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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소설가 공지영의 참회록을 접하니…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01 06:30:50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살다 보니 뜻밖의 일도 생긴다. 소설가 공지영이 자신의 정치적 과오에 대한 참회록을 쓴 것이다. 새로 낸 산문집에서 공지영은 운동권 세대의 특정인을 가리켜 한때는 열렬하게 옹호했지만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밝히면서 자신의 행동이 경솔했다고 후회했다. 하지만 잘못을 반성한다는 말이 하필 책을 출간한 무렵에 맞추어 나왔다는 것이 우연일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또한 그 말에 과연 얼마만큼의 진실이 담겼을까, 어느 순간 또 다른 말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뭔가 기사거리가 될 항목을 일부러 넣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탓이다.
 
그 말의 속마음까지야 헤아릴 수 없지만 운동권 세대의 위선과 후안무치함에 대해 실망했다고 지적하고 그런데도 옳다고 지지했던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웠다고 공개 반성한 것은 보기 힘든 일이다. ‘소설가 공지영’이 좌파 동네에선 나름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에 든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의 이런 지적이 그쪽 동네에 상당한 충격을 미쳤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개딸’들의 맹목적 열광 행태에 비추어 본다면 ‘배신자’ 소리를 듣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그만한 비난쯤은 각오하고 뱉은 말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 ‘오션스’(2001) 3부작이나 ‘도둑들’(2012) 같은 작품에는 머리 좋고 솜씨 좋은 도둑들이 떼로 등장한다. 각각의 역할을 나누어 경비시스템을 뚫거나 금고를 열기도 하고 훔친 물건을 안전하게 빼돌리는 작업에 공을 들이기도 한다. 1960·70년대 영화들은 작전에 성공하고서도 마지막에 욕심 때문에 배신하거나 도둑의 수를 꿰고 있는 경찰의 기발한 역습으로 악당들이 단죄되지만 90년대나 2000년 이후의 영화에서는 도둑들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는 영화 속 도둑들보다 더 좋은 경력·두뇌를 가지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이나 법조인·교수 등이 최소한의 윤리 의식이나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채 거짓말과 우기기, 혹은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기 등의 행태가 일상화되었다. 누가 더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뻔뻔하게 버티는가를 경쟁하기라도 하듯 갖가지 불법과 억지가 난무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는 말을 취임사로 내세웠던 어느 대통령은 자신을 포함한 측근들에게만 기회를 주었고 과정 역시 자신들에게만 유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과는 끼리끼리 나눠먹기였다. 북한 고위층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우리 국민의 복장을 뒤집어 놓고 들은 소리는 ‘삶은 소대가리’라는 무례하기 이를 데 없는 욕설이었다. 대통령이 모욕당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물바가지를 뒤집어쓰는 듯한 좌절감에 낙담했다.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자는 자기가 대통령인양 휘장을 단 공군 1호기를 몰고 여행을 다니질 않나, 디자이너가 만든 고급 옷을 한꺼번에 수천만 원씩이나 주고 샀다질 않나. 그것도 일반인은 구경도 할 수 없는 관봉권(액수 등에 이상이 없음을 보증하는 의미로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 포장을 한 신권 지폐)현금으로 결제했다니 기가 막힌다. 그렇다고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밝힌 적도 없고 옷을 반납한 적도 없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실제로 보여 주기라도 하듯 상식과 경험을 뛰어넘은 일들이 계속 이어졌다.
 
공지영 작가가 지목한 인물로 거론되는 조국과 그 일가는 겉으로 사회적 공정과 정의를 외쳤지만 실제로는 불법과 기만으로 똘똘 뭉친 ‘가족 범죄단’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녀 입시비리에 부모가 버젓이 관여했고 성인이 된 자식들도 그것을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였다. 백번 양보해서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하고 직업적 거짓말을 한다지만 최소한의 도덕성과 양심을 가져야 하는 교수가 학생들 앞에서 언행이 달랐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공 작가가 실망했다고 밝힌 것을 보면 일반 국민을 허탈하게 만든 것은 물론이고 같은 편의 추종자나 지지자에게까지 실망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뿐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법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사법 체계를 조롱하고 있다. 그런데도 맹목적인 추종자들은 오히려 그를 옹호하며, 공천을 기대하는 국회의원들은 주인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개처럼 무조건 복종한다. 추상같아야 할 어느 대법관은 재판 거래에 가담했고 대법원장은 정권 눈치보기와 거짓말로 일관했다. 특검을 통해 대통령을 단죄한 인물이 오히려 감옥에 갔고 국회의원과 대도시의 시장·야당 대표까지 지낸 인물은 비리혐의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좌우의 이념을 넘어 상식과 경험에 대한 배신이고 일탈이다. 아무도 사과하지도, 반성하지도 않는 시절에 그나마 자기가 잘못했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 신선하다고 해야 하나.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자신의 이념적 바탕을 바꾸라고는 할 수 없지만 최소한의 윤리와 상식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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