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여성기자로 여성잡지 ‘신여자’를 창간한 김원주(김일엽·1896~1971)는 평안남도 용강군에서 목회자의 딸로 태어났다. 일엽(一葉’)이라는 필명은 이광수가 일본의 문인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의 이름을 따서 지어 준 것이다.
1920년대 당대 최고의 이슈 메이커로 주목받던 일엽은 1933년 돌연 불교계에 투신한다. 만공 스님은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며 “일엽이 백련처럼 성품이 바뀐 후에 세상에 나서라”는 말을 해 준다.
일엽 스님은 스승의 뜻에 따라 주저 없이 절필하였고 승가 안에서 아무런 지위도 직책도 맡지 않았다. 그러던 스님은 만공 스님이 열반에 든 지 15주년이 되던 어느 날 하늘 같고 바람 같은 스승을 기리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은 ‘어느 수도인의 회상(1960)’ ‘청춘을 불사르고(1962)’ ‘행복과 불행의 갈피에서(1964)’ 등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오랜 시간 세속에서 모습을 감췄던 일엽 스님의 글이 발표되자 세상은 다시 뜨거운 관심을 쏟아냈다. 잊힌 줄 알았던 온갖 스캔들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아들을 사칭한 자가 조잡한 책을 펴냈고 쓰지도 않은 가짜 자서전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하지만 일엽 스님은 초연했다.
“호들갑 떨 것 하나 없다. 김일엽 이름 석 자가 뭐라고….”
‘꼭꼭 묻어둔 이야기- 나의 스승 일엽 스님’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세간의 시선·편견·모멸을 어떻게 견디고 주변을 감화시켰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승복 입은 대학생으로 일엽 스님의 손상좌였던 월송 스님(1957~)의 구술을 조민기 작가가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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