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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희의 작가노트] 외로움이 고통이라면 고독은 자긍
임요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26 06:30:30
 
▲ 임요희 시인·소설가
외로움은 인간의 핵심 감정이 아니었다. 동양은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라 해서 기쁨·노여움·슬픔·즐거움·사랑·미움·욕심까지만 인간의 감정으로 인정했다.
 
서양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영어권에서는 16세기까지 ‘Lonely(외롭다)’라는 표현이 없었다. 정치철학자 김만권 교수(타우마제인 3)에 따르면 심지어 이 표현이 생겨난 17세기에도 자주 쓰이는 단어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존 레이라는 박물학자가 출간한 있지만 잘 쓰이지 않는 영어 단어집’(1674)에 실릴 정도였다.
 
외롭다는 감정은 산업혁명과 궤를 같이한다. 19세기 중·후반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면서 대도시화가 진행되었고 이 과정에서 소외된 대중(mass)이 출현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몰려들었지만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가 공평하게 돌아가기는 힘들어서 실업자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위 백수가 된 이들은 자신이 쓸모없는 데다 뿌리마저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외롭다는 감정에 눈뜨게 됐다. 해 뜨면 밭 갈고 해 지면 잠드는 시골생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외로움은 사회적 현상이 되어 가고 있다. 외로움 속에서 눈떠 외로움 속에서 잠드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1인 가구라고 해서 다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혼자 있다는 생각이 고통을 준다면 그 감정은 외로움이 맞다. 하지만 혼자 있음을 즐기고 나아가 혼자 있음에 자긍심을 느낀다면? 그것을 우리는 외로움과 분리해 고독이라고 표현한다.
 
▲ 외로움은 산업혁명 시대의 발명품이다. 게티이미지
  
헨리 데이빗 소로(1817~1862)는 산업혁명 직후 미국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노동 지향’ ‘성공 지향에 염증을 느끼고 숲으로 들어가 홀로 집을 짓고 자족하는 삶을 살았다. 그는 겨울철 나무의 나이테 개수를 세다가 폐렴에 걸려 숲에서 세상을 떠났다. 죽음까지 드라마틱했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대표작 월든에서 성공적인 자기 고립의 삶을 이야기했다. 외로움과 달리 고독은 즐길 만한 것으로 이에 관해 단순하게 살기 숙고하며 살기 밖을 이해하기 위해 내면 들여다보기 자연과 친해지기 자기만의 프로젝트 도전하기 등과 같은 조언을 남겼다. 썩 괜찮은 외로움 처방전이다. 특히 마지막 조언! 나만의 프로젝트를 찾는다면 잡다한 인간관계가 도리어 귀찮게 느껴질 것이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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