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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시대 말 정(鄭)나라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자산(子産)은 덕망 있는 정치가였다. 경(卿)으로서 23년간 집정하면서 귀족의 특권을 제한하는 등 위로부터 아래로의 개혁을 추진했다.
공경사서(公卿士庶) 즉 귀족과 선비, 서민들의 토지를 구분지어 주고 토지와 인구에 적합한 세금을 매겼다. 그러나 자산보다 200여년 뒤 인물인 맹자는 자산을 비판했다. 자산은 문제에 대해 임시방편적으로 대했을 뿐 대안 제시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루는 자산이 진수와 유수라는 강에서 자신이 타는 수레로 사람들을 건네주었다. 백성들의 칭송이 자자했다. 이에 대해 맹자가 말하기를 “은혜로운 일이다. 하지만 정치를 제대로 하는 법을 모르는 소치이다. 그해 11월 농사가 끝났을 때 사람이 걸어 다닐 만한 작은 다리를 만들고, 12월에 큰 수레가 다닐 수 있는 다리를 만들면 백성은 강 건널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군자가 정치를 바르게 하고 있다면 행차하는 데 사람들을 물리치고 빨리 다니는 것도 무방한데 어찌 한 사람 한 사람을 수레에 싣고 그들을 건네주고 있겠는가(君子平其政 行辟人可也 焉得人人而濟之)”라고 말했다.
“위정자가 모든 사람을 일일이 기쁘게 하려면 하루 종일 수레로 강을 건너게 해주어도 부족할 것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 국사를 다루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은 멀리 보고 백성의 삶을 살펴야 한다. 자신의 다음 선거 당선만을 생각해 일회성 인기에 매몰되지 말고!
정기국회 기간이다.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결산과 새해 예산안 심의이다. 국가예산은 한 회계연도에 있어서 국가의 세입·세출의 예정 계획으로 정의된다. 헌법 제54조에 의거 국가예산안의 편성·제출권을 정부에 전속하게 한 반면, 심의·확정권은 국회에 전속시킴으로써 예산은 오직 국회의 심의·의결에 의하여만 확정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가 얼마나 예산 심의를 잘 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재정 건전성의 확보는 물론 이를 통한 국가공동체의 발전 여부도 결정된다.
이런 예산 심의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매년 예산 국회는 파행 운영되고 있다. 국회는 헌법에 의거해 새 회계연도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심의·의결해 정부로 이송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입법기관인 국회 스스로 헌법을 지키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에도 2025년도 새해 예산안 심의에 있어 헌법에서 규정한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지난해 정부가 제출한 새해 예산안을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수정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안을 마련하라고 상정까지 보류했지만, 여야 간 합의는 불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 사태는 여러 요인이 있다. 물론 모두 가당치 않은 이유지만 예산안 심의과정도 일종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새해예산안 심의·통과 법정시한이 12월2일인 바 이때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자. 그 다음 날인 12월3일 오후 11시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예산안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 공감대 위에 심의 통과하는 게 온당하다. 2026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54조7000억 원(8.1%) 증액된 728조 원으로 편성됐다. 증가율이 2022년 (8.9%) 이후 가장 높다.
국회의 예산 심의는 국가 재정의 건전성·투명성·효율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국가채무가 증대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국가재정의 건전성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반드시 중시돼야 한다. 2025년 현재 총국가채무는 1301조9000여억 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9.1%로 올라갔다.
막대한 국가채무는 다음 세대가 짊어져야 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로써 재정 투입은 불가피하지만, 불요불급한 예산은 아껴야 한다. 그러나 여야 관계가 협치보다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어 올해 정기국회 중 예결산 심의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지극히 우려된다.
국회의원들에 지워진 짐이 무겁고도 크다. 효율적 예산 심의는 국가재정을 튼튼하게 하는 핵(核)임을 재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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