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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하며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섰다. 이는 같은 시기 핵심 인사였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보다 더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 추 전 원내대표가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는지 여부가 수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의원총회 장소를 수차례 바꾼 점을 계엄 해제 표결 지연의 핵심 정황으로 보고 있다. 특검 기록에 의하면 의총 집결지는 불과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국회 본회의장 인근 → 중앙당사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 다시 중앙당사로 네 차례나 변경됐다.
이 같은 혼선 속에서 국회 본회의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 108명 중 18명에 그쳤다. 민주당과 다른 야당 의원들이 신속히 본회의장에 들어와 계엄 해제 의결을 밀어붙이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 다수는 ‘집결지 변경 공지’를 따라 움직이느라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특검은 특히 추 전 원내대표가 장소를 바꾸기 직전 윤석열 전 대통령, 홍철호 당시 대통령실 정무수석,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연이어 통화한 사실에 주목한다. 통화 이후 곧바로 의총 장소가 바뀌는 흐름이 반복된 만큼, 추 전 원내대표의 결정이 단순한 안전 문제 때문인지, 혹은 최고위급과의 협의에 따른 의도적 지연책이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계엄 관련 논의가 지난해 3월부터 진행됐고, 추 전 원내대표가 이를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의결 방해 여부뿐 아니라 언제부터 계엄을 알았는지까지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2일 추 전 원내대표 관련 압수수색 범위를 대폭 넓혔다. 이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과 차량, 대구 달서구 지역구 사무실,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을 차례로 압수수색했다. 전날에는 국회 내 원내대표실과 국민의힘 원내행정국까지 추가로 집행해, 사실상 원내대표 재임 당시 주요 거점 전반을 살펴본 셈이다.
법원 역시 추 전 원내대표 개인의 특정 시점 행적에 국한하지 않고, 임기 전체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특검 수사의 초점이 단순히 계엄 해제 표결 저지 여부를 넘어서, 사전 공모나 인지 시점을 규명하는 데 맞춰졌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 전 원내대표가 계엄 해제 표결을 앞두고 의원총회 장소를 계속 바꾼 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분명히 표결 지연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특검이 압수수색을 임기 전체로 확대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엄 관련 논의에 관여했는지 여부까지 살펴보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또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인 만큼, 추 전 원내대표는 정정당당하게 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린다. 민주당은 지속해서 “추 전 원내대표가 의총을 본회의장이 아닌 당사로 유도하며 시간을 끌었다”며 ‘표결방해’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추 전 원내대표는 2일 페이습구에서 “의원들이 국회로 들어올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누구에게도 표결 불참을 권유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단독으로도 계엄 해제 표결은 가능했기에 방해는 불능범”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추 전 원내대표를 소환 조사할 방침으로 전해진다. 계엄 당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본회의장으로 모이라”고 요청했던 상황과, 추 전 원내대표의 상반된 지시가 표결 참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규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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