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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조희대 대법원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2-28 06:31:00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이 정도면 경주 최판사’ 이야기가 생겨나지 않을까. 대법원장이 된 법조인 조희대의 품격을 보는 것은 올해를 마무리하는 대목에서 큰 감동이다. 2023년의 대한민국은 허위와 사술·거짓말과 내로남불·우격다짐 같은 온갖 부정적인 것들이 난무했지만 그런 와중에 한결같이 법조인의 길을 걸어온 조희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로 다가온다.
 
그가 세상을 위해 특출난 일을 한 것은 없다. 1986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된 이후 법관 생활을 계속하다가 2014년 대법관의 자리에 올랐고 마침내 법조 수장이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가 보여 준 것은 명예와 자긍심과 청렴이다. 전설처럼 전하는 ‘경주 최부자’는 여러 대를 이어 가난한 자를 구제하고, 남의 어려움을 이용해 부를 쌓지 않으며 적정 수준 이상의 재물을 모으지 않도록 경계해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이다. 시대와 방식은 달라도 품격이라는 면에서 조희대는 여기에 견줄 만하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비정상이 당연한 듯 난무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그 전력과 자신의 이익과 권력만을 향한 행태 등을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시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일을 외면했다. 각종 공직은 자기편끼리 전리품처럼 나누고 국가 예산은 민심을 사 버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마구 뿌려댔다. 그가 대통령이 된 후 측근 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2018년의 ‘울산시장 선거’ 사건은 국가권력과 그것을 추종하는 부하 세력은 물론 지역의 공권력까지 동원된 거대한 ‘작전’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오래 시간을 끌다가 최근에야 관련자들이 1심 선고를 받았다. 이 사건은 국가권력이 공익을 무시하고 사사롭게 오용된 생생한 사례로 남아 있다.
 
‘드루킹 댓글’ 사건은 민주 사회에 여론을 조작하는 어둠의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드러나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 이후 각종 선거에서는 여론조사나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민주주의의 뿌리 자체를 위태롭게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인 지원 세력을 대표하던 조국은 청와대 민정수석·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거쳤지만 겉보기와 다른 언행으로 논란이 되었다. 상대 진영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다가도 자신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웠다. 공정과 사회적 정의의 화신 같았던 조국은 자녀 입시비리에 온 가족이 가담해 허위 경력을 쌓고 표창장 등을 위조해 행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부인은 실형을 받고 수감생활까지 하는데 그 남편 조국은 영화 만들고 책 출판에 북콘서트까지 열었다. 딸 조민은 유튜브 채널을 열어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고 미안해 할 이유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들고 다녔다. 그들의 겉과 속이 다른 비리 행위도 국민의 분노를 샀지만 죄가 밝혀졌는데도 사죄나 반성 없이 당당함을 주장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상처에 소금 뿌리는 식의 2차 가해였다.
 
조국 가족의 비리에 가담했다가 의원직을 박탈당한 최강욱의 막말과 후안무치한 행동·위장 탈당으로 이른바 ‘검수완박법’의 통과에 일조한 민형배의 복당,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사를 맡았던 특검 박영수의 이권 개입과 구속, 법조 브로커의 농간에 장단을 맞춰 준 권순일 대법관의 재판 거래, 김명수 대법원장의 새빨간 거짓말과 사법부의 왜곡은 제도를 유린하는 행태이다. 청년 세대의 등장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받았던 이준석은 공적인 가치보다는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공학적 계산에 빠져 세대교체도, 정치 지형의 변화도 이끌지 못해 실망을 안겼다. 추미애· 박범계 전 법무장관의 무지막지한 행보도 국민을 짜증나게 했고 위안부 활동을 빙자해 사복을 채운 윤미향, 언론인 출신 김의겸의 무책임한 거짓말 선동도 기록에 남을 일이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판사·검사·교수·장관·국회의원·당 대표급 정치인 등 누구보다도 도덕성을 보여야 하는 사회의 리더들이다. 그런데도 문제가 된 일에 대해 자신의 책임이라고 나서는 경우는 볼 수 없었고 다른 사람의 거짓 주장이거나 불리한 형세를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우겨댔다. 누가 더 나쁘고 사악한가를 경쟁했을 뿐이다.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보여 주겠다는 일념에서였을까.
 
조희대 대법관의 행보가 감동적인 것은 한길을 걸어온 일관성과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릴 정도로 시류에 휩쓸리지 않은 채 오직 법리 만으로의 판단에 충실했다는 점, 대법관을 퇴임하고서도 여느 퇴임자들과 달리 전관예우의 단맛을 보는 길을 무시하고 미래의 법조인을 키워 내는 로스쿨 교수로 재직한 점 등은 우리가 사회의 엘리트들에게서 기대하는 품격과 공직자가 지녀야 할 자긍심의 표본과 같다. 누구나 해야 할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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