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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의 중국명인 아오먼(澳門)을 그대로 읽으면 ‘항구의 문’이 된다. 바위에 둘러싸인 이 척박한 땅의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포르투갈이었다. 1557년 포르투칼은 명나라 황제 가정제의 환심을 사 손쉽게 마카오를 접수했다.
이로부터 마카오는 440년간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으면서 서구와 아시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긴 세월동안 포르투갈 문화의 자장 안에 있었기에 중세 유럽을 옮겨놓은 듯 거리가 고풍스럽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도 30개에 달한다.
마카오는 ‘동방의 라스베이거스’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도시 곳곳이 카지노 불빛으로 휘황찬란하다 하지만 조금만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그 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포르투갈 상인이 닻을 내린 ‘마카오반도’
동서양이 교차하고 전통과 현대가 만난다는 점에서 홍콩과 마카오는 자주 비교된다. 홍콩이 영국 식민지령으로 있었던 기간은 156년으로 비교적 짧다. 그래서 홍콩의 문화재는 대부분 서구식 근대건축물이다.
하지만 16세기 무렵부터 유럽 영향권 아래 있었던 마카오는 중세 건축물을 상당수 간직하고 있다. 파스텔 빛깔의 성당, 예술적인 문양의 타일, 물결무늬가 수놓아진 광장은 그 시절의 문화 유산이다.
성 바울 성당 유적은 마카오 반도 최고의 관광지로 방문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곳에 닿기 위해서는 세나도(Senado) 광장을 지나야 한다. ‘세나도’란 포르투칼어로 의사당이라는 뜻으로 과거 이곳에 자치 의회가 있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물결무늬 타일과 서구식 건물, 아담한 분수, 디럭스토어, 식당, 옷가게가 즐비한 이곳을 지나면 ‘육포거리’로 길이 이어진다. 알싸한 향신료 냄새와 고소한 아몬드 쿠키 향이 한 데 섞여 있는 이곳에서는 정말 많은 관광객을 만날 수 있다.
성 바울 성당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념품점이 코스다. 육포를 사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는 별로 없다. 어쨌든 사람이 많으니 장사는 잘된다.
마카오 최고의 관광지 ‘성 바울 성당 유적’
육포거리를 지나, 예수회 광장에 다다르면 언덕 위에 우뚝 선 ‘성 바울 성당 유적’이 눈에 들어온다.
17세기 유적인 성 바울 성당은 잦은 화재를 겪으면서 건물 대부분이 소실되었지만 파사드(성당 전면부) 만큼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마카오 시내를 위엄 있게 내려다보고 있다.
조선시대 한국 최초의 김대건 신부가 수도했던 이 성당의 파사드는 크기도 압도적이지만 세부 조각 장식이 상당히 아름답다. 2층 부에는 세 개의 커다란 창과 네 개의 감실이 자리 잡고 있으며 감실마다 예수회 성인이 조각돼 있다.
3층 부 중앙에는 여섯 천사에 둘러싸인 성모 마리아 상이 자리 잡고 있고, 꼭대기에는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조각되어 있다. 성당 전체가 홀랑 타는 중에도 어떻게 이렇게 성당의 정면은 거의 훼손되지 않고 굳건하게 서 있는지 생각할수록 신기한 일이다. 신의 가호일까.
파사드 정문을 통과해 뒤편으로 넘어가면 ‘종교예술 박물관’이다. 박물관 출입구에 성당 터에서 발굴한 유물과 유골이 전시되어 있다. 쇼케이스에 담겨 무심히 관광객을 맞고 있지만 유골들마다 나름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으리라.
박물관 내부로 들어서면 성모와 성자를 표현한 종교화와 조각품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성 바울 성당 유적을 벗어나 나차사원, 몬테요새, 마카오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따르면 마카오반도는 얼추 둘러보는 셈이다.
성 바울 성당 유적까지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셔틀버스를 타는 것이다. 타이파 페리항에 정류소가 있다. 리스보아나 샌즈 호텔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여기서 손님을 태워 간다. 호텔이나 카지노를 이용하지 않아도 승차가 가능하다.
리스보아 호텔에서 성 바울 성당까지 불과 도보로 10분 거리.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무조건 사람이 많이 가는 쪽으로 따라가면 된다.
자본주의도 잠시 숨을 고르는 ‘타이파 빌리지’
호텔 구역인 코타이(Cotai) 스트립 서쪽으로 ‘타이파 빌리지’가 있다. 과거 포르투갈인들이 마카오반도의 소란스러움을 피해 머리를 식히러 오던 곳이다. 무성한 야자수 숲에 아름다운 건축물을 지어 놓고 시원한 코코넛 주스를 마시며 남국의 찬란한 바다를 감상했을 그들.
권력자들이 지은 아름다운 건축물과 서민의 소박한 주택이 한데 어우러진 타이파 빌리지는 배낭 하나 메고 무작정 골목을 쏘다니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드는 곳이다. 상업 서비스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코타이 스트립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반면 타이파 빌리지를 한참 쏘다니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소박한 건물 뒤편으로 갤럭시 호텔이 우뚝 버티고 서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화려하고 거대한 황금빛 건물이 신기루인 듯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타이파 빌리지 올드 타운에서 꼭 맛볼 음식이 있다. 1965년 오픈한 ‘세기카페’, 1968년 오픈한 ‘타이레이로이케이’에서 취급하는 돼지고기버거 ‘주빠빠오’가 그것이다. 쫄깃달콤한 돼지고기와 폭신한 바게트의 조화가 절묘한 주빠빠오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타이파 빌리지는 베네시안 호텔 서쪽 로비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으며, 페리항에서 베네시안 호텔까지는 무료 셔틀을 이용할 수 있다.
마카오=임유이 기자 lye@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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