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이 ‘계엄설’ 유포하는 野… “집단 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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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인사들 계엄 주장 지속에 與 ‘발끈’
野 내놓은 근거 보니 ‘차차 제시할 것’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03 14:09:29

▲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함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발(發) ‘계엄’ 주장에 여야 대립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뚜렷한 근거 제시 없이 윤석열정부가 계엄을 준비 중일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당·정은 “집단 실성” 등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야당을 강력히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3일 “(민주당이) 지지자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 멀쩡한 상황에서 계엄을 하는 대통령이 어디 있나”며 “민주당이 계엄령을 걱정해야 할 만큼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1심 판결이 내달 나올 예정인 가운데 민주당이 지지층 결집용으로 계엄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의원 한 명도 제대로 된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며 “기껏 생각해낸 논리라곤 박근혜정부 때 기무사 계엄문건 사건을 끌어들이면서 그 때 검토했으니 지금도 그럴 것이란 수준의 얘기뿐이다. 기무사 문건 사건은 증거 하나 찾지 못해 아무도 처벌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일”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계엄 준비설이 사실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친명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3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8·15 경축사 때 반국가세력이 있다고 말했고 최근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이젠 이걸 끝내야 한다’(고 했다)”며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윤건영 의원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계엄 준비설’은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발언에서 시작해 확산됐다. 그는 지난달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갑작스레 지명하고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이란 발언도 했다”며 “이런 흐름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게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주장했다.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최고위원도 김 후보자 등 계엄령 키맨들이 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이라며 “대통령 탄핵 상황이 오면 계엄령 선포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후 이 대표도 1일 여야 대표회담에서 “종전 (박근혜정부 말에) 만들어진 계엄안을 보면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국회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며 계엄 준비설에 가담했다. 2일 박선원 의원은 최근 한남동 경호처장 공관을 특전사령관·방첩사령관 등이 방문했는데 출입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했다며 “계엄 얘기를 하지 않았나”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계엄 준비설을 뒷받침할 명확한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김민석 최고는 ‘근거를 차차 제시할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만 내놨다.

계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 77조 1·3항에 따라 대통령은 전시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 77조 3항에 의하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즉각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22대 국회의 범야권 의석은 전체 300석 중 192석이다. 이 대표 주장대로 야당 의원들을 체포하려면 최소 42명을 체포·구금해야 한다. 더구나 국회의원은 헌법 44조에 따라 불체포특권이 있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체포·구금할 수 있다. 체포동의안 통과 또한 의석 과반의 민주당이 결정권을 갖기에 42명 체포·구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공당 대표가 날조된 유언비어를 생중계로 유포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직격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게도 많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야당이 지도부부터 모두 집단으로 실성했다는 이런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비꼬았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