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이가탄)” “오늘 밤엔 메이킨 유쾌, 상쾌, 통쾌.(메이킨Q)”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광고카피로 대중에게 뚜렷한 존재감을 각인시킨 명인제약이 올해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았다. 창업 이후 40년간 이어온 오너 경영을 뒤로하고 연구개발(R&D)과 영업을 각각 책임지는 전문경영인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이관순 명인제약 대표다. 그는 1984년 한미약품 연구원으로 제약업계에 발을 들인 뒤 연구소장과 대표이사, 부회장을 거치며 신약 개발과 글로벌 기술수출을 이끌어온 정통 R&D 전문가다.
명인제약이 그를 사령탑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안정적인 수익을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자리한다. CNS(중추신경계) 전문의약품을 주력으로 국내 정신신경용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다져온 명인제약은 이제 신약 개발과 글로벌 사업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매출 1483억 원, 영업이익 514억 원, 순이익 459억 원을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새로운 성장 전략을 짜는 이 대표의 보금자리는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가락우창아파트다. 5호선 개롱역과 오금공원, 송파도서관, 성내천 등을 가까이 둔 이곳은 40년 넘은 구축 단지지만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재건축을 추진하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CNS 전문기업… 40년 만에 경영체제 변화
명인제약은 1985년 4월에 설립된 전문의약품 제조기업이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이가탄과 메이킨Q 같은 일반의약품 광고로 친숙하지만 기업의 실제 경쟁력은 중추신경계(CNS) 의약품에 있다. 뇌졸중과 파킨슨병 치료제부터 조현병·우울증 치료제 등에 이르기까지 정신·신경계 분야의 전문의약품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CNS는 제약업계에서도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뇌와 척수에 작용하는 약물은 혈뇌장벽(BBB)이라는 특수한 장벽을 넘어야 하는 데다 신약 개발 과정도 복잡하다. 반면 고령화와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 확대 등으로 관련 의약품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명인제약은 이 같은 CNS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처방 기반을 구축해왔다. 원료 합성부터 완제의약품 생산까지 자체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전문의약품 중심의 사업구조가 높은 수익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회사는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 기반도 확대해왔다.
명인제약은 올해 경영의 큰 변화를 단행했다. 창업주 이행명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 전권을 맡기는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2025년 10월 기업공개(IPO) 당시 시장에 제시했던 소유와 경영의 분리 방침을 실제 경영체제에 반영한 것이다.
올 3월 명인제약은 이관순 대표와 차봉권 대표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R&D와 글로벌 사업은 이관순 대표가, 영업과 조직 운영은 차봉권 대표가 맡는 구조다. 연구와 시장이라는 서로 다른 전문성을 경영의 양축으로 세운 게 특징이다.
창업주가 40년간 이끌어온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긴 만큼 이관순 대표의 역할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약개발 승부수
이관순 대표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손꼽히는 연구개발 전문가다. 1960년생으로 대전고를 거쳐 1982년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했으며 1989년 KAIST에서 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 한미약품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후 1997년부터 2009년까지 12년간 연구소장을 맡았다. 이후 R&D 사장을 거쳐 2010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부회장까지 역임했다. 한미약품에서 오랜 기간 연구개발과 경영을 동시에 경험한 셈이다.
그의 경력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연구성과를 실제 사업성과로 연결한 경험이다. 한미약품 재직 당시 개량신약과 복합신약 개발을 비롯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을 주도했고 기술수출을 통해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사업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랩스커버리와 주사제를 먹는 약으로 바꾸는 오라스커버리 등의 신약개발 기반기술이다. 이관순 대표는 신약 개발에서 모든 후보물질을 자체적으로 끝까지 끌고 가기보다 개발 가능성과 시장성을 따져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연구개발 전략을 강조해왔다.
이는 명인제약이 현재 직면한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명인제약은 기존 CNS 전문의약품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신약 개발은 오랜 시간과 막대한 투자를 요구한다. 따라서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미래 파이프라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할지가 전문 경영진의 중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명인제약은 이관순 대표 선임을 계기로 R&D 역량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조현병 치료제 ‘에베나마이드(NW-3509)’가 글로벌 및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파킨슨병 치료 복합제 ‘P2B001(팍스로야)’은 품목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팍스로야는 올 하반기 내 승인이 임박한 상태로 알려졌다.
