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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교통사고 입원환자는 일본에 비하면 7배나 높다. 이는 자동차 사고가 발생할 경우 통원치료가 가능한 경우에도 입원치료를 받는 사례가 넘치기 때문이다. 병원에 입원을 할 경우 사고 합의금이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보험 사고로 인한 입원자가 줄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자동차 보험 피해자, 합의금 명목 위해 과잉진료 허다
직장인 전수영씨(가명·31)는 올해 4월 지하철 2호선 서초역 인근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서초역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전씨는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내리막길 구간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덤프트럭은 무거운 중량을 이기지 못하고 전씨의 차를 박았다.
사고는 경미했다. 트렁크 부분이 조금 찌그러진 상황이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사고를 당한 전씨는 목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몸이 아픈 것보다는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전씨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덤프트럭 차주와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상대방 차주는 보험사에 전화를 하더니 대인과 대물을 접수해준다는 말과 함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자리를 떠났다.
자동차 사고를 처음 당한 전씨는 당황했다. 전씨는 먼저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는 전씨에게 “뒤에서 박았으니 이번 기회에 요양이나 실컷 하고 편히 쉬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전씨는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 검사와 물리치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가는 길에 병원 관계자와 얘기를 나눴다. 병원 관계자 P씨의 말은 친구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병원 원무과장 P씨는 “입원하면 합의금을 100만원 넘게 받을 수 있고 입원을 하지 않으면 5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는데, 이때 합의를 거절해야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며 “병원에 다니면 보험 회사에서 합의금 명목으로 전화가 오는데, 거절하고 병원을 계속 다녀라”고 조언했다.
마치 잘 짜인 각본처럼 이틀이 지나자 D보험회사에서 전씨에게 전화가 왔다. 보험 대인담당자는 전씨에게 50만원에 합의를 보자고 했다. 병원 관계자 조언대로 전씨는 단호한 어조로 거절했다.
전씨는 몸 상태가 호전됐지만 합의금 100만원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돈에 욕심이 났다. 전씨는 두 달 가량 병원을 다닌 후 합의금 150만원을 D보험사로부터 받아냈다.
D보험회사 대인담당 전문가는 “통상적으로 경미한 부상의 치료 기간은 2~3주 정도가 요구된다”며 “본인 과실이나 쌍방 과실이 아닌 가해자가 명백한 사고의 경우 피해자가 합의금을 더 받기 위해 과잉진료를 받는 게 허다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나이롱 환자 늘어난 한의원, ‘공짜’라는 말에 보약은 물론 봉침까지
지난 7월 미용사 김수용(34)씨는 용산구 경리단 입구 인근에서 사고가 났다. 김씨는 경리단 입구에서 남산2호 터널 방향으로 직진 운행 중이었다. 앞차가 갑자기 정지하는 바람에 김씨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김씨가 브레이크를 밝는 순간 ‘뻥’하고 소리가 났다.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차가 김씨의 뒷범퍼를 박았다. 이 사고 역시 경미했다. 범퍼에 조금 ‘흠집’이 났다. 가해차량 차주는 김씨에게 연신 사과를 하며 보험접수를 했다.
김씨는 가해차량에게 받은 보험 접수번호를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어깨에 경미한 통증을 느낀 그는 한의원으로 향했다.
한의원에 들린 김씨는 접수를 하고 잠시 기다렸다. 김씨가 진료실에 틀어가는 찰나 간호사는 큰 소리로 ‘자동차 보험입니다’라고 외쳤다. 김씨는 무슨 영문인지 어리둥절했다.
▲ 취재에 응한 전씨와 김씨의 사고는 경미했다. 육안으로 봤을 때 자동차 범퍼(사진)에 흠집이 조금 있는 정도였다.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은 전씨나 한의원에서 각종 침과 뜸 치료를 받은 김씨 모두 가벼운 부상이었지만 병원에서는 더 많은 치료를 적극 권유했다. ⓒ스카이데일리
한의사는 김씨에게 침을 권유했다. 일반 침이 아닌 봉침이었다. 봉침 처방은 1회 3만원이었다. 한의사는 김씨에게 ‘피해차량이기 때문에 치료비는 전혀 신경 안 써도 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자기 돈이 안 들어간다는 생각에 안심이 됐다. 김씨는 다음 날 같은 한의원을 찾았다. 김씨는 이번에는 봉침이 아닌 일반 침 치료를 받았다. 대신 한의원으로부터 한약 한 박스를 받았다.
김씨가 간호사에게 “한약을 주문 한 적이 없다”고 하자 간호사는 “자동차 사고가 나면 심신이 미약해지기 때문에 원장님이 신경 써서 좋은 약재를 많이 넣었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틀 간 치료로 상태가 호전된 김씨는 한의원을 가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 뒤 한의원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간호사는 김씨에게 “합의가 끝나지 않았으면 치료를 더 받으러 오라”고 권했다. 김씨는 “더 이상 아프지 않다”며 거절했다. 경미한 사고를 당한 김씨는 보험사로부터 50만원 합의금을 받았고 사고처리를 마무리 지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청구기관은 2만3244곳이었다. 이 가운데 한방병원과 한의원에 속하는 곳은 1만3169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의료기관 중 절반을 넘는 수치다.
총 진료비 청구액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조4234억원에서 지난해 1조5558억원으로 나타나 전년대비 9.3% 상승했다. 의원급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크다. 같은 기간 의원급은 전체 진료비 3.8% 늘었지만 한방병원과 한의원은 32.7% 올랐다.
K보험 설계사는 “최근 2~3년 사이에 자동차 사고가 나면 한의원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한의원은 일반 병원과 달리 진단 결과가 따로 나오지 않아 피해자가 원하면 원하는 만큼 병원을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방 진료는 아직 표준화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보험료 심사에 있어 여전히 빈틈이 있기 때문에 나이롱 환자들이 선호한다”고 답했다.
한의원은 피해자가 치료를 많이 받을수록 보험사로부터 받는 진료비를 늘릴 수 있다. 피해 환자 역시 ‘공짜’이기 때문에 병원을 더 자주 찾는다. 병원과 환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소위 ‘나이롱환자’와 ‘과잉진료’가 늘어나는 것이다.
K보험 전문가는 “자동차 보험으로 한 몫 잡으려는 환자의 과잉진료가 문제다”며 “보험사는 자동차 보험으로 손실을 다른 손해 보험에서 메울 수밖에 없다”며 “이는 곧 손해보험 전반의 보험료가 올라가고, 일반가입자들의 보험료 상승으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2013년 기준 교통사고 입원환자가 한국 36.8%, 일본 5.2%다”며 “경미한 사고 시 입원 치료보다는 통원치료를 할 수 있도록 국민의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자료:보험개발원 ⓒ스카이데일리
2013년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자동차사고 대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헌 상해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염좌 및 좌상 등 경미한 상해가 전체 47.5%를 차지했다.
정태윤 보험개발원 통계정보서비스 실장은 “뇌진탕과 목의 염좌를 대상으로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 입원율을 비교해 보면 자동차 보험은 각각 88.2%와 79.2%인데 반해 건강보험은 8.4%, 2.4%다”며 “이는 각각 10배와 33배 높는 수치다”고 말했다.
최근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대인 보상 한도가 최저 80만원인 상해 12~14급자들에 대한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액은 1조3321억원이다. 상해 12~14등급은 전치 2주 정도 가벼운 부상을 당한 사람들이다. 이는 전체 대인 배상 지급액 중 절반에 가까운 42.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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