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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환율·고관세 ‘이중폭탄’에 국내 식품·유통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정책 탓에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고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고환율이 지속되면 가격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9일 기준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84.1원을 기록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11일 1426.3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에 따라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에선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이어지면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5년 경제 및 외환시장 전망 업데이트’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관세 합의 소식이나 대화 모드 전환 등의 소식이 들리기 전까지는 환율 천장이 열려있어 1500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2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 범위를 1430~1500원으로 제시했다.
식품·외식업계는 이미 연말부터 이어진 원가 상승 및 고환율 때문에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해왔다.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이 급등하면 제조원가가 덩달아 뛰기 때문이다. 실제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기업들은 환율이 10% 오르면 연간 세후 이익이 100억 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식품산업은 생산 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로 높아 재료 수입 단가 상승이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최근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소비 침체 장기화와 고환율·고유가 등 국제정세 악화, 이상 기후로 인한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 기조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식품업계는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원가 부담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해왔다. 이달에만 오뚜기·오비맥주·매일유업·써브웨이·노브랜드·하겐다즈·팔도 등이 가격을 올렸다. 앞서 CJ제일제당·대상·동원F&B·롯데웰푸드·오뚜기·농심·SPC·오리온 등 주요 식품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도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한국맥도날드는 3월 20개 메뉴 가격을 평균 2.3% 인상했고 롯데리아는 이달 65개 품목 가격을 평균 3.3% 올렸다. 맘스터치는 본사 차원의 인상은 없었지만 일부 가맹점이 배달앱에서 매장가보다 최대 15%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커피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스타벅스는 작년 8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가격을 인상했고, 이디야커피는 3월 배달 메뉴 가격을 300~500원 올렸다. 저가 브랜드 메가MGC커피도 이달 21일부터 아메리카노(핫) 가격을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창립 이래 첫 인상이다.
식품 가격이 잇따라 오르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이나 불공정 행위 여부에 대한 감시까지 본격 착수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7일 확대 간부회의에서 “최근 물가 상승으로 국민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가격 인상이 담합이나 불공정 행위에 따른 것은 아닌지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추가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최대한 자제하고는 있지만,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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