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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앙숙들의 계산법… 시간벌기 vs 속전속결
서방과 관계 개선이 절실한 이란… 체면유지 수준의 보복
敵뿌리뽑기 나선 이스라엘… 신속·주효한 타격만이 살 길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09 06:00:15
 
▲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을 이끌어 온 에스마일 가니 사령관 행방이 묘연해 하마스·헤즈볼라 수장 제거와 함께 이뤄진 이스라엘의 작전 결과인지 주목된다. 이스라엘의 3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폭격 당시 사망 내지 부상당했을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란 내부에선 심리적 공황 상태가 감지되고 있다. 로이터
 
서방 외신들의 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에스마일 가니(67) 사령관의 행방이 묘연하다. 앞서 이스라엘과 아랍권 언론은 그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 당시 헤즈볼라(레바논 무장정파) 고급 지휘관들과 함께 죽었거나 크게 다쳤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서방 매체들이 확인에 나섰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이란 양측 모두 아직 긍정도 부인도 없다. 
 
이스라엘과의 확전을 우려하며 군 최고 경계 태세가 내려진 가운데 가니 사령관 사망설에 이란 내부는 술렁이고 있다. 최근 레바논 베이루트를 방문 중이던 가니가 3일 헤즈볼라 차기 수장으로 거론되던 하심 사피에딘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폭격 이후 연락두절이다. 이란 언론이 베이루트에 주둔 중인 한 혁명수비대 인사 말을 빌어 “구성원들 사이에 번지는 심리적 공황”을 언급했을 뿐이다.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에 폭사 당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사촌이자 유력한 차기 후보였던 사피에딘 생사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사피에딘 수색 작업마저 이스라엘에 막혀 있다고 헤즈볼라 집행위원회의 마흐무드 크마티가 이라크 국영TV에 출연해 말했다. 그는 “(가니 사령관 행방과 관련해) 진실을 찾고 있다”며 난감한 상황임을 내비쳤고 헤즈볼라 차기 수장 선출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은 이라크·시리아·레바논 등지의 친이란·반이스라엘 무장조직에 자금·무기·훈련·대테러작전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2020년 미국에 암살 당한 이란의 국민영웅 가셈 솔레이마니의 후임이 가니였다. 로이터통신은 여러 이란 안보 당국자를 인용해 가니 사령관이 최근 베이루트를 방문했으며 사피에딘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진 3일 폭격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보도했다. 
 
가니 사령관은 나스랄라 폭사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헤즈볼라 사무실을 방문했다. 공개 석상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4일 나스랄라 추모를 위해 최고지도자(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집전한 금요예배에 나타나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사망 내지 중상을 입지 않았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일이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 아래 하마스 지원사격 차원에서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했다. 이 때문에 현지 주민이 1년째 피란 중이다.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불만을 가중시킨 요인의 하나가 됐다. 이에 이들의 안전한 귀가를 목표로 내세운 이스라엘은 지난달 23일부터 헤즈볼라 근거지에 대대적 공습을 감행했으며 1일 이래 레바논 영내 지상전까지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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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전쟁 발발 1년을 하루 앞둔 6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레바논 국경을 찾았다. AFP·EFE 통신이 ‘전선 확대 불사’ 취지와 싸울 의지를 드러낸 그의 연설을 보도했다. 이날 네타냐후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서안 지구를 포함한 일대에서 “놀라운 일들”을 하고 있다면서 “신의 도우심으로 함께 싸울 것이며 함께 이길 것”을 자신했다. 
 
전날 대국민 영상 연설을 통해선 “‘문명의 적들’에 맞서 자위권을 행사 중”이라고 재천명됐다. 네타냐후는 하마스·헤즈볼라·예멘 후티(반군), 서안지구, 이라크·시리아의 시아파 무장세력 등 반이스라엘 전선을 거론한 후 “이들 뒤에 서 있는 게 이란”이라며 궁극적 주적이 이란임을 분명히 했다. 이란은 나스랄라 폭사에 대한 보복으로 이달 1일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약 200발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이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불구대천의 앙숙인 이란과 이스라엘은 저마다의 고민과 셈법을 가졌다. 전면전을 치를 역량이 충분치 않으며 서방과의 관계 개선이 우선인 이란에 비해, 이스라엘은 속전속결로 끝장을 봐야 할 처지인 듯하다. 7월 이래 가공할 정보력·작전력으로 반이스라엘 세력에 심대한 타격을 주면서 네타냐후와 리쿠드 당 지지율이 상승세다. 인질 구출에 성과를 못 낸 채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만 늘어 네타냐후는 국내외적으로 고립되고 있었다.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몰렸다가 기사회생 중인 형국이다.
다만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시간은 이란 편으로 보인다. 2022년 기준 8855만 명인 이란 인구가 꾸준히 노동인구를 늘려 갈 전망인 반면, 약 956만 명 이스라엘 인구는 구성이 불균형하다. 병역과 경제활동을 거부한 채 세금에 기대 전통을 고수한 삶을 영위해 온 하레디(이스라엘 내 128만 명)도 다자녀 원칙으로 빠르게 수를 늘려 왔으나, 이들을 먹여살릴 납세자들(세속 유대인)의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하다. 지난 1년 하레디 병역 의무 촉구를 둘러싼 문제 또한 이스라엘을 시끄럽게 했다.
이란으로선 확전을 피하며 체면을 세우고 국민을 달랠 정도의 보복이 필요하다. 1979년 이슬람혁명 성공 이래 이란은 행정수반(대통령) 위에 절대 권위의 최고지도자를 가진 독특한 신정(神政) 공화국이다. 44년째 서방과 척을 지다 보니 풍부한 역사·문화 자산과 인적 잠재성을 꽃피우지 못했다. 경제난도 한계에 달했다.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강렬히 원하는 민심이 6월 조기 대통령선거에서 예상 밖 인물인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를 당선시켰다. 전면전을 최대한 피하고 싶은 게 속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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