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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안에 바다도 보고 근대 문화유산도 만나고 예쁜 카페도 방문하고 싶다면 인천 동구만 한 곳이 없다.
1883년 일제에 의해 인천 중구에 개항장이 들어서자 많은 조선인이 동구로 떠밀려 왔다. 당시 동구에는 도쿄시바우라전기·조선기계제작소·동일방직·삼화제분 등 대기업의 인천공장이 다수 자리 잡고 있어 조선인을 공장 노동자로 기용했다.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밀려들면서 이들 노동력을 바탕으로 동구 전역에 성냥공장·간장공장·고무신공장·술공장 등 중소형 공장이 자리 잡게 되었다. 덩달아 양키시장·미림극장 등 상업시설이 뿌리 내렸으며 싼 가격에 방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배다리에 여인숙 골목이 형성됐다.
배를 대는 다리가 있던 ‘배다리’
국내에는 배다리라는 이름의 지명이 여러 곳 있다. 이 이름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배를 여러 척 이어서 만든 부교’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배를 대는 다리’라는 의미다.
인천 동구 금곡동 일대의 배다리는 후자다. 배다리마을은 경인선 전철이 지나는 배다리 철교 부근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과거 조선시대에 건설된 수문통의 한 축이었다.
수문통은 동구 만석동에서 금곡동 배다리마을까지 이어지는 물길을 가리킨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물고기와 생필품을 실어 나르는 쪽배가 다녔는데 물길의 맨 끝단에 배를 대는 다리가 있어 이곳을 배다리라고 불렀던 것.
하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갯골을 메우고 하수도와 수문을 설치하면서 물길은 사라졌고 지금은 송현동의 수문통로라는 도로명으로만 추억되고 있다. 현재 배다리에서 바다까지는 3km가량 떨어져 있다.
국내 최대 성냥공장 ‘조선인촌’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을 방문하면 목재가 성냥이 되어가는 공정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배다리책방거리 인근의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은 1917년 개업한 조선인촌주식회사 자리에 세워졌다. 조선인촌은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성냥공장으로 신의주와 평양에 지점을 낼 정도로 사세가 컸다.
광복 이후 다른 적산기업처럼 조선인촌이 폐업 절차를 밟자 성냥공장 노동자들이 새로운 성냥공장을 세우기 시작했다. 대한성냥을 비롯해 인천인촌·인천성냥·평안성냥·고려성냥·송현성냥·한국성냥이 이때 생겼다. 당시 인천에 자리 잡은 성냥공장만 10개가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1980년대 불세출의 히트작 불티나 라이터가 등장하면서 성냥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게 된다.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에서는 사라진 성냥의 시대를 조명하면서 그 역사와 성냥 제조 과정 등을 소개하고 있다.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배다리 책방거리
광복 이후 수레에 책을 싣고 다니던 책장수들이 배다리에서 정착해 책방을 열었다. 배다리 책방거리의 전성기는 1970년대로 한때 40여 곳의 헌책방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도시가 팽창하면서 사람들은 신도시로 우르르 몰려갔고 다른 원도심이 그렇듯 이곳도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재 배다리에 남아 있는 책방은 기존 5곳과 새로 문을 연 서점 3곳이 전부다.
1973년 문을 열어 50년째 영업 중인 ‘아벨서점’은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게 일반화된 요즘에도 40년 단골을 거느릴 만큼 마니아 층이 두텁다. 이 모든 게 바닥부터 천장까지 빽빽하게 들어찬 5만 권의 장서 덕분이다. 아벨서점 옆에는 문화예술 자료관 겸 문인들의 사랑방을 겸하는 ‘아벨전시관’이 자리해 있다.
배다리에는 헌책방 말고도 유서 깊은 식당과 박물관·철물점·이발소·문구점 등 노포가 적지 않다. 또한 많은 건물이 카페·공방·갤러리로 리모델링되어 관광객의 발길을 부르고 있다.
특히 여인숙 골목에 둥지를 튼 ‘아트스테이1930’은 낡은 여인숙을 개조해 잇다작은미술관과 빨래터카페로 변신시킨 곳이다. 그 사이에는 마당 격인 쌈지문화공원을 들여 조각작품을 설치했다.
구 인천양조장은 인천탁주의 발생지로 황해도 출신 최병두가 세운 회사다. 최병두는 24세 때 인천에 정착하여 정미업을 하다가 1926년 여러 막걸리 공장을 합병하여 배다리에 인천양조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막걸리 브랜드명은 ‘소성주’다.
인천탁주는 1996년까지 이곳 공장을 가동했으나 막걸리의 가장 중요한 원료인 지하수 맛이 변함에 따라 배다리 공장의 문을 닫고 현재 청천동 공장에서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양조장 구조와 시설은 그대로 놔둔 채 ‘인천문화양조장’으로 간판을 바꾸어 달고 △배다리 생태공동체마을 만들기 △배다리 전통주학교 등 지역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중이다.
