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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국가 훈장은 아무나 주면 안 된다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16 06:31:00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훈장과 관련된 영화가 몇 편 생각난다. ‘포레스트 검프’(1994)의 주인공 검프는 베트남전에서 세운 공로로 무공훈장을 받는다. 수여자 존슨 대통령이 검프가 어디를 다쳤는지 궁금해 하니까 검프는 엉덩이를 다쳤다며 상처 부위를 내보인다. 그러자 대통령이 실소하며 황당해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패튼대전차군단’(1971)에서는 장병 앞에서 훈시하는 패튼 장군의 가슴에 훈장이 넘치도록 달려 있는 장면을 보여 준다. 전장에서 혁혁한 공훈을 세운 백전용사의 상징이다.
 
이런 영화들은 훈장을 명예스럽게 여기는 경우이고 반대로 훈장을 출세의 수단으로 여기는 모습이 보여지기도 한다. ‘대야망’(1966)에서는 에이스 조종사에게 수여하는 ‘블루 맥스’라는 이름의 훈장을 받기 위해 음모를 펼치는 주인공을 비행기 사고를 위장해 제거하는 내용이 펼쳐진다. ‘17인의 프로페쇼날’(1977)엔 나치 정권의 최고 등급 철십자 훈장을 받으려는 독일군 장교가 부하 소대원을 사지에 몰아넣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에게 훈장은 자신의 앞길을 밝히는 들러리 도구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움켜쥐려 발악한다. 좋든 나쁘든 아무튼 공통점은 무공으로 훈장을 받는다는 점이다.
 
법원행정처가 김명수 전 대법원장에게 ‘국민훈장’ 수여를 추진하다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고 국회에 거짓 해명한 혐의로 고발된 사건이 현재 수사 중이기 때문이란다. 법원행정처는 “수사와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관행적으로 퇴임하는 공무원에게 퇴직 선물처럼 주어지던 것이 왜 그에게만 예외가 되었을까. 실제로 행정안전부의 ‘2023년도 정부포상 업무지침’에는 수사 중이거나 형사사건으로 기소 중인 공무원에 대해 추천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있다. 행안부는 법원행정처가 ‘국민훈장 수여’를 재요청하면 다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논란이 정리되기 전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이나 교사들은 일정 연수 이상 근무하다 퇴직하면 국민훈장을 수여받는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은 오래 근무해도 훈장을 주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가 관행적으로 저질러 온 차별 행위라고 생각한다. 공무원들은 공복이라는 찬사를 들어가며 사회를 위해 큰 봉사나 희생을 하고 있는 것처럼 인식된다. 그런 평가는 일정 부분 동의할 수는 있지만 일반 국민은 일방적으로 그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요구받거나 책임져야 할 대상인가.
 
·공립학교 교사를 포함해 공무원은 군인·경찰·소방·행정 등 분야는 달라도 일정한 보수와 연금을 받는다. 무료 봉사나 희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한 만큼, 일을 하라고 주는 보수를 받는 것이고 그것의 재원은 국민이 내는 세금이다. 누가 더 낫고 못하고의 관계가 아니라 어느 한쪽이 없으면 다른 쪽의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는 점에서 공무원과 일반 국민은 톱니처럼 맞물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느 한쪽은 퇴직 때 훈장을 받고 다른 한쪽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는 이유가 뭔가. 국민은 공무원이 아니라서? 공무원은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기 때문에? 공무원이 근무 중에 모범이 될 만한 공적을 세웠다면 그에 합당한 포상을 하면 될 일이다. 국민 중에서 공을 세운 경우라면 그 또한 포상받아야 한다. 그래야 공평하다.
 
단지 공무원 근무 연수가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평생을 국민 위해 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예우를 받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공무원에 대한 포상을 하겠다면 국민 역시 평생 동안 세금을 내고 법을 지키며 살아온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 공무원도 국민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봉사한다. 이 말은 공무원을 무시하거나 하는 일이 당연하다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내는 국민이 상대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 소외되어 왔다는 걸 밝히려는 것이다.
 
퇴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를 마칠 때쯤 자신과 부인에게 훈장을 주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매월 1400만 원이나 되는 연금을 받으면서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수십 명에 이르는 경호 인력을 거느리고 있다. ‘전직대통령예우에관한법률’(전직대통령법)에 근거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국민을 보호하지도 못하고 안보·경제를 망친 기억이 더 생생하다. 퇴임 후에도 책 팔고 커피 팔고 빵 팔고 하는 것도 기이한 일이지만 거기에 더해 온갖 정치적 행동으로 세간의 눈총을 받고 있다. 국민 밉상 중에서도 으뜸이다. 소득이 있으면 그에 맞추어 연금 지급을 줄여야 하고 연금이라도 세금은 내야 마땅하다.
 
서훈은 특별한 공적이 있을 때 해야 하고, 공무원·민간인을 구분하는 것은 안 된다. 공직자가 스스로에게 서훈하는 것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공정한 사회로 가는 한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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