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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개발사 오픈AI와 그것의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深度求索) 측이 AI훈련을 위해 오픈AI 데이터를 무단 수집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딥시크는 저비용으로 오픈AI·구글 등 미국 기업의 것에 필적한 성능의 AI앱을 내놓아 업계에 충격을 줬다. 미 앱스토어에서 챗GPT를 제치고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딥시크에 당장 ‘오픈AI 데이터의 도용’ 의혹이 제기됐다. 패권대결로서의 기술경쟁이 격화한 모양새, ‘중국 제어의 때’를 놓친 만시지탄의 순간이기도 하다.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오픈AI의 데이터가 딥시크와 관련된 그룹에 의해 허가 없이 취해졌는지 오픈AI·MS가 조사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픈AI는 중국에 기반을 둔 기관들이 자사의 AI도구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빼내려는 여러 시도를 목격했다며 그 중 하나로 ‘증류(정제)’(distillation)라는 기술적 과정을 꼽았다. ‘증류’란 특정 AI모델이 다른 모델의 출력 결과를 훈련에 쓰면서 유사한 기능을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MS 보안연구원들 역시 작년 가을 딥시크 관련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오픈AI 앱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사용해 대량의 데이터를 빼돌리는 것을 지켜봤다고 증언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AI기능을 자기들 프로그램이나 앱에 넣을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API이며 사용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오픈AI는 자사 시스템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다른 누군가가 사용해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할 기술을 구축하도록 방치하지 않을 태세다.
벌써 의심되는 계정들을 막았으며 MS와 협력해 배후 주체를 파악했다는 게 오픈AI 측 설명이다. 이에 더해 딥시크가 “우리 데이터를 무단 수집했을 가능성”이 있고 서비스 약관 위반 증거를 검토 중이라며 오픈AI는 “적과 경쟁자가 최강의 미국 기술을 탈취하려는 노력을 막기 위해 정부와의 긴밀히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경계 자세를 분명히 했다.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AI·가상화폐 정책 총괄 ‘차르’(막강한 권력자)로 임명된 데이비드 색스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딥시크가 오픈AI 모델에서 지식을 증류했다는 상당한 증거”를 파악했다며 확신을 드러냈다. 아울러 “향후 몇달간 우리 주요 AI 기업들의 증류방지 조치를 보게 될 것” “그것이 이런 ‘모방’ 모델들의 발전속도를 늦출 것”이라면서도 “효율적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딥시크가 보여준 것은 사실” “우리 AI기업들 또한 그것들을 배워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튿날엔 오픈AI 성명이 중국 기업들의 미 경쟁사들 기술 활용 및 모방 실태를 짚으며 “AI 선도자로서 우리는 출시 모델에 어떤 최첨단 기능을 포함할지 신중하게 처리하는 등 지식재산 보호 조치를 하고 있다. 적대국과 경쟁자들의 기술 탈취 시도로부터 가장 유능한 모델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앞서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으로부터 딥시크로 인한 국가안보 우려를 살피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이미 1800개 이상의 모델을 제공 중인 MS가 개발자들을 위해 딥시크 AI모델 중 하나인 ‘R1’의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 추가를 발표했다. 이로써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협업하며 코드를 공유할 수 있는 깃허브(GitHub)에서 사용 가능해진 것인데, R1의 일부 기능이 작년 출시된 오픈AI의 추론AI ‘o1’보다 우수하다고 평가돼 긴장감을 더한다. 로이터통신은 MS의 ‘R1’ 모델 추가에 대해 오픈AI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했다.
한편 비용과 성능 혁신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딥시크의 성공 배경을 영국 BBC방송이 자세히 분석해 눈길을 끈다. 요약하자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가 중국에게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고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정보기술매체 테크놀로지리뷰에 따르면 약 2년 전 수출금지 조치가 내려졌을 때 딥시크는 엔비디아 AI칩 A100을 상당량(1만∼5만개 추정) 비축해 둔 상태였다. 서방의 선진 AI모델들이 특수칩 약 1만6000개를 사용하는 반면, 딥시크에선 특수칩 2000개와 수천개 하위 칩만으로 AI모델을 훈련했다고 한다.
마리나 장 시드니공대 부교수는 “수출통제가 중국 AI기업들이 혁신하도록 만들었다. 더 적은 반도체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도 ‘딥시크 쇼크’의 주요 배경이다. 기술강국 야망 아래 시진핑정부는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해왔으며 장학금과 연구보조금 제공, 산학협력 장려 등 AI인재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딥러닝(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분석해 학습하는 기술)을 위한 국가적 지원 시설 및 프로그램이 AI전문가 수천 명의 신속한 양성에 결정적이었다고 지적된다.
딥시크의 경우, 저장대 출신의 창립자 량원펑을 비롯해 연구개발 인력 139명이 대부분 자국 명문대 출신의 국내파들이며 ‘과학기술=애국’ 의식도 강한 세대에 속한다. 특히 량원펑은 중국 소셜미디어의 새로운 AI스타트업 문샷을 세운 칭화대 출신 양즈린, 미 MIT대 교수 허카이밍과 함께 ‘중국 3대 AI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딥시크의 최신 모델 R1 공개 시점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일(20일)인 점도 다분히 의도가 엿보인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AI 전문가 그레고리 앨런은 중국 측의 메시지 타이밍과 전달 방식에 주목하며 “대중 수출통제 효과 무효” “미국이 AI분야 글로벌 리더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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