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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일본·대만 등 주요 경쟁국들은 각국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그동안 이러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부족했다. 최근 국민의힘이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다만 이를 통과시키기 위한 과정에서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법안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 규제 예외 조항이다. 반도체산업은 기술개발과 생산이 시간에 쫓기는 작업이다. 특히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연구개발은 한순간도 멈출 수 없다. 그럼에도 현재 주 52시간 근로제는 이러한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주 52시간 규제가 R&D 성과를 올리는 데 큰 제약이 된다고 지적해 왔다. 미국·대만·일본 등의 경쟁국들은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 ‘화이트칼라 면제’ 조항을 두어 근로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 이는 그들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근로시간 규제완화는 노동계의 반발에 발목을 잡혀 있다. 노동계는 근로자의 건강과 권익 보호를 앞세워 주 52시간 근로제를 예외 없이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장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산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예외를 두는 것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미국 엔비디아와 대만 TSMC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이 연구개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24시간 가동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의 기업들이 이러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유연한 근로시간 운용이 필수적이다.
이번 특별법은 또한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투자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미국·일본·대만 등 주요 경쟁국들은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은 반도체산업의 발전에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현재 세금 혜택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받는 데 그치고 있다. 이번 법안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준다. 이는 우리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 또한, 반도체 클러스터의 인허가 절차 간소화, 시스템반도체 지원 강화 등도 이번 법안에 포함되어 있어 전반적인 산업 지원 체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 간 정치적 이견으로 법안 처리 속도가 늦어지는 상황은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안이 제대로 통과되지 않으면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여야는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번 ‘반도체 특별법’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반도체는 단순히 한 산업 부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경쟁력의 바로미터라는 점을 여야 의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로벌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산업계·정치권·노동계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산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안 통과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여야가 정치적 이해를 넘어 국가 미래를 위한 대승적 협력을 실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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