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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배수람·나수완·배태용 기자]유복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오랜 시간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한 희생과 헌신이 주위에 귀감이 되고 있다. 스펙·경험·SNS활동 등을 이유로 일회성·이벤트성 봉사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대가를 바라지도, 또는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10년 넘게 이웃을 위해 힘쓰는 이들의 사례가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연희동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박진병(41·남) 진우헤어 원장과 경기도 안양우체국 임영선(49·남) 집배원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바쁜 생업을 이어가면서도 오랜 세월 묵묵하게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자발적으로 사회를 돌아보고 주위를 돕는다는 점에서 이 시대의 진정한 애국자로 평가될 만 하다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중증장애인 커트봉사 10년…“세상 모든 사람들은 예뻐질 권리가 있죠”
박진병 진우헤어 원장은 13년 전 현재 운영하는 미용실 문을 열었다. 가죽재킷을 입고 오토바이를 즐겨 타며 각종 스포츠를 섭렵할 정도로 외향적인 성격의 그는 주변을 둘러볼 줄 아는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박 원장은 지난 2008년부터 매달 2~3회씩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헤어커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용실 규모가 커지고 손님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봉사하는 날이면 주저 하지 않고 중증장애인들 곁으로 향한다.
박 원장이 봉사 활동에 나서게 된 데는 죽마고우로 지낸 친구의 죽음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사고로 장애를 얻게 된 친구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게 되자 슬픔을 잊고 친구와 비슷한 처지의 이들에게 조금씩 다가서기 시작했다.
지인의 권유로 봉사에 나서게 됐는데 스스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장애인들의 모습 속에서 친구의 모습이 아른거려 그만 둘 수 없었다고 소회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봉사에 나서게 되면서 박 원장 스스로는 물론 중증장애인들도 따뜻한 감정을 가지게 됐다.
“장애를 가진 채 태어나는 선천적 장애는 10% 미만이에요. 대부분 사고 등의 영향으로 갖게 되는 후천적 장애죠. 둘도 없던 친구에게 일어난 오토바이 사고를 곁에서 지켜본 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 때부터 남 일이 아닌 나와 내 가족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미약한 힘을 보태게 됐어요”
오랜 시간 봉사를 이어온 박 원장에게 가장 가슴 아픈 순간들은 그에게 머리를 맡겼던 이들이 세상을 떠나게 됐다는 소식이 들려 올 때다. 중증장애인들 대부분은 급격히 몸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박 원장도 처음 봉사를 시작한 뒤 1년 새 무려 세 명과 슬픈 작별을 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그만 두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딱 1년만 더하자’는 생각으로 참고 버티다보니 벌서 10년이 훌쩍 지났네요.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그들도 일반 사람들과 똑같아요.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면 뿌듯해하죠. 외모에 관심은 있지만 헤어숍·네일샵 등에서 관리받기엔 어려운 것이 현실이잖아요. 그래서 제 활동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 장애인은 헤어숍에서 “받지 않겠다”며 문전박대를 당한 경험을 박 원장에 털어놓기도 했다고 한다. 중증장애인을 꺼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박 원장은 그럴수록 봉사 일을 계속 하겠노라 다짐하게 됐다. 그는 중증장애인을 대하는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이 줄어드는데 힘을 꾸준히 보태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목욕은 물론 대·소변도 척척…치매·독거노인 봉사 14년 ‘사랑의 집배원’
임영선 집배원은 2004년부터 치매노인들과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를 꾸준히 전개 해오고 있다. 치매요양원과 독거노인 집을 직접 방문해 목욕을 시켜주고 간병활동을 자처하고 있다. 그는 고단한 집배원 업무 속에서도 매달 2~3회씩은 잊지 않고 노인들을 찾는다.
그가 꾸준히 노인들을 방문하게 된 데는 2004년 한 노인과의 만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평소 정해진 범위의 지역에만 우편배송을 하는 임 집배원은 업무특성상 동네 사정을 잘 알고 있었는데 홀로 거주하는 노인이 며칠 째 보이지 않았다. 걱정스런 마음에 해당 노인의 집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 또한 없었다.
119에 전화를 해 구조대를 부르고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자 노인은 쓰려져 있는 상태였다. 이 일이 있은 후 홀로 거주하는 노인들에게 점차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가가호호 노인들을 찾았다. 외로운 노인들의 벗이 돼준 셈이다.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오며 점차 노인정으로 치매요양원 등으로 활동반경을 넓혀 나갔다.
보다 전문적으로 돕고 싶다는 마음에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는 임 집배원은 치매노인들의 대·소변을 갈아주는 것도 얼굴한 번 찌푸리지 않고 척척 해낸다. 보수도 없고 쉬는 날 제대로 못 쉬는데 굳이 그런 일까지 해야겠느냐는 주위의 핀잔에도 아랑곳 않는다. 누군가를 도울 때 얻는 행복감과 나눌 때 알게 되는 배움까지 얻을 것이 많기 때문이란 게 임 집배원 설명이다.
“꼭 거창한 활동만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많은 기부금을 내고 여러 사람이 함께 나서서 대규모 공익 활동을 펼치는 것도 좋지만 어르신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말동무’가 돼 주는 ‘관심’도 봉사라고 생각해요. 외롭게 늙어 가시는 어르신들이 너무 많거든요. 사람들이 노인들에게 관심을 많이 가지고 그런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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