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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전장은 칼과 창이 아니라 손바닥 위, 불빛이 스미는 작은 화면이 되었다. 손자병법이 옛날 전장의 지략을 다뤘다면, 지금 우리의 전장은 ‘카톡창’ 속에서 펼쳐진다. 손자는 “적의 말과 행동, 병사와 전차의 움직임만으로도 그 의도를 읽을 수 있다”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말 대신 문자로’ ‘전차 대신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주고 받는다.
상대의 문장 끝에 붙은 마침표 하나, 답장이 오지 않는 짧은 공백, 이모티콘 모양에도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말 한 줄에 관계의 온도와 냉기, 그리움과 거리감이 함께 숨어 있다. 카톡은 그저 말의 도구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사람 간의 온도와 관계를 읽는 새로운 전장이다.
손자병법 ‘행군편’에는 겉으로 드러난 행동 속에서 의도를 간파하는 지혜가 담겨 있다. 그 통찰은 놀랍게도 오늘의 디지털 소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카톡은 없애자니 불편하고, 남겨두자니 피로한 계륵 같은 존재다. 답장이 없으면 서운하고, 오면 귀찮고, 안 오면 기다려진다. 우리는 작은 스마트폰 화면 앞에서 웃고 상처받고, 계산하다가도 이내 마음이 흔들린다. 그래서일까. 손자의 말처럼, 우리는 상대의 의도뿐 아니라 그 속에 비친 내 마음까지 읽어내야 비로소 그 전장을 벗어난다.
예컨대, 평소 연락 없던 지인이 이득이 될 만한 시점에만 친한 척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갑자기 강화를 요청하는 것(謀也)’에 가깝다. 또한, 일상 대화에는 친절하게 잘 응하다가도 도움 요청에만 유독 단문으로 응답하며 ‘겸손하게 전투태세를 굳히는 것’은 관계는 유지하되 선을 긋고 영역을 지키려는 의도(進也)의 방증이다. 나의 메시지를 읽고도 자기 글만 잇달아 올려 밀어버리는 경우는 ‘절반쯤 진출했다가 절반쯤 퇴각하는’ 행위로, 은근한 경쟁심이나 반응 유도를 의식한 행동(誘也)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카톡 하나로도 수많은 심리가 드러난다. 답장 하나, 무응답 하나에도 사람의 내면이 숨어 있고, 그 해석 속에서 우리는 웃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한다. 이 글의 초점은 ‘누가 옳다, 그르다’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말과 행동 뒤의 의도와 맥락을 읽는 통찰력, 그 전략적 감각에 있다.
따라서, 카톡의 피로는 메시지 그 자체보다, 그 안에서 관계를 해석하려는 우리의 ‘과도한 분석’ 습관에서 비롯된다. 내가 보낸 카톡의 긴 문장에 ‘좋아요’ 이모티콘 하나만 달랑 왔다면 상대가 피로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다. 반면 무응답은 내용이 지루하거나 굳이 반응하기 싫은 경우로, 관계 내 공백이 커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자기 글을 올려 내 글을 밀어버리는 경우’는 미묘한 감정의 줄다리기와 은근한 경쟁심이 숨어 있다.
카톡은 피로를 낳지만, 동시에 관계를 이어주는 최소한의 연결선이다. 그 자체가 지속의 증거이기도 하다. 불필요한 해석으로 감정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피로가 쌓인다면, 메시지를 멀리하며 잠시 거리를 두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결국 카톡 관계의 기술은 단순하다. 서로의 마음을 과하게 재단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거리 속에서 연결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처럼 복잡한 SNS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성숙한 인간관계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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