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여행] 오싹한 재미… 예전의 순창은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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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이 아득해지는 ‘용궐산 하늘길’
심장이 출렁출렁 ‘채계산 출렁다리’
시원한 폭포수에 번뇌 안녕! 강천산

순창=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6-22 23:40:00

▲ 용궐산(647m) 깎아지른 수직 암반에 매달린 잔도는 중국 유명 관광지에 온 듯 이국적인 느낌이 충만하다. 트래블팀 제공

이름은 순하지만 전라북도 순창은 결코 만만한 시골 마을이 아니다. 매운 고추장의 도시로 이미지를 굳히는가 싶더니 에어컨도 얼려 버릴 만큼 오싹한 여름의 도시로 리브랜딩되고 있다.

하늘로 길을 낸 용궐산, 국내 최장 산악현수교 체계산 출렁다리, 순창군민의 피서지 강천산.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순창의 소문난 여름 명소로 차를 몰아 보자.

하늘만큼 높은 ‘용궐산 하늘길’

▲ 난간이 잘 설치되어 있음에도 용궐산 잔도를 걷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트래블팀 제공

용궐산 하늘길은 2021년 4월에 개장한 신상 여행지다. 용궐산(647m) 깎아지른 수직 암반에 매달린 잔도는 중국 유명 관광지에 온 듯 이국적인 느낌이 충만하다.

원래 잔도는 중국 오지에서 가파른 절벽을 건너기 위해 바위를 파거나 나무판자를 덧댄 사다리길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동 목적으로 창안된 잔도지만 최근에는 접근이 어려운 장소에 설치돼 관광용으로 활용된다.

난간이 잘 설치되어 있음에도 용궐산 잔도를 걷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발아래 까마득한 곳에서는 섬진강 물줄기가 실처럼 길게 이어지고, 머리 위로는 잡힐 듯 흰 구름이 떠다닌다. 잔도 한가운데 서서 “야호 ”하고 외치면 메아리가 멀리 강천산까지 달려갔다가 되돌아온다.

용궐산 잔도는 총길이 530m. 어린이나 노인도 무리 없이 도전할 수 있다. 다만 주차장에서 잔도까지 가파른 돌 계단이 이어져 약간의 체력이 요구된다. 용궐산 주차장에서 출발해 원점까지 회귀하는 데 1시간 40분가량 소요된다.

심장이 얼어붙는 ‘채계산 출렁다리’

▲ 산정과 산정을 있는 한 줄기 빨간색 다리가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채계산 출렁다리. 게티이미지

‘임순남’은 서로 이웃해 살아가는 전라북도 임실·순창·남원을 이르는 말이다. 순창 북쪽으로는 임실군이, 동쪽으로는 남원시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들 세 도시는 섬진강 젖줄에 기대어 살아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채계산(342m)은 순창과 남원에 걸쳐진 아담한 산으로 마치 책을 쌓아 올린 것처럼 외관이 단정하여 오래전에는 ‘책여산’으로 불렸다. 채계산 출렁다리는 2020년 3월 준공과 동시에 큰 화제몰이를 했다. 산정과 산정을 있는 한 줄기 빨간색 다리가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다 그 아래로 24번 국도가 길게 꼬리를 끌며 지나가는 모습이 미학적 쾌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보는 것만으로 위태로운 채계산 출렁다리는 주탑 없는 산악 현수교로는 국내 최장인 270m 길이를 자랑한다. 출렁다리 중간쯤 오면 계곡을 통과하는 바람이 다리를 심하게 흔들어 심장이 쫄깃 얼어붙는다. 심장이 약하거나 방광이 협소하거나 빈혈이 있는 사람은 감상만으로 만족할 일이다.

한 폭의 산수화런가! 강천산 구장군폭포

▲ 구성군폭포는 먼 옛날 마한의 아홉 장군이 이 폭포에서 죽음을 결의하고 전장에 나가 승리를 얻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게티이미지

대한민국 군립공원 제1호인 강천산(584m)은 오래전부터 순창군민의 1등 피서지로 큰사랑을 받아 왔다. 계곡의 차가운 물은 여름철 물놀이 명소로 이름이 높고 왕복 5km의 ‘맨발산책로’는 숲속의 정취를 만끽하면서 조용히 걷기 좋다.

이곳에는 887년(진성왕1년) 통일 신라의 승려 도선이 창건한 강천사가 있다. 계곡물 건너 부도와 대웅전 앞 오층석탑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고즈넉한 절 마당에 수령 300년의 모과나무가 조용히 그 키를 늘리고 있다. 이 나무는 높은 수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매를 맺을 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과의 조화가 뛰어나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강천사를 지나 가파른 철제계단을 오르면 강천사 구름다리에 이른다. 멀리 전남 담양 금성산성까지 조망이 가능해 방문객에게 큰 사랑을 받는 곳이다. 여기까지 오면 보통은 할 일을 마쳤다는 듯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하지만 진짜 명소는 그 뒤에 있다. 구름다리 광장에서 구장군폭포에 이르는 500m 평지 구간은 행락객이 드물어 깊은 산이 주는 평화를 한껏 누릴 수 있다. 특히 무성한 나무가 만든 초록 터널은 기센 바람이 지나다녀 병약한 사람은 긴 소매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한기가 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계곡 물소리를 친구 삼아 걷다 보면 높이 120m의 구장군 폭포가 위용을 한껏 드러낸다. 3개의 폭포로 이루어진 구장군 폭포는 먼 옛날 마한의 아홉 장군이 이 폭포에서 죽기를 결의하고 싸움에 나가 승리를 얻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