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의 미국… 리틀 이태원 ‘송탄관광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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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느낌의 그래피티와 담백한 송탄식 햄버거
주한미군과 가족들이 주요 고객인 다양한 상점 눈길

엄재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3 14:28:25

▲ K55 미군기지’ 정문 앞으로 상징인 전투기 조형물이 보인다. 엄재만 기자

송탄관광특구는 한국 속의 미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국적인 문화를 보유한 곳이다. 경기도 평택시 송탄관광특구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당시 평택군 송탄면 신리와 야리 일대(현 평택시 서정동·신장동·지산동·송북동)에 오산공군기지(Osan Air Base)가 조성되면서 K55 미군기지 앞에 기지촌이 들어선 것이 그 기원이다.

오산공군기지라는 명칭은 행정구역상 오산과 무관하다. 오산기지가 들어설 당시 오산이 비교적 큰 도시인데다 부르기 쉽다는 이유로 미군 지도에 표기한 것이 그대로 굳어졌다.

이후 오산시도 평택시도 명칭을 바로 잡아 줄 것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는 않았다. 오산기지는 미국 대통령 방한 시 에어포스1을 주기해두는 곳이기도 하다.

명물이 된 그래피티·송탄식 햄버거

1호선 송탄역 광장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평택국제시장(Hello Market)이 있다. 영어 간판을 단 상점이 줄지어 있는 이곳은 K55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미군과 가족들의 생활 중심지다. 또한 평택항으로 입항하는 외국인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시장 골목을 지나 K55 미군기지 정문까지 300m가량 이어지는 보행자 전용도로가 송탄관광특구 중심거리다.

▲ 국제중앙시장제2공영주차장 건물 외벽을 꽉 채운 그래피티. 엄재만 기자

송탄관광특구 일대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벽화다. 국제중앙시장 제2공영주차장 건물 외벽 가득 그려진 건물 그림은 마치 미국의 어느 도시로 날아 온 듯한 기분에 빠지게 한다.

힙한 느낌의 벽화를 배경으로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곳 외에도 인근 고층빌딩에는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 등 알록달록한 그래피티가 한가득 그려져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평택에는 송탄식 햄버거의 원조 ‘미스리햄버거’가 있다. 미스리 햄버거는 관광특구 맨 끝 구역 신장쇼핑몰 제1공영주차장 바로 앞에 있어 주차가 편하다. 이곳 역시 건물 전체가 눈에 띄는 그래피티에 덮여 있다.

미스리 햄버거 못지않게 ‘미스진 햄버거’ ‘송쓰버거’도 인기가 많다. 송탄식 햄버거는 잘게 썬 양배추 위에 쇠고기 패티와 달걀프라이를 얹은 뒤 캐첩으로 마무리한다.

한국식 햄버거라고도 일컬어지는 송탄식 햄버거는 일반 프랜차이즈 햄버거에 비해 느끼함이 덜 하다. 서구에서는 감자튀김에 곁들이는 토마토 캐첩을 과감하게 햄버거에 뿌려 익숙하면서도 새콤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 신장쇼핑몰 제1공영주차장 옆으로 오래된 철길과 그래피티가 그려진 건물이 보인다. 엄재만 기자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들

미스리햄버거 건물 앞으로 철길이 있다. 지금은 사용이 중단된 이 철길은 송탄역에서 출발해 K55 미군 기지까지 이어진다. 이 철길을 따라 미군 물자가 이동했으리라 짐작된다.

중심거리에는 상점이 집중되어 있다. 지나온 세월을 증명하듯 오래된 점포들이 대부분이다. 미군 관련 물품을 파는 상점이 다수 눈에 띈다는 점이 독특했다. 트로피와 배지·상패를 제작하는 가게와 드레스·양복을 맞춰 주는 의상실이 이곳을 찾는 이의 향수를 자극했다.

한국의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미군 제품과 큰 사이즈의 의류들이 눈길을 끄는가 하면 특이한 디자인의 옷들과 담요는 이곳이 일반적인 한국 도시가 아님을 말해주었다.

▲ 트로피와 배지 명패를 제작하는 상점이 오래된 세월을 인증한다. 엄재만 기자

미군용 의류를 파는 한 상점에 들렀다. 군용 의류답게 튼튼하고 실용적인 바지와 자켓이 진열장에 걸려 있었다. 상인에 따르면 K55 미군기지 주변은 1960년대와 1970년대가 최고 전성기였다고 한다. 당시 미국의 최신 유행을 가장 먼저 접한 도시 중 하나가 K55 미군기지 상권이었다.

60대 중반의 한 상인은 “아버지 때부터 살아왔다. 예전 송탄은 미국의 앞선 문화를 먼저 접한 잘나가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가 많이 위축됐다. 요새 젊은 미군들이 지하철과 기차로 홍대나 부산으로 놀러 가는 것도 침체에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송탄관광특구가 전 세계 미군기지 상권 중에 큰 편에 속한다”며 이곳 상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놓지 않았다.

송탄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기지촌 색채가 많이 옅어지긴 했으나 경기도 남부권에서 미국의 정취를 느끼기에 이만한 도시도 드물다. 이만하면 색다른 여행지로 손색없어 보인다.

엄재만 기자 jmeo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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