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먼 포스터가 펼치는 미래 긍정 건축학 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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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1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서
혁신적인 하이테크 프로젝트로 명성 떨쳐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2 18:37:49

▲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파트너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 임유이 기자

매일 저녁 8시 홍콩 침사추이 산책로로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든다. 빅토리아하버 건너 홍콩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조명쇼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관람하기 위해서다.

오색 조명을 뿜어내는 홍콩섬 수많은 고층빌딩 가운데서도 유독 빛나는 건물이 있다. 1985년 영국령 시기 홍콩에 건립된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그것이다. 이 건물을 설계한 이는 영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

내부를 외부에 내어 준 획기적인 설계

포스터는 내부에 숨겨야 할 강철 구조를 외부로 노출시켜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었다. 건물 중심에 있어야 할 코어를 외부로 이동시켜 밖에서 안을 버티게 한 것이다. 또한 1층 공간을 미련 없이 비우는 모험을 감행했다.

▲ 1985년 영국령 시기 홍콩에 건립된 홍콩상하이은행의 외부와 내부 모습. 임유이 기자·포스터+파트너스

이 공중에 뜬 것 같은 건물 구조는 소유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행인은 건물의 내부를 관통하지만 여전히 외부에 머물러 있다. 사람들이 1층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되면서 홍콩상하이은행에 대한 친밀도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자연광이 중앙 아트리움에 모아지도록 반사경을 설치한 것 역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친환경설계였다.

이 건물은 포스터에게 건축가로서 크나큰 명성을 안겨 주었다. 이후 그는 건축계 그랜드슬램으로 통하는 프리츠커상·영국 왕립건축가협회(RIBA) 로열 골드메달·미국건축가협회(AIA) 골드메달 등을 싹쓸이하게 된다.

흙수저로 태어나 영국 귀족이 되기까지

포스터는 1935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페인트공이었고 어머니는 빵집에서 일했다. 그는 맨체스터 대학교를 거쳐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예일대학교 동문들과 함께 건축 그룹 팀 4(1962)를 결성하게 된다.

▲ 광택 처리된 스테인리스 스틸 캐노피가 돋보이는 마르세유 구 항구. 포스터+파트너스

▲ 매의 날개를 형상화한 자이드국립박물관 아부다비 구조물 모형을 둘러 보는 관람객들. 임유이 기자

이 그룹은 첨단 기술에 기반한 혁신적인 하이테크 프로젝트로 이름을 떨쳤다.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 틸라이언스 컨트롤스(1967)가 있다.

현재 노먼 포스터는 2000명이 넘는 규모의 건축 스튜디오 ‘포스터+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다. 이 회사는 건축설계뿐 아니라 도시설계·엔지니어링··산업디자인·인테리어·조경 등 수십 개의 전문 스튜디오로 특화되어 운영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건물 상당수가 노먼 포스터의 손을 거쳤다. △매의 날개를 형상화한 자이드국립박물관 아부다비 △런던 최초의 환경친화적 빌딩 30세인트메리액스 △지속가능성과 고전미의 융합 스페인의 옴부 △광택 처리된 스테인리스 스틸 캐노피가 돋보이는 마르세유 구 항구 △40만㎥ 매립지 위에 조성한 홍콩 서구룡문화지구 △혁신적인 유리 돔의 독일국회의사당 △자연광의 아름다움을 십분 살린 영국박물관 대중정 △스티브 잡스와 공동으로 설계한 미국 애플파크 등 내로라 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이러한 공로로 그는 영국 왕실로부터 1990년에는 기사 작위를, 1999년에는 남작 작위를 수여 받았다. 흙수저로 태어난 그가 실력 하나로 영국 귀족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60년간 500여 건의 프로젝트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