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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8·15광복 이후 정부 수립, 6·25전쟁과 빛나는 산업화 시기를 거쳐 대한민국은 오늘에 이르렀다. 격동의 한반도, 美CIA 요원으로 그 한복판에서 활약한 마이클 이 박사의 숨 막히는 체험…. 북한 정권의 실체와 광주5·18 등 좌경 친북세력이 주도한 사건들에 관한 증언과 분석,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소용돌이 속 한반도의 미래에 관한 그의 이야기들이 값지다. 이에 美연방정부 공무원으로 살아온 40년 세월을 담은 그의 저서 ‘CIA와 대한민국’을 지면에 연재한다.
124군부대의 정체
1965년 송추 무장간첩 사건 때의 일이다. 서울 시경 대공요원들이 덮쳐서 3인조 간첩들 중에서 한 명이 생포되고 두 명이 심한 총상을 입은 채 북으로 도주했는데 그들의 이름은 이재영과 우명훈이라고 앞에서(CIA와 대한민국[15]) 언급했다. 그들은 북으로 도주한 2년 후인 1967년 4월에 평양시 근교 상원군 공포리에 인민군 총참모부 정찰국 소속으로 124군부대를 창설했다.
이 부대는 전국 군부대 내에서 사상이 투철하고 신체 강인한 2400명의 병력을 차출해 구성됐다. 124군부대는 2400명의 인원을 각 300명씩 8개 기지로 분리한 다음 위에서 말한 평양 근교 상원군과 황해북도 연산군에서 대남공작 특공대로 비정규전 유격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북한에서는 대대적인 대남 기습 작전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 작전계획에 참여한 인물은 김창봉 민족보위상·최광 인민군 총참모장·오진우 인민군 총정치국장·허봉학 노동당 중앙위원회 대남사업총국장·김정태 총참모부 정찰국장·이재영 124군부대장, 그리고 우명훈 제6기지장이었다.
이들은 일차로 황해북도 연산군에 있는 제6기지의 인원을 남파할 것을 결정하고 대원 76명을 뽑아 그들을 5개조로 구성하여 제1조는 청와대, 제2조는 미국대사관, 제3조는 육군본부, 제4조는 서대문 교도소, 그리고 제5조는 서빙고 보안사 분실을 기습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 후 상부 지시로 최초의 계획을 취소하고 남파 대원의 규모를 김신조를 포함한 31인조로 축소하여 청와대 기습 작전만을 실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 31인조는 즉시 구체적인 작전 계획을 세우고 실전 예행연습을 했는데 사리원에 있는 황해북도 인민위원회 청사를 사전예고 없이 기습하여 12명을 사살하고 남조선 간첩들의 소행으로 위장했다.
소위 ‘김신조 특공대’의 31인조 무장 공비는 1968년 1월13일 정찰국장 김정태의 명령을 받고 황해북도 연산군의 제6기지를 떠났다. 그리고 1968년 1월17일 밤중에 비무장지대(DMZ)를 통과해 미2사단 전방 고랑포 부근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의 철조망을 공병가위로 절단한 후 남한 땅에 침투했다.
이들은 국군 복장을 하고 야간에만 이동을 계속해 1968년 1월19일 오후 2시에 삼봉산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법원리 부락민인 나무꾼 네 사람과 마주쳤는데 그들을 죽일까 말까를 의논하다가 얼어붙은 땅을 파고 시체를 묻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그냥 살려 두기로 했다. 그러고는 나무꾼들에게 “남조선에서 곧 반란이 일어나 공산주의가 승리하는 세상이 된다”고 말하고는 절대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산을 내려가게 해 주었다. 그러나 나무꾼들은 하산하자마자 법원리 창현경찰서에 신고를 했고 경찰과 국군25사단 병력이 동원되어 수색 작전을 개시했다.
한편 31인조 공비들은 노고산을 넘어 20일 아침 7시에 비봉산에 도착했다. 그들은 거기서부터 2인조·3인조로 분산하여 이동하다가 승가사에서 재집결해 1월21일 저녁 8시에 청와대에서 불과 800m 떨어진 청운동 세검정 고개까지 접근했다. 거기까지 오는 동안 그들은 도중에 경찰과 군인들을 만났지만 국군 복장을 한데다 특수훈련을 마치고 귀대하는 방첩대라고 속여 아무런 마찰 없이 지나올 수 있었다.
