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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 상태에서 법정에 서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됐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본격적으로 재판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남은 혐의 규명에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29일 김 여사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무상 여론조사 수수(정치자금법 위반) △건진법사·통일교 청탁과 관련한 금품 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세 가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10억3000만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취득했다고 판단해 전액에 대해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구속 후 첫 입장문에서 김 여사는 “가장 어두운 밤에도 달빛은 빛난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과정에서 “호수 위 달그림자를 쫓는 것 같다”고 말한 데 이어, 부부가 동시에 ‘달’을 빗대 무죄를 호소한 점이 눈길을 끈다.
특검팀은 출범 58일 만에 특검법상 16개 의혹 중 3건을 기소했지만, 수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주요 과제로는 △집사 게이트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고가 귀금속 수수 등 이른바 ‘금은보화 리스트’가 꼽힌다.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와 티파니 브로치, 그라프 귀걸이 등 고가 선물을 건넨 사실을 자수하며 공직 청탁과 국가조찬기도회 참석 요청을 시인했다. 조찬기도회 부회장이자 국가교육위원장인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은 금거북이 선물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해당 금품은 김 여사 모친 최은순 씨의 요양원 사무실 금고에서 발견됐다.
또한 로봇개 납품업체 회장 서성빈 씨가 건넨 5000만 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역시 김 여사 선물 리스트에 포함됐다. 시계 상자와 보증서는 김 여사 오빠 김진우 씨 장모 집에서 발견됐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도 숨은 뇌관으로 꼽힌다. 특검은 2022년 5월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 당일, 용역업체가 대안 노선을 보고했고 같은 날 김 여사 모친 최은순 씨가 종점 부근 병산리 땅 대장을 열람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김 여사 일가가 사전 정보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검은 지난달 국토부와 도로공사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최근 양평군청, 국토부 관계자 등을 잇달아 조사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 된 데 이어, 김 여사까지 재판에 넘겨지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법정에 서게 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뇌물죄 성립은 쉽지 않다”는 신중론이 나오지만, 특검으로서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큰 상황이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금품·이익이 제공된 사실 △그 대가로 특정 직무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김 여사의 경우 선물이 오갔다는 정황은 비교적 풍부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공직 임명·정책 결정·사업 편의 제공 등 구체적 직무와 교환되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보통 인사청탁의 경우 은밀히 이뤄지기 때문에 문서·녹취 등 명시적 증거가 나오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향후 특검은 김 여사의 고가 선물 수수와 공천 개입 의혹을 핵심 축으로 삼아 공모 관계 입증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는 예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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