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위기 심화… 중견 건설사 도미노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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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사 연쇄 도산과 대형사 실적 악화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26 11:39:41

국내 건설업계 위기가 심각하다.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중견 건설사들이 연이어 무너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도 적자로 전환하는 등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부토건은 1948년 설립된 국내 토목·건축공사 1호 면허 보유사로 상징성이 큰 건설사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삼부토건은 자금난에 시달리다가 24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삼부토건은 도로 및 주택 건설 사업을 꾸준히 이어왔으나 2020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재정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 678억 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이 838.5%에 달하면서 끝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전북지역 4위 건설사인 제일건설도 지난해 12월 부도를 맞았다. 이후 이달 19일부터 법원의 허가를 받아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증가로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경영이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 브랜드 ‘파밀리에’로 유명한 신동아건설도 지난달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63빌딩을 시공했던 중견 건설사로 2019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5년 만에 다시 위기에 빠졌다. 시공 능력 평가 58위의 탄탄한 기업이었지만 불과 60억 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하면서 회생 신청을 하게 됐다.

경남지역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 역시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1948년 설립 이후 도로‧철도‧항만 등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펼쳐왔지만 공사비 급등과 미수금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시공 능력 평가 103위인 이 회사도 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이처럼 중견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가장 큰 원인은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경기 침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졌다. 2020년 12월 102.04였던 건설 공사비 지수는 2024년 12월 130.18로 27.6% 상승했다.

특히 2021~2022년 공사비 급등 시기에 착공한 사업들이 지난해 마무리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23년 만에 1조2209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어닝 쇼크’를 맞았고 대우건설과 금호건설도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거나 적자로 전환됐다.

전문가들은 중견 건설사의 위기가 올해 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견 건설업체 2000곳 중 47.5%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3년 연속 이자도 내지 못한 기업이 20%를 넘었다.

정부는 올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1조2000억 원 줄이면서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공사 물량이 급감하면서 버티는 기업들도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며 “지금은 계열사가 없는 중견·중소 건설사라면 언제든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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