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TV토론 내달 10일… ‘언론 기피’ 해리스의 최대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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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해리스 동지와의 토론을 위해 급진좌파 민주당과 합의했다”
커닝페이퍼 없는 정면대결… ‘발언차례 아닐 때 마이크 오프’ 쟁점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8 17:13:36

▲ 미국의 양대 정당 대선 후보가 내달 10일 첫 TV토론을 가진다. 즉흥 연설에 강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에 비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언론 인터뷰를 피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눈앞의 프롬프터 등 준비된 원고 없이 공개 발언을 한 후 자질논란이 불거지곤 했다. 연합뉴스

▲ 2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 당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프롬프터 원고를 보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위한 찬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11월 대선을 앞두고 내달 10일 양대 정당 후보의 TV토론이 열린다. 자신에게 적대적인 방송사임을 문제 삼아 한때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 글에서 “카멀라 해리스 동지와의 토론에 대해 급진 좌파 민주당과 합의했다”며 특유의 독설과 위트 섞인 표현을 이어 갔다.

트럼프는 “이 토론이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업계 최대 불공정 ABC 가짜뉴스가 생중계할 예정”이라면서 “ABC방송에선 공정·공평한 토론이 될 것이라며 아무 쪽에도 질문을 미리 주지 않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서서 하는 토론, 노트·커닝페이퍼 소지 불가 등 조 바이든과의 CNN TV토론 때와 동일한 규칙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발언 순서 아닌 후보의) 마이크 오프’ 문제 역시 해결된 것처럼 말했으나 해리스 측에선 논의 중인 사안으로 답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토론 내내 ‘마이크 온’ 이어야 한다는 게 해리스캠프 측 입장이었다. 바이든 측 요청으로 CNN 토론 때 채택된 ‘마이크 오프’ 규칙인데 결국 트럼프에게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NYT에 따르면 해리스캠프의 아마르 무사 대변인이 성명에서 “두 후보 모두 내실 있는 토론을 위해 ‘마이크 오프’ 반대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면서 “트럼프 후보는 캠프 실무자가 자신을 무시하도록 놔 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트럼프가 “지난번과 똑같이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는 소식이 워싱턴포스트(WP) 등에 실렸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내겐 중요하지 않는 문제”라면서도 “마이크를 켜 두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한 상태다.

29일 해리스와 러닝메이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CNN 합동 심층 인터뷰도 주목된다. 지난달 등판한 해리스의 첫 공식 언론 인터뷰다. 준비된 원고나 눈앞의 프롬프터가 없을 때 공개 발언을 피해 왔으며 그간 유세 현장에서 질문을 받지 않아 화제였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해리스는 유세 일정에 동행한 기자들과 전용기 안에서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전제로만 이야기를 한다. 반면 트럼트는 자신에게 덜 적대적인 언론·방송, 심지어 인기 게임 스트리머 인터넷 생방송에 출연하는 등 매체를 안 가린다. 12일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의 대담이 전 세계 온라인 중계됐다.

해리스는 지난달 바이든의 재선 도전 포기 이래 경합주 중심으로 10여 곳 유세를 했지만 신문·방송 인터뷰에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후보직이 거져 얻어지다시피 한 처지에서 더욱 적극적 언론 접촉을 원할 수 있으나 피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이와 관련해 설왕설래가 많아지자 해리스캠프 측에서 이달 내 첫 인터뷰를 하겠다고 밝힌 게 8일이었다.

지난 수년 공개 석상 발언 영상들을 보건대, 해리스에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식의 달변·웅변가 풍모나 트럼프 류의 임기응변 능력이 보이지 않는다. ‘컨벤션 효과’ 등 호의적 여론을 최대한 길게 이어가려는 의도로 해석됐으나 더 이상의 언론 기피란 불가능하다. 29일 인터뷰와 내달 TV토론이 해리스의 최대 고비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8일 플로리다 마러라고 별장 기자회견에서 1시간 동안 12개의 질문을 받은 것 역시 해리스와의 차별화 행보로 풀이됐다. 트럼프는 이날 “해리스가 언론을 피하고 있다”며 “바이든보다 무능하다. 인터뷰할 능력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도 유세 현장 취재진을 향해 “해리스가 질문에 답하지 않아 여러분들이 외롭겠다”며 농담하기도 했다.

해리스에겐 언론 인터뷰가 득보다 실이 된 경우가 많았다. 2021년 NBC 인터뷰에서 불법이민 문제와 관련해 ‘왜 국경에 가보지 않았나’ 사회자가 묻자 맥락 없이 “난 유럽에도 안 가 봤다”며 웃음을 터뜨려 자질 논란을 불렀다. 2022년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전쟁 발언에선 답변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2019년 민주당 내 대선 경선 당시 흑백 인종통합 교육 시스템에 관해서도 논리 혼돈을 보였다. 집 근처나 원하는 학교 대신 흑인·백인 어린이가 섞이도록 배정해 버스통학을 하게 만든 좋은 의도였으나 해리스에겐 아픈 기억을 남겼다. 훗날 흑인 명문 하워드대에 진학해 정서적 안정을 얻었다고 회고할 만큼 인종 정체성 스트레스를 키운 제도였다. 그럼에도 경선 토론에서 해리스는 바이든이 상원의원 시절 이 제도를 반대한 사실을 비판하며 “내가 바로 그 통학버스의 소녀였다”고 울먹였다. 기존 입장과 모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