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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카페가 동물인권의 사각지대로 전락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접하기 힘든 야생동물들을 체험할 수 있다는 빌미로 고객유치에만 열을 올리면서 생명을 도구화 한다는 비판과 더불어 넓은 야생에 살아야 할 동물들을 작은 카페에 몰아넣는 것이 사실상 학대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애견카페로 시작된 동물카페, 야생동물 체험의 장으로 확대
동물카페는 1990년대 후반 대만에서 처음 등장했다. 2000년대 이후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되면서 국내에도 도입됐다. 초반에는 강아지와 고양이 등과 함께하는 애견카페가 주를 이뤘고 최근에는 라쿤, 미어캣 등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야생동물을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야생동물 카페 수는 약 60여 곳에 달한다. 그중 절반 이상인 37곳이 수도권 지역에 위치했다. 야생동물 카페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동물은 라쿤이다. 너구리와 비슷한 외형에 온순한 성격을 갖고 있어 운영 중인 야생동물 카페의 대부분이 라쿤을 사육하고 있다.
도심 속 체험의 장으로 각광받는 야생동물 카페지만 동물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적절치 않았다. 카페의 특성 상 전시, 사육되는 동물의 대부분이 실내에 가둬진 채 생활하고 있는데다가 특유의 습성인 은신처도 만들어지지 않아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행동을 보이는 동물들이 목격됐다.
한 야생동물 카페의 미어캣은 매트와 바닥을 긁는 행동을 지속했고, 또 다른 곳에서 사육되는 프레리 독은 스티로폼으로 만든 벽을 흙으로 오인해 파고 있었다. 더불어 다수의 카페들이 오전부터 밤까지 운영되다 보니 장시간 방문객에 노출된 동물들이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기도 했다.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이 합사하는 시설이 대부분이다 보니 심각한 경우 정형행동을 보이는 야생동물이 사람 또는 타 동물을 공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야생동물 카페에서는 긴코너구리로 불리는 코아티가 은여우에 물려 숨지기도 했다.
위생 실태 역시 열악한 모습이었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음료를 제조·판매하는 시설은 동물 체험시설이 존재할 경우 이를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카페에서는 제조 공간에 동물이 돌아다녔고 음료를 취식하는 공간 역시 동물과 사람을 분리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환경이 사람에게도 좋지 않음을 경고했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음료를 마시는 시설과 동물 체험시설이 분리되지 않을 경우 분진 상태로 존재하는 야생동물의 분변을 사람이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라쿤 등의 일부 야생동물은 직접 접촉을 통해 기생충이나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생태원의 자료에 따르면 라쿤이 매개체가 되는 기생충과 세균, 바이러스는 총 33종이었고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20종 이상에 달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라쿤은 광견병의 주요 숙주이자 너구리 회충의 매개체로서 다양한 인수공통전염병을 옮길 수 있다”고 설명하며 라쿤 카페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또한 동물카페에서 잉여동물이 발생하거나 폐업할 경우 별도의 야생동물 처리방법이 없어 외부로 방출, 유기될 경우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어웨어가 실시한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부 카페에서 성체가 된 라쿤의 사육을 중단하고 외부로 반출시켰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한 인터넷 중고거래 또는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 라쿤 등 야생동물 분양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편이었다. 하지만 야생동물 처리와 분양에 대한 관리나 감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강원대 산림과학부 박영철 교수는 “처음엔 동물에 애정을 갖고 키우다가 관리가 안돼 야생 생태계에 방출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를 관리하지 않으면 국가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베스나 뉴트리아 등의 외래종이 생태계를 파괴했던 과거 사례처럼 번식력이 강한 라쿤, 미어캣 등이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적 관리 수단 미비해 제재·관리 쉽지 않아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생동물 카페를 관리·감독할 법적 근거는 마땅치 않다. 동물을 체험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동물원의 개념과 동일하지만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동물원의 기준인 10종, 50마리 이상에서 벗어나는 곳이 대부분이라 적용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야생동물 카페는 동물 체험과 함께 식·음료 판매를 병행하고 있어 휴게음식점 또는 일반음식점 형태로 운영된다. 지난 3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개, 고양이, 기니피그, 햄스터, 토끼, 패럿 등 6종의 동물이 포함된 업소는 동물전시업에 포함됐다. 그러나 라쿤, 미어캣 등의 야생동물은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계속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동물학대와 법적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야생동물 카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동물원의 법적 기준을 높여 야생동물 카페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현재는 법에 명시된 동물원·수족관의 기준을 충족하면 등록이 가능한데 이를 허가제로 바꾸면 야생동물 카페나 체험동물원 등 유사 동물원 시설을 규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서도 이용득 의원의 주도로 야생동물 카페를 규제·감독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한편 축산물 이력제처럼 수입되는 야생동물에도 태그를 부착해 관리함으로써 무분별한 생태계 교란을 막자는 의견도 나왔다.
박영철 강원대 교수는 “야생동물 이력제를 통해 모니터링 한다면 야생동물 카페에 대한 관리, 제재도 가능해진다”며 “야생동물이 최적의 조건에서 생활하도록 사육 시설을 옮기거나 동물원 등에 보내는 방법도 동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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