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의사로선 서울대병원을 세계적 피부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고 싶어요. 그 다음 국내 피부 과학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가 위상을 제고하고 제 연구를 바탕으로 제품들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포부에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학전문의인 정진호(59·남) 교수는 서울대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며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정 교수는 피부·점막 및 부속기관의 기능·치료기술 등을 연구하는 인체환경경제생물학연구소 소장, 노화고령화사회연구소 소장, 대한피부연구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25년 노화연구 활용안돼 안타까워”…“연구 목적, 많은 사람에 도움주는 것”
정 교수는 지난 25년간 나이가 들어도 젊은 사람처럼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과 노화의 이유에 대해 연구해왔다. 또한 2013년 6월에는 그간의 연구결과를 사업화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내 실험실에 벤처기업인 (주)정진호이펙트를 설립했다.
“25년간 열심히 연구한 덕에 많은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어요. 그 결과 어느덧 세계적인 피부노화의 대가로 인정받게 됐죠. 젊었을 때는 연구를 통해 피부노화의 새로운 사실을 밝히고 유익한 논문을 쓰는 게 교수로선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노화에 대해 열심히 연구해오던 정 교수는 50세가 됐을 때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신의 연구결과가 일상에선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노벨상 수상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던 정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하나씩 정리해 ‘늙지 않는 피부 젊어지는 피부’라는 책을 출간했다.
“제가 연구한 내용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주고 싶었어요. 책을 집필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은 20여년 동안 노화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는 것과 그 결과물들이 널리 이용돼지 못하고 논문으로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었죠. 제 연구의 목적은 논문을 쓰기 위함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거든요”
노화를 늦추는 것은 인류 최대 관심사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노화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최근 정 교수는 피부 노화의 원인이 단백질의 부족과 피부를 보호하는 혈액형 당(糖) 성분에 있음을 밝혀내고 해당 제품들을 상용화했다.
“피부 노화와 관련된 핵심 연구는 크게 두 가지에요. 첫째는 피부를 늙게 만드는 요인을 밝혀내고 이를 조절하는 물질을 찾아내는 거죠. 둘째는 피부 속 수분을 유지시키는 핵심 원리를 밝혀내 해당 요인을 증가시키는 것이죠”
정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활성산소량의 증가와 콜라겐, 탄력섬유의 감소가 피부 노화의 원인임을 밝혀냈다. 그리고 피부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 20가지를 추렸다. 그 후 20가지 핵심 요인을 조절하는 물질을 찾아내기 위해 300여 종의 천연물을 하나씩 대입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콜라겐과 탄력섬유의 분해를 촉진하는 MMP효소와 활성산소를 줄여주는 물질들을 찾아냈어요. 대표적인 것이 엉겅퀴·석류나무·승마·갈근·붉은토끼풀 등의 천연물이었죠. 그래서 피부 노화의 요인을 한꺼번에 조절할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면 확실하게 노화를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죠“
이와 관련한 논문은 미국피부연구학회지, 영국피부과학학회지와 같은 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SCI)급 학술지에 실렸다. 특히 단백질 변성과 효소작용을 억제하는 연구는 피부뿐 아니라, 식도·개장·소장·심장표피·근육·혈관 등의 노화와도 관련된 것이라 의학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깐깐한 연구 스타일이 노화개선 제품으로 결실 맺어
정 교수의 객관적이고 확실한 연구 고집은 학교는 물론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그는 노화에 효과적인 화장품을 만들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객관적이고 확실한 결과를 고집했다. 동물실험이나 설문조사와 같은 일반 조사방법이 아닌 이중맹검법을 고집했다. 이중맹검법은 피시험자와 연구자에게 어떤 제품을 어느 임상그룹에 제공했는지 밝히지 않고 실험을 진행, 좀 더 객관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약의 경우 대조군비교 임상연구처럼 위약(플라시보)의 효능과 비교되는 임상연구를 진행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화장품은 그렇지 않아요. 저희는 50세 이상의 여성 22명에게 6개월간 화장품을 사용하도록 하고, 다른 22명의 여성에겐 위약이라 할 수 있는 대조 화장품을 제공했죠. 누가 어떤 화장품을 바르는지 공개하지 않고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연구가 진행됐어요”
그 결과 정 교수 회사의 제품을 바른 군(群)에서는 콜라겐·탄력섬유의 감소와 같은 피부 노화의 징후가 평균 17% 줄어들었고, 유효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을 사용한 군(群)에서는 노화 징후가 3%나 늘었다.
“피실험자와 연구자 모두 어떤 화장품을 사용했는지 몰라야 객관적이죠. 영리를 추구하는 기관은 주관적인 견해가 들어갈 가능성이 크기에 기관의 객관성이 중요해요. 또한 적어도 3~6개월은 실험이 진행돼야 해요. 간혹 몇 주간의 실험으로 효능을 검증하려는 기관이 있는 데, 사실 검증이 어렵죠. ”
정 교수의 연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현재 서울대병원 신경과 팀과 피부에서 생성되는 ‘뇌성장 단백질(BDNF)’을 이용해 호르몬을 증가시키는 성분을 개발,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남승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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