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정상회담에 이재명 실명 비난…트럼프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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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망상증” 조롱하며 대통령 실명 거론
미국과는 대화 여지, 한국은 철저히 배제 전략
논평 형식 수위 조절…전문가 “한국 패싱 의도”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8-27 15:30:07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이재명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논평에서 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정책연설에서 밝힌 비핵화 구상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통신은 “리(이)재명이 ‘비핵화 망상증’에 걸린 위선자 본색을 드러냈다”며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이라 우리를 모독하고, 가당치도 않은 비핵화에 대해 떠들어댔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정치적 가난뱅이 한국이 핵문제의 성격도 모르면서 헛된 기대를 품고 있다”고 조롱했다.

북한은 이 대통령이 제시한 ‘중단→축소→폐기’ 단계적 비핵화론에도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핵을 영원히 내려놓지 않으려는 우리의 입장은 절대불변”이라며 “우리의 핵정책이 바뀌려면 세상이 변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또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잡는 천진한 꿈” “비핵화 망상증의 유전병” 같은 표현을 동원해 조롱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북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여지는 남겨두되, 한국을 배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이번 논평이 노동당 고위 인사나 외무성 명의 담화가 아니라 조선중앙통신의 기사 형식을 택한 것도 눈에 띈다. 격을 낮춰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메시지는 강경하게 발신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NPT(핵확산금지조약) 의무를 철저히 준수하겠다”며 “한반도 평화 정착과 비핵화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수차례 대화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성사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북한은 이번 논평에서 핵 보유국 지위를 “외부 적대 위협과 세계 안보 역학 변화에 따른 필연적 선택”이라고 규정하며, “국위이고 국체인 핵을 영원히 내려놓지 않으려는 입장은 절대불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이 입 아프게 외워대는 ‘비핵화’는 이미 이론적·실천적으로 사멸됐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CSIS 연설에서 북한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은 억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적절히 관리할 수단도 있어야 더 안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심히 모독적 표현”이라고 반발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이 대통령 연설에 대해서만 반발했다”며 “미국에 대한 침묵은 북·미 정상 간 개인적 친분을 고려한 것이고, 한국에 대한 비판은 향후 ‘한국 패싱’을 의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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