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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건강에 관심이 점점 늘어간다. 운동이야 워낙 젬병이어서 포기하고 섭생에 집중하게 된다. 특정 장기에는 어떤 음식이 좋고 영양제는 또 어떻고 하는 정보를 요 몇 년간 틈틈이 많이도 보았다. 몸에 좋다는 식품이 냉장고에 쌓여있고 선반에도 각종 영양제가 가득하다. 유튜브에도 건강 관련 각종 약 광고가 난무한다고 한다. 게다가 AI를 활용한 가짜 의사들을 동원하니 문제가 심하다는 뉴스가 올라온다.
필자도 몇 가지 약 광고에는 귀가 솔깃했었다. 그저 먹기만 하면 살을 빼준다는 제품에는 저절로 손이 가서 구매할 뻔했다. 요즈음은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매체를 통해 알게 된 특정 식품을 사서 쟁이거나 영양제를 마구 섭취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평소 안 먹던 것을 챙겨 먹는 게 귀찮아진 탓이다. ‘아프면 아픈 대로 살자’는 배짱까지 생겨났다.
극단적으로 몸에 해롭다는 음식은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가능한 골고루 먹자는 쪽으로 돌아섰다. <식물처럼 살기>라는 책을 쓰느라 한동안 식물 공부를 했다. 식물은 생화학 공장으로서 온갖 화학성분을 만들어낸다.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것들을 만든다. 자신을 해치는 특정 생물에게 해로운 물질 또한 만든다. 살아남기 위한 방어책이다.
인간은 식물에게서 많은 영양을 섭취한다. 동양에서는 특정 식물의 성분을 활용하여 한약을 만들어왔다. 식물이 만든 화학물질은 그 종류가 천문학적이어서 아직도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우리가 즐기는 커피콩의 카페인은 커피나무가 자신을 지키려고 만든 독성분이다. 커피에는 1,000개가 넘는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분자적, 생리학적 효과가 활발하게 연구된다. 그래도 어떤 게 해롭고 어떤 게 이로운지 모두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사상체질이 있지 않은가. 체질에 따라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분류하여 권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먹는 게 건강에 좋을까? 유전자에게 물어보면 된다. 우리의 유전자는 태곳적 일을 다 기억하고 있다. 인류 진화의 99%에 해당하는 기간이 수렵채집 시대이다. 아마존이나 아프리카 원주민의 생활을 보면 된다. 인류의 조상이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알 수 있다. 답은 단순하다. 수렵은 동물성 식품을 먹은 것이고 채집은 식물을 먹은 것이다. 인간은 잡식성 동물이다.
이 잡식성이야말로 인류가 지구상의 최고 포식자가 될 수 있었던 핵심 비밀이다. 다른 동물들은 특정 음식에 특화되어 있다. 팬다는 대나무만 먹고,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잎만 먹는다. 이런 특화는 특정 환경에서는 매우 효율적이지만, 환경이 변하면 생존에 치명적이다. 반면 인류는 고기도 먹고 식물도 먹는다.
중요한 것은 잡식이 인간의 뇌를 키웠다는 점이다. 고기에서 얻는 단백질과 지방, 식물에서 얻는 탄수화물과 영양소가 결합되면서 복잡한 뇌를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했다. 수백만 년 동안 인류는 계절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며 살아남았다.
현대인도 결국 이 지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특정 성분이 몸에 좋다고 그것만 집중적으로 섭취하거나, 어떤 음식이 해롭다고 배제하는 것보다는, 우리 조상들처럼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건강한 방법이 될 것이다. 건강의 비밀은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가장 기본적인 식습관, 즉 잡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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