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야당 대표 호위무사’ 지역구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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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정치전문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02 00:02:40

기자는 국회와 지근거리에 임시 거주 중이다. 공교롭게도 해당 지역 국회의원은 야당 대표 ‘호위무사’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다.

기자의 거주지는 언뜻 보기엔 평범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기자도 집주인과 계약 맺을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약 1년 반 동안 목격한 풍경은 충격적이었다.

이사 첫 날 기자가 대낮 길거리에서 얼핏 들은 두 무리 청년들의 대화 주제는 ‘뽕’이었다. 이들은 행인들 눈치는 보지 않는 듯 “내가 언제 어떤 환각제를 했네”라는 취지의 발언을 거리낌없이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 상가에서는 여성 화장실에서 낄낄거리며 뛰쳐나오는 두 젊은 남성이 있었다. 누가 봐도 성범죄 후 도주 혹은 ‘몰카’를 설치하고 나오는 것으로 해석되는 장면이었다.

길거리에는 밤낮 할 것 없이 ‘몰카’ 의심 행위가 횡행했다. 혹자들은 기자의 단골 편의점 안에서 창밖 행인들을 향해 ‘매우 수상한’ 자세로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대기 일쑤였다. 밖에서 배회하다가 편의점 안에 쫓아 들어와 꼿꼿이 서서 대놓고 타인 얼굴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비추는 나이 어린 남성도 있었다. 남성 화장실 창밖에 서서 안쪽을 향해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고 있는 여성도 있었다. 두 팔에 ‘큰 문신’을 새긴 채 다른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남성 입에서 나온 말은 “영상 편집”이었다. 설령 수사기관에 걸리더라도 편집해서 조작하면 그만이라는 취지였다.

‘절도’도 만연했다. 단골 편의점에서는 툭하면 품 속에 각종 물품을 쑤셔넣은 채 계산도 하지 않고 보무당당히 걸어 나가는 남녀노소를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사장이 있는 앞에서 말이다. 기자가 사장께 “여기 자원봉사하는 곳이냐”고 물어보았을 정도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했던 사장님의 대답은 한층 걸작이었다. “경찰에 신고도 해 봤지만 (절도범이 너무 많아서) ‘그런 일로 신고하지 말라’는 말만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관할 지구대의 순찰 빈도는 가뭄에 콩 나는 수준에 그쳤다. 대단히 수상쩍은 행동으로 기자의 취재 대상이 된 이들이 적반하장으로 기자를 경찰에 신고하는 사례도 잦았다.

각종 기행이 하루에만 수십·수백 건씩 벌어지기에 일일이 기억하기도 나열하기도 어렵다. 근래의 클라이맥스급 사건은 지난달 30일에 있었다. 그날 오후 늦게 단골 편의점에 들렀다가 나서는데 생면부지의 어린 남성 세 명이 돌연 기자에게 말 그대로 ‘메롱’을 하면서 달아났다. 황당해진 기자가 말을 걸려고 걸어서 다가서면 도주하고, 가까워지면 다시 약 올리고 조롱하고….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닌, 환각 상태로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만약 기자 같은 건장한 남성이 아닌 힘없는 약자가 이러한 범죄에 노출된다면 그 결과는 어떠할까.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실제로 젊은 여성 홀로 아르바이트하던 가게에서 두꺼운 유리문이 누군가에 의해 박살난 적도 있었다.

기자가 서두에서 ‘야당 대표 호위무사’를 언급한 까닭은 그 대표의 욕설 의혹 파동 때문이다. 야당 대표는 지난달 산불 재난 지역을 방문했다가 일부 시민의 항의에 욕설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야당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범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일이다.

상행하효(上行下效)라는 말이 있다. 윗사람이 하는 언행을 아랫사람이 본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역대 치자(治者)들은 말과 행동에 조심 또 조심을 기했다. 반면 동서고금의 암군들은 몸가짐을 함부로 했으며 사회 풍속도 따라서 저질스러워지기 일쑤였다.

기자가 듣기로 ‘호위무사’ 지역구에는 외지에서 몰려온 야당 강경 지지층이 다수 거주한다고 한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야당 대표에게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된 당일 기자가 편의점 야외 테이블 위에 잠깐 놓고 간 컵을 집어던진 남성도 있었다. 만약 야당 대표의 욕설 의혹이 진실이라면 ‘호위무사’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경악할 풍경들도 상행하효 논리에 근거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해당 의혹을 차치하고서라도 야당 대표와 그 주변인들은 이미 과거에 각종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호위무사’가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은 지 1년째다. 기자를 포함해 ‘정상인들’은 지면을 빌려 말한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마경(魔境)을 보고 싶지도 겪고 싶지도 않다. 아랫물 흐려 놓은 윗물이 알아서 책임지길 바란다.

오주한 정치전문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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