경인철도가 지나던 쇠뿔고개
배다리책방거리에서 인천양조장·창영초등학교·인천세무서에 이르는 언덕길이 창영동이다. 창영동의 옛 이름은 우각리(牛角里)로 쇠뿔처럼 휘어진 고개라는 뜻이다. 우리말로 쇠뿔고개라고 부른다.
경인철도가 개설되기 전 인천 사람들은 내동에서 싸리재를 거쳐 다시 쇠뿔고개를 넘어 서울로 향했다. 교통의 요지인 만큼 6·25전쟁 이후 꿀꿀이죽 거리가 형성되기도 했다. 꿀꿀이죽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잔반을 한 데 넣고 끓인 음식으로 배다리를 무대로 활동하던 막일꾼·노동자·피난민·지게꾼의 요긴한 식량이 되어 주었다.
한국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은 고종황제로부터 경인철도 부설권을 따낸 미국인 제임스 모스가 미국인 거상 타운젠트와 함께 한국개발공사를 설립하고 1897년 3월22일 우각동에서 기공식을 가진 것이 기원이다.
그러나 자금난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일제의 경인철도인수조합으로 부설권이 넘어가게 된다. 이후 공사가 빠르게 진척되어 1899년 9월13일 경인선 개통식을 갖게 되었다. 당시 개통된 역은 제물포·축현(동인천역)·우각동·부평·소사·오류동·노량진이었다.
경인선이 개통할 당시 인천의 교외에 해당하는 우각동은 여객 수요가 거의 없었다. 우각동에 역이 생기게 된 것은 순전히 미국공사 알렌의 별장이 쇠뿔고개 꼭대기(현 전도관)에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는 승객도 없는 데다 에둘러 돌아가야 하는 우각동역을 1906년 폐지하고 2년 뒤에는 선로마저 옮겨 버렸다.
1897년 미국의 북감리회 선교사 존스는 한국 서쪽 지역인 인천·강화·남양·황해도 연안의 선교를 위해 우각리에 선교기지를 세웠다. 1900년에는 제물포교회(현 내리교회)의 구 예배당의 건축자재를 재활용해 우각리에 에즈베리 예배당을 건축했다. 그러나 1902년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건물이 소실되자 1904년 2층 규모의 아담한 남선교사 숙소(현 인천세무소 현관 자리)를, 1905년에는 여선교사 기숙사를 건축했다. 여선교사 기숙사는 목재를 레이스처럼 깎아 장식미를 더했다.
쇠뿔고개에는 영화초등학교와 창영초등학교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영화학당(영화초교)은 한국 최초의 근대식 초등교육의 출발지로 1892년 존스 목사와 그의 부인인 벵켈 선교사가 소수의 여학생에게 산수·영어·성경·지구약론·바느질 등을 가르치면서 출발했다.
그 뒤로 각계의 후원이 잇따르면서 1911년 쇠뿔고개에 2층짜리 교사를 올리게 된다. 고색창연한 붉은색 벽돌 건물은 현재까지 영화초교 본관동으로 사용 중이며 시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한편 창영초등학교는 인천 최초의 공립학교다. 1907년 전교생 3명으로 출발한 이 학교는 1919년 3·1운동 당시 인천에서 만세운동을 처음 시작한 곳으로 유명하다. 입구에 ‘독립운동 인천지역 발상지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인천의 새 노을 명소 만석·화수 해안산책로
만석·화수 해안산책로는 오후 5시 넘어 해 질 녘 방문하면 좋은 곳이다. 동구는 만석동과 화수동 해안을 주민에게 개방하기로 하고 6곳이나 되는 조선소를 이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이곳에는 △배 모형 전망대 △소규모 야외무대 △달 그네 포토존 △파도를 형상화한 웨이브데크 등이 자리해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바다 저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이 바닷가의 낭만을 흠뻑 선사하는 곳.
동구 송림동의 쌀디저트카페 ‘참새당’은 소화가 잘되는 쌀을 베이스로 쌀라떼·쌀쿠키슈·쌀에그타르트 등의 독특한 메뉴를 선보인다. 밀가루가 한 스푼도 안 들어간 진짜 건강 디저트 맛집이다.
화수동의 화도진지는 조선 후기 바다 건너편에서 출몰하는 서구의 함선을 감시하는 장도포대와 논현포대를 관장하던 곳이었다. 원래는 인천항의 개방을 요구하는 일본에 대비해 조정에서 어영대장 신정희와 강화유수 이경하에게 진지를 구축하도록 한 곳으로 1879년 완성되었다. 그러나 갑오개혁에 따른 군대 개혁으로 진이 철폐되면서 건물도 같이 철거되었다.
한편 현 화도진은 ‘화도진도’를 참조해 1982년 복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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