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시 내달 맨하튼 ‘웜비어 길’ 청원 검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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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엔 北대표부 입주 건물 앞거리가 반인권 피해 상징이 될 수도
다큐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 출연자 이소연, 市교통위 출석 예정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8 17:10:35

6월 미국 뉴욕 주유엔 북한대표부 건물(디플로맷센터) 앞에서 열린 웜비어 추모식. 뉴욕시가 '오토 웜비어 길' 지정을 검토하는 맨해튼 2번 애비뉴, 44번가다. 연합뉴스

▲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가 '오토 웜비어 길' 지정을 검토하는 맨해튼 2번 애비뉴, 44번가 '디플로맷 센터' 주변으로 행인들이 지나고 있다.

▲ ‘웜비어 길’ 지정 청원을 주도한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대표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 7월 미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주유엔 북한대표부(디플로맷 센터 건물 내) 앞길을 ‘웜비어 길’로 지정해달라는 북한인권단체의 청원에 뉴욕시 관련 기구가 공식 논의 작업에 들어갔다. 27일(현지시간) 뉴욕시에 따르면 맨해튼 커뮤니티보드(주민자치회) 6지구 교통위원회는 내달 4일 회의를 열어 2번 애비뉴와 44번가 교차 사거리의 남동쪽 코너를 오토 웜비어 추모의 길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에 검토를 진행한다.

2016년 1월 당시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생 웜비어는 관광차 방문한 북한 평양의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선전물(김씨 부자 포스터)을 허락 없이 챙겼다가 체포된 후 그해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2017년 6월 억류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풀려났으나 귀국한 지 엿새 만에 숨졌다. 웜비어 부모의 집념어린 노력 등에 힘입어 이른바 웜비어법이 2022년 미 의회를 통과해 전 세계 북한 자산을 동결·처분할 수 있게 됐다.

6월17일 북한인권단체 뉴코리아여성연합이 북한대표부 앞길에서 웜비어 사망 7주기 추모 집회를 열었으며, 이미 유가족과 협의해 주유엔 북한대표부 앞길을 웜비어길로 지정해 달라는 서한을 뉴욕시장 및 뉴욕시 의원 60여 명에게 보낸 상태였다. 거리명 지정안은 시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먼저 해당 구역을 담당하는 커뮤니티보드 교통위원회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뉴욕 외교공관 인근엔 정치적 상징성을 지닌 인사 이름을 붙인 선례들이 있다. 맨해튼 3번 애비뉴 67번가 코너는 소련의 핵물리학자 출신 반체제인사 안드레이 사하로프와 인권운동가였던 부인 옐레나 보네르의 이름을 따 ‘사하로프-보네르 코너’로 명명됐다. 구 소련대표부가 있던 곳이다. 중국 영사관 소재지인 12번 애비뉴 42번가는 톈안먼 시위 희생자들을 기려 ‘톈안먼 광장 코너’로 이름 붙여졌다.

이번 교통위 회의에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가 출석을 요청받았다. 이 대표는 “아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탈북민 엄마로서 웜비어 유가족과 아픔을 공유한다”며 “내달 4일 회의 때 화상으로 참석해 웜비어 길 지정 필요성을 적극 설득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웜비어 길 지정안 추진이 2019년 뉴욕시의회 공화당 소속 의원 주도로 추진됐으나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뉴코리아여성연합가 지지 서명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벌인다.

한편 이 대표는 다큐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 출연자이기도 하다. 북한에 남겨진 아들이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진 처지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지난달 미 TV예술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제76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두 탈북 가족의 탈출과 강제 북송, 이들을 구출하려는 한국인 목사 김모 씨의 노력, 지상낙원이라고 믿고 자란 조국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사연, 특히 아들을 구출하려는 엄마 등 드라마틱한 요소가 가득하다. 1월 독립영화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등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미 공영 PBS을 통해 전역에 방영되기도 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