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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갤러리단정(대표 이영란)이 이민 작가 초대전으로 새봄의 문을 연다.
갤러리단정은 개관 첫해인 2022년 5월 이민 작가의 첫 번째 초대전을 성공리에 치른 후 2023년 영국 ‘에든버러아트페어’에 함께 참가했다. 이번 전시는 이민 작가와 함께하는 세 번째 초대전이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것은 지난 4년간 이민 작가가 꾸준히 탐구해 온 ‘장소성’과 연계해 ‘제주 판타블로 시리즈’ 300점의 완성을 기념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장소에 대한 작가의 탐구 정신
작가에게 장소는 창작과 영감의 원천이다. 특히 풍경화 속 장소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화가의 추억과 상상력을 작품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중요한 모티프가 된다.
서양미술사에도 시대마다 큰 변화를 몰고 왔던 화가들이 낯선 도시를 여행하거나 근거지 변화를 통해 창작의 기틀을 삼았던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이민 작가에게 첫 번째 영감을 준 장소는 광주 양림동이었다. 광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조선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자신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독창적인 ‘판타블로’ 기법으로 재현했다.
서양화의 색채와 판화 고유의 선으로 표현한 ‘양림동 판타블로 시리즈’ 99점은 광주의 과거를 추억하는 시민은 물론 ‘회화에 가까운 판화’의 감성에 매료된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성황리에 전시를 마친 이민 작가는 영감의 원천을 제공한 장소, 양림동에 그 영광을 돌렸다. 작가는 사비를 더해 1억 이상을 기부한 후원자들의 모임, ‘아너소사이어티’에 그림 판매 수익 전액을 기부했다. 그의 기부금은 광주 미혼모 시설에 전달되었다.
이 일로 이민 작가는 화가로서 첫 번째 아너소사이어티 기부자라는 명예를 얻었다.
작가가 선택한 두 번째 창작 장소는 제주다. 제주의 풍경은 그가 일본 동경의 판화 명문대 ‘다마미술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는 동안 경험했던 일본의 도시·바다·자연과 닮아 있었다.
그 강렬한 첫인상에 끌린 작가는 서귀포 ‘이중섭미술관’ 레지던시 작가로 1년간 머물게 되었다. 작업은 계속되어 4년간 총 300점의 ‘제주 판타블로 시리즈’를 완성했다.
양림동에서 근대사회 서민 삶의 무대로서 도시 골목과 풍경을 담아냈다면 제주에서는 △한라산의 강인함과 부드러움 △좁은 골목과 검은 돌담 △해변의 거센 파도와 고즈넉한 항구 △태풍과 야생화 등 자연 질서의 양면성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이번 전시에는 제주를 보다 가까이 느끼기 위해 제주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대부분의 날을 제주에서 보낸 그의 열정적인 창작 활동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별 중에 발견한 섬의 밤 풍경
이번 갤러리단정 전시 작품 중에는 그동안 선보인 제주 작품과 달리 유독 제주 밤 풍경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는 제주와 이별을 준비할 무렵부터 맑고 화창한 관광지로서의 제주보다 △안개 자욱한 해안도로 △세찬 비가 내리는 마을 △조업을 마치고 돌아와 잠든 포구 등 밤의 풍경이 더 애잔하게 다가왔다는 소회를 밝혔다.
처음 작업할 때 화려하고 강인하게만 보였던 제주는 결국 육지를 그리워하는 ‘섬’이기에 그에 내재된 그리움과 슬픔이 고유한 장소성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제주 판타블로 시리즈’를 시작할 때의 풍경은 분명 양림동의 풍경과 달랐다. 그러나 제주를 더 깊이 품어 안을수록 작품을 관통하는 정서는 결국 양림동 풍경과 맞닿아 작가의 내면에서 조우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작가는 ‘화순’을 발견했다. 올봄부터 이민 작가는 자신이 태어나고 뛰어놀던 화순 운주사 주변과 어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장소, 지금 자신을 키워 준 영감의 저 밑바닥, 고향으로 작품 여정을 떠난다. 그 끝이 언제일지 작가 자신도 알 수 없다.
다만 광주 양림동과 제주가 그러했듯 ‘화순 판타블로 시리즈’ 역시 현대인들에게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작품일 거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 이민 작가
국내 및 일본에서 다수 개인전을 열었으며 이우환 작가의 전속 갤러리인 일본 ‘시로타 갤러리’의 전속 작가로 1995~2001년 활동했다. 1984년 삼성문화재단을 시작으로 대영제국박물관·동경오페라시티·요코하마미술관·포틀랜드미술관·주뉴질랜드대사관·주호주한국대사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최근에는 독일·홍콩·영국 등 해외 미술계에 독창적인 ‘판타블로’ 작품을 알리는 데 노력 중이다.
◆ 판타블로란
단순한 듯 화려한 색감과 강인한 선이 특징인 판타블로(PanTableau)는 이민 작가가 창안한 개념이다. 판(Pan)은 판화를 뜻하는 ‘판’과 전부를 뜻하는 접두어 ‘pan’의 중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타블로(Tableau)는 프랑스어로 ‘회화’를 뜻한다. 즉 판타블로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회화를 의미한다. 판타블로는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예술이자 판화와 회화를 접목한 이민 작가만의 고유한 표현 기법이다. 판타블로는 판화지만 손바닥 압력을 이용해 제작하므로 복제가 불가능해 회화적 특성을 지닌다(특허청 상표등록 제40-1514437·제40-1151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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