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한국이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순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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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정치전문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05 00:02:40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도다.” 1945년 7월16일 트리니티 핵실험에서 인류 최초의 거대한 인공 불기둥을 목도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Robert Oppenheimer)가 했다는 말이다. 미국은 오펜하이머 주도 아래 뉴멕시코주(州) 로스앨러모스에서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세계 첫 핵개발에 성공했다.

핵무기는 등장과 동시에 그 위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미국은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한 단 두 발의 원자탄만으로 태평양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각각 15kt·21kt의 폭발력을 가졌던 두 핵탄두는 히로시마·나가사키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희생자는 각각 14만·7만 명에 달했다.

미군이 자국 본토에 상륙할 경우 ‘1억 총옥쇄’를 별렀던 일제(日帝)는 핵무기의 위력 앞에 두 손 두 발 들고 말았다. 단 1kt라 해도 파괴력은 재래식 폭탄을 아득히 넘는다. 1kt의 폭발력은 2020년 8월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화학물질 폭발 사고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막을 내리게 한 미국은 핵무기를 바탕으로 초일류 강대국의 위치에 우뚝 섰다. 그런데 핵보유국의 지위를 노리는 또 다른 나라들이 있었다. 영국·프랑스·중국·소련(러시아)이었다.

당초 영국은 자국 학자들을 맨해튼 프로젝트에 파견해 미국의 핵개발을 도왔다. 배경에는 완성된 핵기술을 미국이 당연히 공유해 주리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트리니티 실험이 성공하자마자 미국은 ‘핵 통수’를 날렸다. 1946년 의회에서 맥마흔법(McMahon Act)을 통과시켜 핵기술 해외 반출을 원천 금지한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마치 영국 놀리려는 듯 같은 해 태평양 비키니 환초에서 공개 핵실험을 단행했다.

대로한 영국은 자국 학자들을 미국에서 철수시켰다. 또 학자 중 한 명인 독일계 영국인 클라우스 푹스(Klaus Fuchs) 등을 통해 핵탄두 설계도를 입수했다. 푹스는 소련 스파이였다는 게 통설이지만 영국에도 협력한 정황이 최근 드러나고 있다. 자체 핵개발에 착수한 영국은 1952년 핵실험에 성공했다.

영국과 대대로 앙숙 관계인 프랑스도 핵개발을 서둘렀다. 프랑스는 1960년 해외 영토인 알제리에서 핵실험을 실시했다. 중국은 미국에서 수학하고 미 국방과학위원회 등에서 근무하다 귀국한 천쉐썬(錢學森) 등을 통해 1964년 핵실험을 단행했다. 2차 대전 종전과 동시에 미국과의 냉전에 돌입한 소련은 푹스를 통해 핵기술을 확보해 1949년에 이미 세미팔라틴스크에서 핵실험에 성공한 터였다.

‘죽음이자 파괴자’ 반열에 오른 이들 5개국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를 좌지우지하게 됐다. 이에 자극받은 이스라엘·인도 등도 핵을 개발하고 강자의 반열에 올라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8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전격 선언했으나 주변 아랍국들은 예상을 깨고 자중했다. 인도는 비동맹 세력 수장으로 군림 중이다.

반면 비핵보유국의 설움은 말할 것도 없었다. 1994년 부다페스트 안보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수년 째 자국에서 전쟁 치르고 있다. 각서 서명 이전까지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다. 1994년 우크라이나에 안전보장을 약속했던 강대국들은 현재 나 몰라라 하거나 심지어 러시아를 편들고 우크라이나를 반(半)식민지화 하려 하고 있다.

여당을 중심으로 비핵보유국인 우리나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1994년) 당시 우크라이나의 구소련 핵탄두 1900기 등 핵시설을 러시아로 이전·폐기하는 대신 경제원조 5억 달러와 안전보장 약속을 받았다. 그 안전보장 당사자인 러시아는 2014년 크리미아 반도를 침공해 병합하고 2022년 우크라이나 본토를 침공했다”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일 SNS에서 “핵무장은 군사적 선택이 아닌 국가 생존의 문제”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자체 핵무장을 위해선 행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중국에 ‘셰셰’ 하자는 정신으로는 제2의 우크라이나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파리를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는가”라는 말처럼 우리는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자주국방 정신만이 살길이다.

오주한 정치전문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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