ‘초진 불가’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고 있지만,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를 중심으로 ‘허용 범위에 초진까지 담아달라’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중단 위기에 처하자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연합체인 사단법인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인터넷 서명운동까지 시작했으며 이날 기준 11만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들은 초진 비대면 진료가 불법화할 경우 전체 회원사 30곳 중 24곳이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본지에 “지난 3년간 비대면 진료를 사용한 국민의 만족도는 90% 수준이고 참여 의료진의 만족도도 66% 수준으로 사용해 본 환자와 의료진은 필요성과 안전성에서 크게 만족한 상황”이라며 “당장 비대면 진료를 전면화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대면 진료의 보조 수단으로 보다 안전한 법제화를 통해 제도권 내에 정착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오픈런’과 ‘응급의료 대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소아과의 경우 비대면 진료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1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인 ‘닥터나우’에 따르면 올해 분기 진료과목 1위는 ‘소아청소년과(23.7%)’로 내과(18.2%)와 이비인후과(17%)를 크게 앞질렀다.
이에 반해 의료계는 ‘오진 가능성’과 ‘안전성’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고 있다. 약사 측은 약물 오남용을, 의료계는 초진의 경우 높아질 의료의 질 저하를 각각 반대 근거로 들고 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업체에서 3년간 처방환자 데이터도 내놓지 않을 정도로 처치가 불투명한데다 플랫폼이 계속해서 한 환자를새로운 의사에게 연결하면서 ‘초진’이 ‘재진’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초진’만 반복되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의료의 전반적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며, 환자들은 단지 ‘수익’ 때문에 초진 진료에 동원될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우 원장은 플랫폼 업체 측의 ‘소아과 대란 해소’ 주장이 과장됐다고 봤다. 그는 “소아과 진료도 일부 전문의만 ‘오픈런’ 현상을 겪고 있으며 대부분의 소아과는 진료환자가 없어 먼지만 날리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 A씨 또한 “심야 시간대에 소아과 진료를 받더라도 비대면으로 약 배달이 가능해야 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며 “야간 소아 응급상황은 응급실행이 가장 빠른 건 부모라면 다 아는 사실인데 비대면 진료는 현실성이 없는 대안”이라고 꼬집었다.
계속해서 “비대면 진료를 받는 이들이 대부분 의사와 약사들이 밀집한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임에도 비만약, 탈모약, 여드름약 등 오남용 우려가 커지는 약을 처방받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했다.
그는 “공공 심야약국까지 생겨 지역약국 사각지대가 사실상 소멸한 상황인데 비대면진료는 ‘약물 오남용’ 사각지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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