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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전통시장에서 수십 년간 봉제공장을 운영하며 부를 일군 A씨 부부의 이야기가 최근 주목받았다. 60여 년간 동고동락하며 건물 몇 채를 소유한 자산가가 됐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가정불화가 있었다. A씨의 아내는 남편의 폭언과 폭행으로 오랜 세월 고통받다가 결국 이혼소송과 위자료 청구를 결심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합의금이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이 되며 증여세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 사례를 통해 이혼 전 재산 이전과 세금 부과의 경계를 살펴본다.
부부 갈등의 시작과 소송
A씨 부부의 이야기는 결혼 초기부터 파란만장했다. 남편에겐 결혼 당시 재산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처가의 도움으로 신혼살림을 꾸렸다. 6·25전쟁 중 남편이 징집되자 아내는 홀로 아이를 키우며 재봉틀 하나로 생계를 꾸리기 시작했다. 뛰어난 솜씨로 모자를 만들어 팔던 그녀는 사업을 키웠고, 남편이 제대할 무렵 공장을 차릴 만큼 재산을 모았다.
이후 봉제공장은 번창하며 지역 상인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남편의 폭력적인 태도와 잦은 외출로 아내는 심신이 지쳐 갔다. 아내가 안면마비로 일을 쉬게 되자 남편은 건물을 사 주겠다고 약속하며 일을 계속하라고 압박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참다못한 아내는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하며 위자료를 청구했다. 남편은 체면을 이유로 이혼을 거부하며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현금 10억 원과 건물 등기 이전을 약속했다. 아내는 공증받은 합의서를 믿고 소송을 취하했지만 남편은 건물 대신 추가로 4억 원을 지급하며 약속을 어겼다. 결국 아내는 다시 이혼소송을 진행했다.
국세청의 증여세 추징
이 부부의 다툼은 법정 공방을 넘어 세무 문제로 확대됐다. 국세청은 부부 간 14억 원(현금 10억 원+추가 4억 원) 이동을 세무 조사한 결과, 이를 증여로 보고 아내에게 1억8000만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가산세를 포함하면 아내가 부담해야 할 세액은 2억 원을 넘었다. 아내는 이에 반발하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그녀는 “남편은 결혼 당시 무일푼이었고 봉제사업은 내가 키웠다. 받은 돈은 재산분할 성격이므로 증여세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민법상 혼인 상태에서는 재산분할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혼인 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무상으로 재산을 이전한 것은 증여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조세심판원도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부부가 이혼하지 않고 혼인 관계를 유지 중이며 지급된 돈이 이혼소송 취하 조건으로 제공된 점을 고려할 때 증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혼 전 재산분할과 세금
이 사례는 이혼 전 재산 이전과 세금 부과의 경계를 보여준다. 민법상 재산분할은 이혼 시 부부가 협의하거나 법원이 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혼 전 재산분할 약속은 실제 이혼이 완료돼야 효력이 발생한다. 혼인 상태에서 이뤄진 재산 이전은 원칙적으로 증여로 간주되며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이혼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한 합의금은 재산분할로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다.
세무적 시사점
부부 간 재산 이전을 고려할 때는 세무적 영향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이혼 전 합의금이나 재산 이전은 증여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아 예상치 못한 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혼 절차와 재산분할 협의를 명확히 하고, 필요하면 세무 전문가와 상의해 증여세 부과 여부를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혼이라는 민감한 상황에서 세금 문제까지 겹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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