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익현의 허허실실] 북한·러시아의 경제 속사정과 중국 전승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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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현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9-04 00:02:55

중국 전승절 80주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른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왼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망루에 올라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본다. 이들은 6·25 전쟁을 벌인 마오쩌둥, 이오시프 스탈린, 김일성을 각각 흠모하는 자들로 과거에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로 뭉쳤고 현재는 반미 권위주의 체제를 고수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시진핑 주석이 이 같은 그림을 연출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과 러시아의 이른바 ‘먹사니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의 경우 외화가 절실하다. 2년전 북한 당국은 각급 기관과 기업소의 임금을 20년 만에 최소 10배 이상 인상했다. 여파로 물가가 급등하고 환율도 상승했다. 8월 현재 북한 쌀값은 킬로(kg)당 2만3200원으로 연초 대비 3배나 뛰었다. 굶주리는 사람도 늘었다. 원산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아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환율도 2배나 뛰어 북한 돈으로 거래하는 장마당 소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바깥에서 외화가 들어와야 경제난이 풀릴 형국이다.

김정은은 대북 제재로부터 자유로운 관광산업을 활성화해 외화를 벌어들일 목적으로 원산 갈마반도 해변에 리조트를 지었다. 2만 명 수용 가능하다. 우리 언론은 그곳을 ‘북한의 와이키키’라고 부른다. 그런데 정작 외국 돈을 싸들고 올 관광객들이 없다. 코로나19로 2019년 30만 명에 달하던 중국 관광객이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중국 당국이 북한 여행을 여전히 불허 중이다. 김정은이 일본은 백년의 적이요 중국은 천년의 숙적이라고 떠들어댔지만 당장 아쉬운 게 중국인 관광객이다.

서방권에서는 북한 관광을 올 리가 만무하다. 생때같은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 관광을 갔다가 간첩 혐의가 씌워져 시신으로 고향에 돌아가질 않았나, 일출을 보러 나갔던 주부 박왕자 씨가 인민군 총격에 피살되지 않았나…. 이런 마당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금강산이고 뭐고 누가 감히 황천길 관광하러 북한에 가겠는가.

푸틴의 러시아도 아프가니스탄 전쟁 군사 개입이 망조로 이어졌던 1980년대 구(舊)소련보다 열 배나 더 형편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 지난 5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행사 시 푸틴과 시진핑이 어깨를 나란히 하더니 이번에도 그런 장면이 재연되었는데 현재 러시아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석유를 할인된 가격으로 대량 매입 중이다. 2023년 중국 위안화는 달러화를 제치고 모스크바 외환 거래소에서 최대 거래 통화가 되었다. 러시아와 중국 간 무역은 대부분 위안화로 결재된다.

작년 러시아 무역의 34%를 중국이 차지했으나 중국 무역에 러시아 비중은 4%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러시아는 석유·가스 등 에너지를 중국에 공급하고 중국은 소비재와 자동차, 공작 기계, 반도체 등 이중용도 품목을 수출한다. 그럼에도 중국은 대(對)러시아 직접 투자에는 인색하다. 전형적인 식민지 무역 패턴이다.

이렇듯 김정은과 푸틴의 중국에 대한 속사정이 딱하다. 반면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톈진 정상회의에는 참석했으면서도 열병식엔 불참하고 귀국했다. 인도 경제가 잘나가 중국에 아쉬울 게 없는 만큼 다자외교의 과실만 챙긴 것이다. 곧 끝날 러·우 전쟁 전후(戰後) 복구사업에 러시아는 북한보다 중국보다 한국이 백 배 더 절실하다. 이렇게 아쉬울 때 러시아를 도와 우리의 통일 후원 세력화할 필요가 있다.

강익현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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