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화재 4년 만에 사장 교체…공채 신화 최영무 자동차보험 실적개선 이력 조명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삼성화재 수장이 4년 만에 교체됐다. 지난 2013년말부터 삼성화재를 이끌어왔던 안민수 사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최영무 신임 사장이 내정됐다. 최 내정자는 직전까지 삼성화재 부사장(자동차보험 본부장)을 역임했다.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최 내정자는 1963년 의정부 출생으로 충암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 식물보호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에 입사한 후 인사팀장과 전략영업본부장, 자동차보험본부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최 내정자는 삼성화재 역사에서 첫 공채 출신 사장으로 내부 업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리점영업부와 지점 등에서 현장 실무를 경험해 영업·전략 등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 측은 최 내정자의 사장 선임에 대해 “회사 내에서 폭넓은 업무경험과 핵심보직을 맡아 온 역량있고 검증된 인물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최 사장은 자동차보험본부장을 역임하던 시절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부문의 실적 개선을 일궈냈다.
최 내정자가 자동차보험본부장으로 부임한 지난 2013년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의 원수보험료는 3조6290억원을 기록했다. 원수보험료는 보험사가 대리점 등을 통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아들이는 보험료다. 일반 기업의 ‘매출액’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최 내정자의 본부장 부임 이듬해 자동차보험의 원수보험료는 3조796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후 2015년과 2016년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며 각각 4조2380억원, 4조8040억원 등의 원수보험료를 기록했다. 지난해 원수보험료는 2016년과 동일한 4조8040억원으로 나타났다. 2013년 대비 32.38% 증가한 수치다

손해율 역시 개선됐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100%이하면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가 지급 보험금 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 이상이면 그 반대다. 2013년 83.5%였던 손해율은 이듬해 83%로 하락했으며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82.4%와 80.9%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전년 보다 소폭 하락한 80.6%를 기록했다.
자동차보험 부분 고실적 이면 보험료 꼼수인상 논란, 높은 민원율 등 소비자 배려 미흡
최 내정자는 자동차보험 부분의 높은 실적을 바탕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삼성화재 신임 수장에 발탁됐지만 일각에서 그동안의 성과가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와 주목된다.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소비자 배려를 등한시 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보험사의 이미지는 곧 실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최 내정자의 향후 행보에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0월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기본담보 보험료’를 3.0% 인상했다. 동시에 자기차량손해(자차) 담보의 보험료는 17.8% 인하 조치했다. 전체보험료의 평균 인상률은 0%로 조정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두 가지 보험을 이용하는 가입자들의 특성이다. ‘자차담보 보험’은 사고 책임이 보험가입자에게 있어도 자기 차량에 대한 손해를 보장받을 수 있는 특약이다. 외제차 등 수리부담이 큰 고가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보험이다.
반대로 수리비가 적은 노후 저가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고객들은 거의 가입하지 않는 편이다. 결과적으로 삼성화재는 자차 담보에 가입하지 않는 서민들의 보험료만 인상한 셈이다. 당시 삼성화재는 손해율 조정의 부담을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서민들에게만 전가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삼성화재는 최 내정자가 도맡았던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민원율, 보험금 불만족도 등에서 업계 평균에 비해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삼성화재 내 취급 중인 보험 상품들 중 자동차보험이 유독 높은 민원건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최 내정자의 수장 선임에 대한 반발 여론을 부추기는 요소로 지목된다. 삼성화재는 일반보험과 장기보장성 보험 등 다른 보험들의 경우 업계 최저 수준의 민원건수를 유지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화재의 일반보험 10만건당 민원건수는 2.04건에 불과했다. 상위 5개사(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KB손보, 메리츠화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장 높은 메리츠화재의 18.85건 대비 10.82%에 불과한 수치다. 5개사 평균 수치는 8.26건이다. 장기보장성 보험에서도 상위 5개사 중 가장 낮은 민원 건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10만건 당 4.71건에 불과했다. 1위는 8.14건을 기록한 메리츠화재였다.
그러나 최 내정자가 책임졌던 자동차보험 부문은 달랐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부문의 경우 10만건 당 15.44건의 민원이 발생했다. 손보사 상위 5개 업체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1위는 21.63건을 기록한 메리츠화재다. 5개사 평균 수치는 14.59건이다.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부문은 보험금 불만족도에서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의 보험금 불만족도는 0.02%였다. 반면 상위 5개 업체 중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 DB손보 등은 불만족도가 0%였다. KB손보는 0.01%를 기록했다.
보험금 불만족도는 해당기간 보험금 청구가 이뤄진 계약건수에서 청구 후 계약을 해지한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지난해 상반기 삼성화재 자동차 보험 중 보험금 청구가 일어난 계약건수의 수는 52만4280건이며 이중 86건의 계약이 청구 후 해지됐다.
금융소비자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내정자는 그동안 자동차보험 부문에서의 높은 성과를 인정 받아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며 “하지만 높은 성과의 이면에 고객에 대한 배려 부족을 가늠케 할 만한 각종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내정자는 자신의 경영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고객을 쥐어짜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보험사의 실적은 결국 고객 신뢰도와 직결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 내정자가 이끄는 삼성화재의 향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기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