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어쩌나… 속도전 속에 드러나는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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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 상향‧공공기여 확대… 주민 부담은 더 커질 뿐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8 14:08:28

▲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송마을 5단지 아파트의 한 집을 방문해 주민의 고충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13개 구역을 ‘정비사업 선도지구’로 선정하면서 재건축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2027년 착공‧2030년 입주를 목표로 속도전을 내세우며 시작됐지만 추가 분담금 부담‧이주 대책 미비‧주민 갈등 등 해결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28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날 수도권 5대 신도시 중 33년 만에 재건축을 시작할 단지들을 선정했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에서 총 13개 구역‧3만5987가구가 대상이다. 주민 동의율과 공공기여‧ 주차대수 등이 주요 평가 항목으로 작용했다. 분당에서는 샛별마을‧양지마을‧시범단지가 선도지구로 지정됐고 평촌과 중동에서는 주민 참여도가 높은 단지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민들은 노후화된 아파트에서 벗어나 새로운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분당 샛별마을 주민들은 “30년 넘게 불편했던 환경이 개선될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면에는 공공기여 확대와 용적률 상향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 특히 추가 분담금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1기 신도시의 기존 용적률은 평균 300~350%로 선도지구로 지정되면서 더 높은 밀도를 적용받는다. 일산 주민들은 낮은 용적률 상향폭을 두고 불만을 표출한 반면 분당 주민들은 지나치게 높은 용적률이 오히려 사업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추가 용적률은 공공기여와 맞물려 있어 주민들이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형 평형 단지에서는 이 비용이 더욱 증가해 주민 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용적률 상향이 지역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부촌과 비부촌 간의 재건축 속도 차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이주는 또 다른 문제다. 정부는 2027년 이전에 이주를 완료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이주민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은 부족하다. 국토교통부가 기존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건축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규모 이주로 인해 주변 임대시장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수도권의 전셋값 상승과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전세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건축이 본격화되면 이주민 수요 증가로 전‧월세 시장이 더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건축 과정에서 주민 간 갈등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평형별 지분 문제‧상가와 아파트 소유자의 입장 차이‧조합 설립 과정에서의 이견 등은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사업성 확보를 위해 공공기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특별정비계획 수립과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구체적인 이주 대책과 주민 의견 수렴이 필수적이다. 12월 발표 예정인 광역 교통 개선 방안과 이주 대책이 이런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