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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경찰로 이관된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 관련 수사력 논란은 ‘민주노총(민노총) 간첩 사건’ 1심 판결로 수면위로 드러났다. 10년 동안 국정원이 내사 등을 통해 밝혀낸 사건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첩되며 결국 ‘일부’만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에도 시시각각으로 진행 하고 있는 북한의 안보위협을 극복하기 위한 국정원 대공수사권 회복이 절실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5일 스카이데일리가 김남덕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으로부터 받은 연구 자료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민노총 간첩 사건 1심 판결 주요 내용(6일 판결)’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석 모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2018년부터 2022년까지 102차례에 걸친 지령문과 대북 보고문을 북한과 주고받았다. 그는 국가기밀 군사 시설 정보 등을 수집했으며 북한 ‘문화교류국’ 지도를 받아 금속노조·기아차 같은 현장 노조를 동원하고 진보당 세력을 늘리라는 지령문도 받았다.
1심 판결까지 국정원 수사관들이 10여 년 넘은 고도의 내사·휴민트(인간정보)·과학 수사법을 동원해 일부를 밝혀낸 기여분이 컸다. 일각에서는 대공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지 않았다면 사건 경위를 알아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함께, 2022년 민노총·창원·제주 간첩단 등 ‘3대 간첩단’ 사건도 국정원이 수사 본격화 이후 북한의 연계 혐의자 100여 명을 포착했으나 대공 수사권이 박탈로 수사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도 재부각했다. 현재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어 조사권만 남은 상황이다. 간첩에 대해 정보가 있어도 이의 조사만 가능할 뿐이다. 이에 현장에서는 “간첩이 눈 앞에 있어도 잡지를 못하는 꼴”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는 전언도 이어진다.
연구를 진행한 김 위원은 통화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지하조직을 구성한 민노총 전·현직 핵심 간부들이 그 영향력을 발휘해 100만 명이 넘는 조합원이 소속된 국내 최대 노동단체를 순수 노동단체가 아닌 북한 지령에 이념 투쟁을 하게끔 조직을 장악해 민노총을 체제 전복을 위한 핵심 도구로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 대공 수사권의 회복이 절실하다고 본 김 위원은 “대공 수사는 단순한 범죄 수사와는 차원이 다른 10년 혹은 20년이 걸릴 수도 있는 장기간의 시간이 요해지는 것으로 외국 정보기관과의 협력·첩보망 구축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경찰과 합동수사하는 별도의 안보수사청을 개설하는 것 보다 국정원이 간첩을 잡을 수 있도록 대공수사권을 온전히 돌려주는 방식의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경찰은 2020년 12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도록 법이 개정된 이후 유예기간인 3년 동안 국정원과 합동수사를 했다. 올해 1월 대공 수사권이 본격 폐지되자 경찰청 안보수사국이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수백 건의 사건을 직접 검토하고 있다. 이달까지 혐의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집행한 건수도 한 건도 없었다. 김 위원에 따르면 경찰 내부에서도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통상 10년의 기간을 두고 시작하는 대공 수사의 특성상 순환 보직 등을 하는 경찰 인사 구조상 이의 수행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승진·인사이동 등으로 간첩 혐의자 등을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이 어렵고 대공 수사 분야를 꺼리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경찰청 안보수사국 과장과 대장의 실제 안보 수사 경력은 과장급과 대장급이 각각 평균 1년과 1년 6개월에 불과하며 경찰청 안보수사국 계장급 이상 및 각 시도경찰청 안보수사대 과장·대장 등 전국의 간부급 안보 경찰도 손에 꼽히고 있다. 안보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들 사이에서 “경찰 단독으로는 ‘직파 간첩’ 조직 사건이나 큰 사건은 절대 못 한다” “안보수사국장 등 간부는 거의 1년 주기로 교체되고 있으며 이들도 홍보에만 치중하고 있다”라는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전총련(전국대학총학생회연합)·범청학련(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과 같은 간첩 의혹 단체의 제대로 된 조직구조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보안’이 핵심인 대공 수사 업무 관련 국정원·경찰 간 정보 공유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실무자 제언이 나왔다. 대공 수사업무에 한해서만큼은 국정원이 전담하도록 국정원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보 수사에 능통한 소식통은 통화에서 “수사권이라는 게 조서를 쓰고 수사국에 통보하여 검찰 이의 기소를 결정하는 과정인데, 해당 정보화 과정은 철저하게 ‘보안’에 해당하는 상황”이라며 “대공 수사권을 통해 해외기관 등과도 수시로 연락해야 하는데, 정보를 공유할 경우 정보독점이 되지 않아 추후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도 “북한의 간첩 공작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간첩 통신 감청·암호해독·사이버 교신 등 대북 과학 정보와 방첩 정보 수집 및 분석 역량은 국정원의 독보적 자원”이라며 “국가안보와 국익 보호를 위해 합법과 비합법 영역을 가리지 않고 간첩 활동을 탐지하고 색출해야 하지만, 합법 활동 조직인 경찰에서 이를 수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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