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서 국회는 2027년도 예산전쟁에 30일부터 돌입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여야는 820여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본격적인 힘겨루기를 시작할 전망이다. ‘재정 주도권’ 격돌이다.
예산안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는 현저하다. 민주당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민생 지원을 위한 재정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대규모 재정 운용의 적정성과 주요 사업의 타당성을 문제 삼고 있어 심사 과정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가 편성한 2027년도 예산안은 총지출 820조9000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 727조9000억 원보다 93조 원(12.8%) 증가했다.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투자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동시에 국가채무비율 등 재정건전성 지표도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규모 세수 증가가 지속 가능한지, 신규 사업의 투자 효과와 재정 통제 장치가 충분한지 등을 놓고 국회 차원의 검증이 필요하다.
최대 쟁점 중 하나는 정부가 추진하는 162조3000억 원 규모의 미래 대응 기금이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활용해 성장동력·청년·지방·인재 육성 등 4대 분야에 45조4000억 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재원 일부는 향후 재정 여력 확보 등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각각 360여조 원과 265조 원 안팎으로 합산 600조 원을 웃돌기에 추가 세수로 충당한다는 복안이다. 1년 전 시장에서 전망한 삼성전자의 2026년도 영업이익 예상치는 39.1조 원이었으나, 9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정부는 급증한 세수를 평소처럼 예산에 담을 경우 총지출이 27% 늘어나면서 재원이 소비성 지출로 흘러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폭증한 세수를 담을 별도의 ‘재정 저수지’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미래 기금은 지속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반도체 법인세는 구조적 세입 기반이라기보다 경기 순환적 세입에 가깝다. 따라서 올해와 내년의 세수 증가는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적자 축소와 국채 상환에 쓰는 게 온당하다. 반도체 법인세 증가가 2028년 이후에도 지속되는지 확인되면 그때 기금이든 국부 펀드형 장기 계정을 논의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또한 가볍게 볼 수 없는 바는 미래 기금 출범으로 중앙정부 입김이 세진다는 특징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며 내국세에서 미래 기금 적립액을 떼어내고 남은 금액의 19.24%를 지방교부세로 배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몫 지방교부세는 현행 산식보다 38조 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당‧정 협의에서 지자체장들이 우려를 보인 게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미래 기금이 정부의 재량권이 커지는 ‘쌈짓돈’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온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예산과 달리 기금은 같은 나랏돈이지만 일정 비율(사업성 기금 20%, 금융성 기금 30%) 내에서 국회 심의 없이 자체 집행이 가능하다. 예산 국회에서는 지역 현안과 민생사업을 중심으로 증액 요구가 얼마나 나올지도 관심사다.
여하튼 국회가 12월 2일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면서 성장 투자와 재정 운용의 효율성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정기국회 후반부의 주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당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두둔만 할 게 아니라 국민 혈세를 효율적으로 배분했는지 따져보길 당부한다. 야당 또한 합리적 시각으로 예산안 심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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