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0만개의 칼로 만든 ‘칼의 천사’ 조각상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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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애도·범죄 경각심 고취위해…英, '칼 범죄' 갈수록 증가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01 00:15:13

▲10만 개의 칼로 만들어진 높이 8미터 20센티의 ‘칼의 천사’상.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영국 리버풀 성공회 교회 앞에 전시될 예정이다. [사진=infobae]

영국 잉글랜드 북서부 도시 리버풀에 10만개의 칼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조각상이 세워졌다. ‘칼 범죄’에 피해를 입은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영국의 ‘텔레그라프’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칼의 천사’라는 이름이 붙은 높이 8미터 20센티의 이 조각상은 영국 전역에서 경찰이 압수하거나 혹은 경찰에 자진 수거된 여러 가지 종류의 칼 10만개로 만들어졌다.

‘칼의 천사’의 작가 알피 브래들리는 폭력과 무력에 반대하는 국가적 기념비를 만들기 위해 1년 넘게 걸려 작품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작가는 작품에 이용된 칼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날이 넓은 마체테 칼, 정육점용 식칼, 평범한 주방용 칼 등이다. 이 칼들 중에는 범죄와 관련해 경찰이 압수한 것들도 있다. 작가는 “때로는 어린 아이가 자기 집 주방에서 가지고 나온 평범한 칼이라는 사실이 정말 슬프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 총기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미국사회에 큰 충격을 준 반면, 영국에서는 ‘칼을 휘두르는 흉악 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런던에서 칼에 찔려 목숨을 잃은 한 대학생의 죽음에 시민들이 사건 현장에 꽃을 갖다 놓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사진=가디언]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에서 칼에 의해 살해된 젊은이가 지난 10년 사이에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하고 있다. 올 들어 지금까지 통계를 보면 어린이와 십대 청소년이 37명 희생됐다.

이와 관련해 ‘청소년 폭력 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 영국 노동당의 비키 폭스크로프트 의원은 ‘비극적인 죽음도 문제지만 생명을 해치지 않더라도 칼을 휘둘러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는 일이 엄청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특히 영국에서 버밍엄, 코벤트리, 울버햄튼 등이 속해 있는 웨스트 미들랜즈 주에서 이런 종류의 범죄 발생율이 높다. 올해 이 지역에서만 8~19세 사이의 청소년 6명이 칼에 목숨을 잃었다.

가디언은 지난 24일 코벤트리의 우드엔드 지역에서 발생한 16세 소년의 사건을 소개했다. 제이든 워싱턴 제임스라는 이름의 희생자는 친구들과 어울려 있다가 칼에 찔려 숨졌다. 그의 누나 제이다는 ‘코벤트리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내 동생은 우드엔드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살해됐다”고 말했다.

또 버밍엄에 사는 17세 소년은 친구가 칼에 찔린 적이 있다면서 “칼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가 “누구한테 공격을 당할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죽거나 아니면 죽이거나 둘 중 하나다”라고 덧붙였다.

런던에서도 지난 28일 밤 20대 남자가 칼에 찔려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영국의 지역마다 설치된 ‘칼 자발적 수거함’에서 관리자가 함에 모인 칼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가디언]

한편 칼로 인한 사건 발생을 줄이기 위해 영국 정부는 지역마다 ‘칼 자발적 수거함(knife surrender bin)’을 설치했다. 그리고 몸에 지니고 있는 흉기나 가정에서 쓰지 않는 칼 등을 자발적으로 수거함에 넣도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렇게 수거된 칼이 리버풀에 세워진 ‘칼의 천사’상을 만드는데 일부 쓰였다.

[박선옥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선옥 기자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