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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희의 詩요일] 인생이라는 이름의 빈 손바닥
공중의 이사/ 정병근 시인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7-01 13:07:24
사다리차가 이삿짐을 나른다
어디에서 어디로 오고 가는지
짐 닿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높은 곳을 오르내리거나
깊은 곳을 퍼 나르는 일은
다리와 등의 일처럼 끝이 없어서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몸은 늙고
인생이라는 이름의 빈 손바닥이 드러난다
지상에서 공중으로 공중에서 공중으로
이어지는 저 무한한 등짐들
누군가의 바닥이자 천정인 카타콤
우리는 어떤 순간에서
정지한 모습으로 발굴될 것이다
철커덕철커덕 누가 펌프질을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공중의 이사(2023)/ 정병근 
 
▲ 해당 시를 바탕으로 빙챗이 생성한 이미지. 
 
높은 곳으로 짐을 옮기는 것과
깊은 곳에서 삶을 길어 올리는 것 중
어느 게 더 힘이 들까?
다리와 등의 일처럼 인생의 작업은 끝이 없다.
일이 힘든 게 아니라 끝이 없는 게 힘이 드는 것이다.
지상에서 공중으로, 공중에서 공중으로 짐이 이어진다.
구름 속의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일 때문에 마음이 고생한다.
끊임없이 옮기고 퍼 나른 대가는 빈 손바닥이다.
충분히 열심히 살아도 아쉽고
방만하게 보내도 아쉬운 게 인생이다.
신은 철커덕철커덕 시간을 길어 올리고
인간은 고생의 기억을 몸에 기록한다.
글 노동자는 굽은 등과 굽은 손가락을 화석으로 남길 것이다.
 
임요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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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꽃밀   2023-07-02 10:26 수정          삭제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 늙고 병든 몸과 빈손바닥만 남는다면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 나는 그저 숨 쉬련다 오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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