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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펫택시’가 반려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해 택시업계가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데리고 일반택시를 타기 어려워 펫택시를 이용한다는 입장이지만 택시업계는 운수업법에 위배된다며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펫택시’는 반려동물을 뜻하는 영어단어인 ‘펫(pet)’과 ‘택시(texi)’를 합친 신조어다. 펫택시는 자동차로 반려동물을 실어 나르는 서비스다. 반려동물을 동반해야만 사람도 이용 가능하다.
기본요금 일반택시보다 최대 10배 비싸지만 수요 꾸준히 증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펫택시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역시 우후죽순 생겨나는 추세다. 지난 1년 사이 서울에서만 10곳이 넘는 펫택시 서비스 업체가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가격은 업체마다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 일백택시보다는 3배 가량 높다. 서울시내 택시의 경우 기본요금은 2㎞당 3000원이며 그 이후로는 142ｍ당 100원씩 올라간다. 펫택시의 경우 가장 저렴한 업체가 기본요금이 2㎞당 1만원 수준이다.
기본요금이 2~3만원인 경우도 적지 않다. 거리별, 시간별 추가요금도 업체마다 제각각이다. 일반택시와 동일한 수준의 추가요금을 받는 업체가 있는 반면 1㎞당 1000~2000원의 추가요금을 받는 업체도 여럿 존재한다.
펫택시 업계 관계자는 “펫택시는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의 운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가격 역시 반려동물의 운송에 맞춰 책정됐다”고 말했다. 일반택시가 사람을 운송하고 반려동물은 추가요금을 받지 않는 짐으로 취급한다면 펫택시는 반려동물을 운송하고 역으로 사람에 대한 요금은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용요금이 다소 비싼데도 불구하고 펫택시는 성업 중이다. 고급 펫택시를 표방하는 바비부펫의 안시은(37·여) 대표는 “총 5대의 택시를 운행하는 우리 회사는 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예약제로 운영된다”며 “이용 건수는 하루 20~30회 정도로 이중 70% 정도는 반려동물과 견주가 함께 탑승하는 경우고 30%는 반려동물만 탑승한다”고 설명했다.
차량 9대로 펫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펫택시 업체는 하루 평균 이용 건수가 50건에 달하는 것으로 취재 결과 나타났다. 대당 하루 평균 5건의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펫택시 이용자들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로 일반택시에 반려동물을 태우기 불편하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만두’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김슬기(23·여)씨는 “최근 만두가 아파서 병원에 갈일이 있었는데 일반택시들 대부분이 탑승을 거부했다”며 “결국 펫택시를 불러 동물병원에서 만두를 치료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인 노효경(29·여) 씨는 자신이 기르는 반려견 푸들과 함께 펫택시를 자주 이용한다. 노 씨는 “차가 없어 푸들을 데리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며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눈치가 보이고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 씨는 펫택시의 또 다른 장점으로 서비스의 질을 언급했다. 그는 “일반택시를 타려면 반려동물을 이동장에 넣어야 하는데 펫택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며 “차 안에 반려동물을 위한 상비물품들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바비부펫 안시은 대표는 “대부분의 펫택시에는 배변패드, 탈취제, 사료, 간식, 물, 청소기 등을 기본으로 갖춰 견주들이 반려동물을 위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며 “바비부펫의 경우 이 같은 기본서비스에다 고급서비스인 캠핑용품까지 구비해 놓았다”고 강조했다.
택시업계 “펫택시는 불법영업”…전문가들 “펫택시 규제할 법적 근거 없어”
반려인들의 호응을 얻으며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펫택시는 최근 불법 논란에 휩싸였다. 노란번호판을 부착한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하얀색 번호판을 부착한 차량으로 대가를 받고 동물과 사람을 운송한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김도길 전국개인택시 운송사업조합연합회 기획부장은 “법적으로 반려동물은 화물로 분류해야하기 때문에 자가용으로 영업 운전을 하는 것을 엄연한 불법이다”며 “일반택시는 대중교통에 준하는 수준으로 엄격한 규제를 받지만 자가용을 이용한 펫택시로 택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택시와 비슷한 영업이 이뤄지는 것은 잘못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펫택시를 위한 별도의 법률 규정을 만들기 보다는 기존의 법률 체계에 적용시켜야 일반택시 기사들이나 고객들이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행법을 적용해 펫택시를 불법으로 규정지어야 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는 주장으로 해석됐다.
반면 펫택시 업체 관계자들은 반려동물만 탈 때와 주인이 동승할 때 요금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반 택시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반려동물의 운송에 대한 요금만 받는 것 뿐이다”며 “사람이 동승해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 역시 자가용의 유상 운송을 금지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중에 어느 것으로도 펫택시를 규제할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가용자동차를 유상으로 사람에 대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된다. 다만, 민법상으로 반려동물은 사람이 아닌 물건으로 분류된다. 사람은 무상으로 태워주고 법적으로 화물인 반려동물을 유상으로 태우는 것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화물인 반려동물을 유상으로 태우는 것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법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다. 이 법에서는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소유자·사용자는 허가를 받지 않고 유상으로 화물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펫택시 서비스에 사용되는 자동차는 화물자동차가 아닌 일반 승용차이기 때문에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현재 국내에는 펫택시에 관해 딱히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 없다. 국토교통부 신교통개발과 이성현 주무관은 “현재 국토부가 국내 택시법령을 주관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운송 법령 가운데 펫택시 관련 사항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내년 3월부터는 펫택시 역시 법의 규제를 받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서는 기존 동물생산업, 동물판매업, 동물장묘업, 동물수입업 등 4가지만으로 규정돼 있는 동물관련 사업에 동물전시업, 동물위탁관리업, 동물미용업, 동물운송업 등이 추가됐다. 동물운송업 또한 신고 대상 영업으로 추가되면서 모든 펫택시 업체는 내년 3월 이후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등록해야 한다.
이달 중순 발표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에 따르면 동물운송업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동물을 운송하는 영업자는 등록을 위한 사무실을 구비해야 한다. 동물 운송을 위한 차량의 차고지가 있을 경우 사무실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
동물을 운송하는 차량은 직사광선과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시설, 적정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난방 시설, 이동 중 갑작스러운 출발·제동으로 인한 동물의 상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시설, 이동 중 동물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 등을 모두 갖춰야 한다.
[이경엽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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