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국내서 돈 벌며 국내법 외면하는 ‘외국계 기업’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31 00:02:30

국내에서 영업 등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 및 제공하면 국내법을 준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 위법 소지가 있다면 국내법을 우선 적용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해외에 본사를 둔 사업자, 이른바 ‘외국계 기업’이 이를 따르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 벌이는 서비스나 판매하는 상품에 문제가 생겨도 외국 기업은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묘한 수법으로 국내법을 회피하고 있어 이들 서비스를 이용하다 피해를 당한 국내 소비자가 그 피해를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다.

외국계 온라인 여행사에서 이러한 현상이 도드라졌다.

최근 트립닷컴을 통해 해외 호텔을 예약한 고객은 숙박까지 기간이 석 달 남짓 남은 예약을 취소했다. 예약 후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취소했기 때문에 국내법에 따라 전액 환불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행사는 개별 상품 약관을 이유로 예약 취소를 거부했다.

국내에서는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1항, 계약 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해당 계약에 관한 청약 철회 등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다. 문제는 여행사가 분쟁 시 근거로 활용하는 약관에 ‘각 여행 상품마다 다른 이용 약관이 적용된다’고 명시한 점이다.

이는 예약 과정에서 언급된 개개의 상품 약관 내용이 취소 불가의 내용을 담고 있으면 예약 생성 후에는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것은 국내법과의 관련성은 전혀 찾을 수 없는 내용이다.

트립닷컴은 개별 예약의 약관을 통해 ‘본 예약은 변경이 불가능한 상품으로 취소 시 요금이 환불되지 않는다’는 환불 불가 조건을 붙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 지사를 둔 트립닷컴이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해 고객이 트립닷컴과 상품 예약이라는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계약은 대한민국 법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서버와 법인이 해외에 있는 외국계 기업으로 국내 소비자와 국적이 다를 경우 계약 거래 당사자 간 어느 국가의 법이 기준이 되는지를 분명하게 약관에 명시함으로써 법적 효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논란이 발생하면 계약 내용의 해석 및 적용의 기준이 되는 준거법을 정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외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내법에 대한 책임 회피를 통해 발생한 피해를 방관하며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

계약 당사자의 동의나 상호 간의 협의가 전제되어야 할 약관에는 국내 소비자를 기준으로 한 국내법도 외국 기업의 본사 소재지 국가의 법이나 제3국의 법도 아닌, 예약건별로 약관이 다르게 적용된다고 표기돼 있어 의견 차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국내법뿐 아니라 어느 나라 법률도 그에 의거해 해석할 수 없도록 했다.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돈을 벌고 있다면 국내 기업과 다름없다.

외국에 본사를 두고 있어 이들의 영업 방식이 외형상 외국계로 분류될지라도 대부분 인력을 국내에서 충원해 국내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 및 제공하고 있다면 국내 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다.

더욱이 이들이 국내 소비자에게서 엄청난 이윤을 취하고 있는데도 국내법을 지키지 않고 위반해도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자율 규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면 문제다. 이를 근거로 외국계 기업이 법적 책임을 외면할 경우 소비자를 극심한 피해로 몰아넣고 법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국내 기업엔 명백한 역차별이 될 수 있는 만큼 이 사각지대의 최소화가 시급하다.

이유경 기자 leey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시대의 금기를 깨는 정론지 스카이데일리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만들어집니다.

정기 후원 독자께는
스카이데일리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초대, 할인 혜택 등을 드립니다.

매월 5만 원 이상 정기 후원 독자께는
스카이데일리 신문과
스카이데일리가 발행하는 최신 단행본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