무장공비 소탕 작전
공비들이 세검정 고개 자하문을 지나려고 할 때 신고를 받은 종로경찰서 수색대가 도착해 불심검문을 하게 되었다. 경찰 수색대를 진두지휘하던 종로경찰서장 최규식 총경이 국군 복장을 한 공비들의 소속과 신분을 확인하려고 하자 그들은 뻣뻣한 태도로 소속과 신분이 궁금하면 자기들의 부대까지 동행하자고 했다.
직감적으로 그들이 수상하다고 느낀 최규식 총경이 권총을 빼 드는 순간 때마침 77번 시내버스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세검정 고갯길로 올라오고 있었다.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을 보고 공비들은 그것을 수색대 지원 병력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소지하고 있던 기관단총을 발사하고 수류탄을 투척하는 바람에 최규식 총경과 옆에 있었던 정종수 경사가 전사하고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 중 여러 명이 죽거나 부상을 입었다.
이렇게 해서 공비 소탕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초전에 공비 5명이 사살되었으며 나머지 인원들은 흩어져 인왕산·비봉산·의정부 일대로 도주했다. 김신조는 국군 6사단 병력이 동원되어 그들을 추적하던 중에 1월22일 새벽 3시 인왕산 근처 민가에 숨어 있다가 생포되었다. 그는 수색대원들에게 발각되자 수류탄으로 자폭하려고 했으나 수류탄이 불발했다.
김신조가 검거되고 난 뒤에도 서울 북부 경기도 일대에서 1월31일까지 소탕 작전이 계속되었는데 31명 공비들 중에 생포된 김신조 외에 1명이 자폭했고 28명이 사살되었으며 한 명은 살아서 북으로 도주했다.
당시 31인조 공비들이 소지한 무기는 기관단총 31정·실탄 9300발·TT권총 31정·대전차 수류탄 252발·방어용 수류탄 252발·단도 31개 등이었다.
작전 중에 남한 측에선 군·경·민 합해서 26명의 사망자와 6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에는 종로경찰서장 최규식 총경과 15연대장 이익수 대령도 포함된다. 소탕 작전에 동원된 병력은 군·경 합해서 총 1만9213명이었다.
김신조는 생포된 1월22일 오후 7시에 수갑을 찬 채로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박정희의 목을 따러 왔수다” 하며 기세등등한 태도로 나이는 26세, 생년월일은 1942년 6월2일, 본적은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동, 소속은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정찰국 124군부대 제6기지로 육군 소위이고 부모는 직조공장 노동자 김중엽과 이분옥, 아래로 세 명의 여동생이 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 공비 소동이 일어난 기간 중인 1월23일에 원산 앞바다 공해상에서 미국 해군의 정보수집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푸에블로 호가 북한에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 이후에 남한에서는 북한의 비정규전에 대비하기 위해 1968년 4월1일에 250만의 향토예비군이 창설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155마일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전역에 새로운 철책이 설치되었으며, 미국 공군의 최신예기 팬텀이 한국 공군에 배치되었고,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 군사 원조 1억 달러를 추가로 긴급 지원했다. 그 당시 한국의 연간 수출 총액이 3억2000만 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었다.
김신조와의 만남
생포된 김신조는 공비 소탕 작전이 끝난 후에 대방동 502군사정보단 수용소로 후송되었다. 그곳에서 내가 그를 4개월간 심문했다. 그는 북한에서 교육받은 그대로 철두철미하게 남한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고 있었으며 매사에 반항적이고 비협조적이었다. 그는 체포될 때 자폭에 실패한 것을 원통하게 생각했고 청와대 기습 작전에 실패한 것을 위대한 수령 김일성에 대한 말할 수 없는 불충으로 생각했다.
그의 반항적인 태도 때문에 나는 1주일 이상 고생을 했다. 정상적으로 심문을 할 수 없어서 우선은 그를 회유하고 설득하는 일에만 신경을 썼다. 그는 자결하겠다며 식사를 거부했다. 그리고 수용소 감방 벽에 머리를 부딪고 손목의 혈관을 이빨로 물어뜯는 등 온갖 소동을 벌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선 밀림에서 생포돼 철장에 갇힌 맹수의 분노와도 같은 게 느껴졌다. 결국 수용소 측에서는 그가 자해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감방 바닥과 사면의 벽을 모두 매트리스로 덮고 24시간 수갑을 채운 채로 특수 감시장비를 통해 그를 감시했다.
프로필
△ 美 연방정부 40년 근속
(DIA(Defense Intelligence Agency·국방정보국) 16년·CIA(중앙정보국) 24년)
△ 1976년 미국 외무고시 합격
△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정치학 박사
△ 美 국무성 동아시아 문제 수석연구원
△ 美 국무성 외교연수원 교수
△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관
△ CIA 한·미 안보협력 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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