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의 시사저격] 국민 위 군림하는 민주당의 변종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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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형비례는 단순명쾌 선거원칙 무시한 비상식
특정인 정치일정 맞춤 선거설계로 민주주의 악용
유권자의 직접 선택 배제는 권력 장악 위한 발상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14 06:31:00

이준석과 이낙연이 설 연휴에 귀성객에게 인사한다고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쓴 웃음이 나왔다. 좌파 정권의 총리까지 한 사람이 우파 정당의 대표를 한 사람과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라는 듯이 어색한 미소를 띠고 서 있는 모습은 한 편의 코미디였다. 이 쌍두마차가 어느 쪽으로 달릴지, 얼마나 오래갈지 아무도 모른다.

사실 이준석은 비정상적인 한국 정치 풍토에서나 나올 수 있는 인물이다. 한 번도 국회의원을 못 해 봤고 세 번씩이나 연속 낙선한 사람이 노인 무시 정책을 예사로 발표하며 총리를 지낸 사람까지 끌어들여 창당한 사례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것 같다. 세 번이나 떨어진 지역구(서울 노원병)를 지키겠다고 다짐하더니 그 말도 이제 쏙 들어갔다. 노인 지하철공짜 폐지·여성 군복무 의무제 등 중요한 정책에는 피차에 아무 말도 없이 4개 정파가 구정 전날 허겁지겁 개혁신당이라는 문패를 내걸었다.

이런 두서없는 번개 작전은 이들의 통합 근거가 얼마나 허약한가를 보여 준다. 공통분모가 없다. 그저 기존 정당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것뿐이다. 앞으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의 공천을 따지 못한 ‘오리알’들을 줍는 신세를 면키 어렵다. 이런 정당이 성공한 예는 없다. 대통령 후보감이 없거나 지역 기반이 부실한 정당은 한국 정치 풍토에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왕년에 한가락 하던 이기택·김윤환·신상우의 민주국민당, 박지원·정동영·천정배의 민생당 등 모두 1석도 얻지 못하고 망했다. 의석을 얻더라도 총선 후 분열할 운명이다.

요즘 비례대표를 떡 주무르듯이 맘대로 하고 있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행태도 목불인견이다. 국회의원은 직접·보통·비밀·평등의 원칙에 따라 국민이 직접 표를 찍어 뽑아야 한다. 이것은 영국이 1824년 선거법 대개혁에 착수한 이래 1928년 4차 개혁까지 96년간에 걸쳐 어렵게 이룩한 대원칙이다. (수만 명의 런던시민이 의사당을 포위하여 의회 해산을 요구하고 런던은행의 모든 예금을 인출하겠다고 위협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오리지널 민주제도에 더해 미국이나 영국에는 없는 비례대표제를 고안해 냈는데 이는 독재정권이 과반수 의석을 만들어 내기 위해 만들었던 제도다. 즉 지역구 의석만 갖고는 불안하기 때문에 제1당에게 비례 의석의 3분의 2를 우선 할당하는 제도를 만들었던 것이다. 지역·계층·성별·전문성의 균형을 위한다는 명분을 붙여 오늘에 이르렀으나 실제로는 당권을 가진 실력자의 인사 권력을 강화하고 정치자금을 조달하는 데 이용되어 왔다. 이 제도는 국민이 그들의 대표를 직접 뽑지 않고 정당이 임명토록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병립형은 정당 득표율에 정비례하여 배분하므로 셈법이 투명하지만 민주당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이것을 폐지하고 준연동형이라는 변종을 만들었고 이번에는 통합형 연동형이라는 제3의 변종을 만들고 있는 것이니 오리지널 민주주의와는 더 멀어졌다. 그들은 준연동형이라는 변종도 과반수를 앞세워 단독 처리했고 이번에도 단독 처리를 강행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경기 규칙을 엿장수 맘대로 정하는 것과 같은 반칙 행위다.

통합비례니 연합비례니 하는 변칙은 다른 정당들을 끌어들여 비례 의석을 엮어서 배정하려는 것으로, 이런 정치공학적 변칙은 권력 장악에만 집착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북한 노동당이 거느리고 있는 각양각색의 우당(友黨)제를 연상케 한다. 이 우당들은 필요할 때 동원되는 위장 정당인데 북한은 일찍이 남북(전조선)제(諸)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남북협상)에 대비하여 이런 우당들을 준비했던 것이다. 선거제의 편의적 악용과 변칙은 심하게 나가면 히틀러·레닌·스탈린·김일성 같은 포악한 독재체제를 불러올 수도 있는 위험한 것임을 경계해야 한다.

비례 의석의 의원도 엄연한 국민 대표다. 그것이 어떻게 정해지는지조차 모르고 뽑으라는 것은 신랑도 안 보고 혼인하라는 것과 같다. 깜깜이 선거요 일종의 선거 스미싱(사기)과 유사하다. 이러고도 입에는 ‘민주주의’와 ‘국민’을 달고 다니니 더 통탄해 무엇하랴!

단순명쾌하고 투명해야 할 선거에 정치공학을 적용하여 복잡하게 만들려는 발상 자체가 불건전하고 비상식적이다. 인류가 장구한 세월에 걸쳐 이룩한 민주주의 제도의 고귀함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국민의 대표를 주권자들이 모르는 방법으로, 자기 마음대로 대표를 골라서 다수결에 이용하고 또 그것을 자신의 방탄과 대권 쟁취에 활용하겠다는 발상을 감히 할 수 있을까! 국민 위에 군림하는 한국형 변종 민주주의를 막는 길은 오직 유권자의 각성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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