상반기 영업익 514억 원
실적은 이관순 대표가 취임한 명인제약의 출발점을 보여준다. 명인제약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은 14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14억 원으로 13.0% 늘었으며 순이익도 459억 원으로 19.3% 증가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 761억 원, 영업이익 269억 원, 순이익 237억 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수익성이다. 상반기 영업이익만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924억 원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CNS 중심의 안정적인 처방 기반과 자체 생산 역량이 실적을 뒷받침한 결과다.
명인제약은 생산능력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발안 제2공장 고형제동 신축과 펠렛 설비 도입 등을 포함해 총 1085억 원 규모의 생산시설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추가로 597억 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명인제약은 이 설비를 통해 자사 신약을 직접 생산할 뿐만 아니라 이 기술이 없는 다른 제약사들의 약을 대신 만들어주는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기회를 모색하려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재무구조 역시 새로운 R&D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67억 원, 단기금융상품은 4122억 원으로 동원 가능한 현금성 자산만 약 44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상장 이후 올 8월에는 첫 중간배당도 실시했다. 보통주 1주당 500원, 총 73억 원 규모다. 지난 3월 결산배당 219억 원을 더하면 올해 주주환원 규모는 292억 원이다. 안정적인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현금을 생산시설과 신약개발, 주주환원 등에 배분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현재 주가는 23일 기준 4만2000원에 마감했다.
이관순 대표 체제 명인제약의 당면 과제는 분명하다. 안정적인 CNS 처방 의약품 사업을 유지하는 동시에 임상 단계에 있는 신약 후보물질의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즉 현재의 명인제약이라는 탄탄한 본업을 지키면서 미래의 명인제약이라는 신성장 동력을 완성해 내는 데 있다.
입지 좋은 40년 구축 가락우창
제약 R&D 전문가 이관순 대표가 선택한 주거지는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위치한 가락우창아파트다. 그는 전용면적 109.72㎡(33.19평)의 한 호실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락우창아파트는 1985년 10월 준공된 41년 차 구축 단지로 4개 동, 264가구 규모다. 오래된 소규모 단지지만 입지 경쟁력이 뛰어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교통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개롱역이 도보 3~5분 거리에 있어 역세권을 형성하고 있다. 5호선을 이용하면 광화문과 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구로 이동할 수 있고 한 정거장 거리의 오금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어 강남권 접근성도 수월하다.
주변 생활환경도 돋보인다. 단지 북쪽으로 오금공원이 자리하고 있으며 송파도서관도 가깝다. 동쪽으로는 성내천이 이어져 산책과 자전거 이용이 가능하다. 개롱초등학교와 보인중·고등학교, 오주중학교 등 교육시설도 인접해 있다. 역세권에 공원과 하천, 학교와 도서관까지 갖춘 이른바 ‘올라운더(All-rounder)’ 입지가 강점이다.
무엇보다 가락우창아파트의 미래 가치를 좌우하는 것은 재건축이다. 40년을 넘긴 구축 단지인 만큼 현재 모습보다 향후 개발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최고 35층, 471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거래가격도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전용면적 109.72㎡ 동일 면적 호실은 올해 8월 18억9000만 원에 실거래됐다.
새로운 시간 준비
명인제약과 이관순 대표를 둘러싼 현재의 키워드는 변화다. 명인제약은 창업주 중심의 40년 경영을 마무리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넘어섰다. 이관순 대표에게는 CNS 중심의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지키면서 신약개발과 글로벌 사업이라는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어야 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상반기 실적만 놓고 보면 출발은 안정적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증가했고 생산시설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제약산업에서 진정한 경쟁력은 단기 실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장기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의약품을 시장에 내놓고 이를 글로벌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좌우한다.
이관순 대표가 그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번 명인제약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의미가 있다. 제약 연구개발과 경영을 함께 경험한 인물이 회사의 기존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음 성장 전략을 이끌게 됐기 때문이다.
그가 선택한 가락우창아파트 역시 오랜 시간의 흐름 위에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있다. 40년 넘은 아파트지만 개롱역을 비롯한 교통망과 오금공원·성내천 등 주변 환경, 교육시설이라는 뛰어난 생활 기반 위에 재건축이라는 미래가 더해지고 있다.
안정적인 탄탄함 속에서 미래의 도약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두 변화의 움직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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