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의 시사저격] 한동훈 등장으로 보수층 성공 예감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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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언변과 새 접근법으로 中·首·靑 커버할 것
‘5천만 문법’ 발언 등 민주적 신념 정치 주목돼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2-27 06:31:40

이른바 한동훈 효과는 대단하다.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그가 정치권에 들어오자 기존의 발광체들이 빛을 잃기 시작했다. 지난 2년간 민주당을 호령하던 이재명 대표의 서슬 퍼런 리더십도 시들해지고, 이에 때를 맞춘 듯 전 대표 송영길의 구속 사건을 필두로 소위 ‘86운동권’도 쇠약해지고 있다. 이 황폐한 정치토양을 뚫고 스타로 떠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 때문에 그 위력도 대단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치권에선 개봉박두라는 말을 연상케 하는 긴장감과 기대감이 술렁이는 느낌이다.

반면에 저항의 기운도 만만치 않다. 우선 차기 대권을 노리는 사람들에게는 실존적 위협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조기에 김을 빼서 무력화하려 안간힘을 쓰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표적인 것이 ‘아바타’라는 혹평이다. 또 그의 장래가 당·정 관계의 재정립에 달렸다느니 말을 조심해야 할 것이라느니 충고인지 아닌지 모를 주문도 쏟아지고 있다. 나무에 올라가면 흔드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당·정 관계를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꾸라는 주문은 맞는 말이다. ‘김기현 대표’ 만들기나 강서 보궐선거 참패를 비롯하여 윤 대통령이나 그 참모들의 정치 간여가 실패로 귀결됐고 김건희 여사 문제도 총선 악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정 관계는 정권의 성공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성취하는 방향으로 정립되는 것이 기본이다. 아무 성과도 없이 대통령과 맞붙어 싸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맞붙으면 야당과 언론에는 기가 막힌 불구경 거리가 되겠지만 정권은 망하는 길이다. 따라서 수직이냐 수평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긴밀한 협의 체제가 문제인 것이다. 되도록 소리 소문 없이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다. 따라서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을 만족시키려 하지 말고 성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말조심 충고인데 이것은 넌센스에 가깝다. 한동훈은 일개 행정부 장관이라는 옹색한 환경에서도 과반수 야당의 맹공과 악바리들에게 일기당천으로 담대하게 맞서 강펀치를 날린 용장인데 이제 비좁은 우리에서 나왔다. 더 이상 을(乙)의 입장이 아니다. 소수 여당의 대표로서 정권을 방어하는 장수가 된 것이다. 이제야말로 비좁은 링에서 넓은 그라운드로 나와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찬스가 온 것이다. 그의 똑 부러지는 사이다 발언과 당당함이 그나마 정권의 위신을 지키는 데 기여가 컸다. 예를 들어 민주당의 분별없는 강경파 최강욱이 암컷 발언으로 궁지에 몰리면서도 “바보야, 이것이 민주주의야”하고 강변했을 때 “바보야, 이것이 민주당이야”라며 국힘도 못 하는 강펀치를 날린 것이나, “정치가 국민을 지켜야지 정치인을 지키면 안 된다”거나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범죄자뿐”이라고 통쾌한 정면 일격을 가할 정도의 뛰어난 말솜씨는 그를 스타 자리에 올린 원동력이다. 이런 탁월한 발상과 사이다 발언을 막으려는 시도는 마치 삼손의 머리카락을 자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한동훈이라는 정치 스타의 탄생은 그의 풍모도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그의 뛰어난 언변과 화법의 힘일 것이다. 그를 기죽이려는 야당 의원들의 독설 공세에 대해 ‘여의도 문법·여의도 사투리’라고 깎아내리면서 5000만의 문법을 쓰겠다고 대꾸했다. 이 말은 상당히 철학적이고 그의 가치관과 민주적 신념을 암시하는 말이다. 또 그가 법무부 장관 취임식 때 ‘국민의 피 같은 세금’에 보답해야 한다고 한 말이나 이임식 때 간단한 인삿말에서도 ‘동료 시민’ ‘서민과 약자’ 등을 언급한 것은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솔직히 다른 정치 리더들과는 신언서판(身言書判)에서 큰 차이가 난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험대에 올랐다. 일부에서는 첫 시험문제로 이준석 문제 처리를 꼽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틀렸다. 이준석은 그냥 놔 둬야지 건드릴 상대가 아니다. 이준석은 자기 당과 대통령 공격에 앞장서 왔고 이것으로 방송 출연의 재미를 보아 온 사람이다. 국힘 내부에 있기보다는 외부에 있는 것이 오히려 덜 해로울 것이다. 그가 2030세대를 견인하고 있다지만 한동훈의 견인력으로 충분히 커버될 것이다. 이준석은 정치의 목적이나 가치보다는 컴퓨터게임처럼 맹목적 승부와 자기 뉴스 생산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위험하고 피곤한 상대다. 되도록 터치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한동훈 정치의 새로운 접근법은 이른바 중(중도층)·수(수도권)·청(청년층)을 커버할 것이고 정치 혁신에도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의 성공 예감을 높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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